KPGA코리안 투어의 최연소 최다홀 최고령 읽어보면 재미있는 골프 지식 1
골프가이드 2016-05-11 10:39:06

흔히 하는 말 중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과거부터 지식과 정보는 특정 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스포츠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초기 스포츠는 특정 계층이 자신들의 여가 문화를 즐기기 위해서 발전했다. 그러다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기술·문명의 발전은 스포츠를 직접 하는 문화에서 간접적으로 보는 문화로 바꿔놓았고, 그에 따라 현재 스포츠 문화에서 절대 유리될 수 없는 것이 관람문화다.

이 스포츠를 관람 또는 시청하는 방법 중 가장 즐거운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옆에 누군가에게 떠드는 것이다. 물론 듣는 이는 이것이 굉장히 곤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렴 어떠랴.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에 대해 내가 이만큼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 아닌가. 이런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언젠가 쓸모 있을지도 모를 골프 지식. 그 첫 번째 시간으로 KPGA 코리안 투어의 최연소, 최다홀, 최고령에 대해 알아보자.

글 방제일 & KPGA 사진 KPGA 제공



KPGA 코리안투어 사상 최장 연장 승부?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일동레이크골프클럽에서 펼쳐진 ‘SK telecom OPEN 2001’ 에서 위창수(44)와 스코틀랜드 출신 사이먼 예이츠(46), 강욱순(50)은 4라운드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승부에 접어 들었다. 17번홀(파4)과 18번홀(파3)을 오가며 진행된 연장전은 네 번째 홀까지 세 선수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다 연장 다섯 번째 홀인 17번홀에서 위창수와 강욱순이 버디를 기록한 사이 사이먼 예이츠가 파에 머물며 먼저 탈락해 최종 승부는 위창수와 강욱순의 대결로 압축됐다. 연장 여섯 번째 홀(18번홀)에서 두 선수 모두 파를 기록해 승부를 내지 못한 뒤 이어진 연장 일곱 번째 홀(17번홀)에서 강욱순이 파에 머문 반면 위창수는 50c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대단원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위창수와 강욱순이 펼친 연장 일곱 번째 홀 승부는 KPGA 코리안투어 역대 최다홀 연장 승부로 기록됐다.

특히 아시아를 무대로 주로 활약했던 사이먼 예이츠는 2002년 ‘제20회 신한동해오픈’ 때 허석호(43)와의 연장 승부에서 또 다시 무릎을 꿇으며 연장전 공포에 시달렸지만 2004년 ‘SK telecom OPEN’ 에서 위창수를 1타 차로 제치고 연장 승부 없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KPGA 코리안투어 첫 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역대 두 번째로 길었던 연장전은 2010년 군산컨트리클럽(전북 군산시 소재)에서 진행된 ’동부화재 프로미 군산CC 오픈’ 에서의 김도훈752(27.JDX멀티스포츠)와 강경남(33)이 펼친 연장 여섯 번째 홀 승부다. 여섯 번째 연장 승부였던 18번홀(파5)에서 김도훈이 버디를 잡아내 파에 그친 강경남을 꺾고 프로 데뷔 첫 우승컵을 품에 안은 바 있다. 1958년 ‘제1회 KPGA 선수권대회’ 를 시작으로 지난 해까지 KPGA 코리안투어에서는 총 75회의 연장 승부가 펼쳐졌다. 국내 최초의 연장전은 1959년 ‘제2회 한국오픈’ 에서의 주한미군 무디와 대한민국 1호 프로골퍼 故 연덕춘 고문의 승부로 이 대결에서 무디가 승리하며 KPGA 코리안투어 사상 첫 연장전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안았다.

가장 많은 연장전을 치른 선수는 KPGA 코리안투어 43승으로 국내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 최상호(61)로 총 9번의 연장 승부를 펼친 바 있으며 전적은 4승 5패를 기록했다. 4번 이상 연장전을 펼친 선수는 총 9명이 있는데 이 중승률 100%를 자랑하는 선수는 1990년 ‘팬텀오픈’ 에서 노 보기(Bogey-free) 우승을 차지한 조철상(58)이 유일하다. 그는 4번의 연장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며 ‘강심장’ 의 위용을 뽐냈다.

반면 올 시즌 최고령 KPGA 코리안투어 멤버이자 통산 8승의 ‘부산갈매기’ 신용진(52)은 총 6번의 연장 승부를 펼쳐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하고 모두 패하며 연장전 무승의 불명예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해 일본투어에서 5승을 기록하며 통산 두 번째 일본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는 2006년 ‘포카리 에너젠 오픈’ 에서 당시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해 재미교포 한 리(39.한국명 이한주)와 ‘베테랑’ 석종율(47)을 연장 접전 끝에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해 아마추어 선수로는 처음이자 유일한 연장전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16 KPGA 코리안투어 최연소 선수, 임성재의 ‘64타’ 마법

천안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국가대표 출신 임성재(18)는 2016 KPGA 코리안투어에서 활약할 선수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선수다. 그는 기상악화로 인해 2라운드로 종료된 2015 KPGA 코리안투어 QT(Qualifying Tournaments)에서 1라운드 2오버파 74타로 공동 68위에 머물렀지만 2라운드에서 특유의 몰아치기 능력을 선보이며 5타를 줄인 끝에 공동 3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려 48위까지 주어지는 투어카드를 획득했다.

임성재의 몰아치기 능력은 KPGA 투어프로(정회원) 선발전에서 더욱 돋보였다. 이 때부터 그는 64타의 마법을 그려나갔다.

2015년 8월 그랜드컨트리클럽(충북 청주시 소재)에서 진행된 KPGA 투어프로 선발전 예선에서 1, 2라운드 모두 8언더파64타를 쳐 이틀 동안 16언더파 128타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5언더파 139타를 기록한 2위 그룹과 무려 11타 차이가 났다. 임성재는 “당시 별명이 128타였어요. 지나가는 대회 관계자 분들이나 선배들이 128타. 128

타. 라고 불렀죠. 어떤 분은 제 스코어를 보고 혹시 잘못 쓴 거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어요.” 라고 당시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같은 달 군산컨트리클럽(부안, 남원코스)에서 열린 KPGA 투어프로 선발전 본선에 출전한 그는 2라운드에서 다시 64타를 적어내는 등 4라운드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하며 1위에 올라 KPGA 투어프로 선발전 수석 합격의 영예를 차지했다. KPGA 투어프로 자격 취득 후 첫 번째로 참가한 KPGA 챌린지투어 11회 대회에서 공동 18위에 오른 임성재는 이어진 12회 대회에서 이틀 동안 보기 없이 14개의 버디를 솎아내는 파괴력을 선보이며 2위 그룹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는 이 대회 2라운드에서도 64타를 기록했다.

KPGA 투어프로 데뷔 41일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며 눈부신 가능성을 보인 그는 KPGA 코리안투어 QT 통과와 함께 일본투어 큐스쿨에서 최종 19위에 이름을 올려 35명에게 주어지는 일본투어 출전 자격도 획득하는 등 한일 양국 큐스쿨 모두 막힘 없이 단번에 통과하는 저력을 보였다. KPGA 회원(프로, 투어프로)은 일본투어 큐스쿨 1차전이 면제되지만 일본투어 큐스쿨을 접수할 시점에서 임성재는 아마추어 신분이었기에 1차전부터 응시해 ‘지옥의 레이스’ 라 불리는 4차전까지 총 306홀(1차전-54홀, 2차전-72홀, 3차전-72홀, 4차전-108홀)을 소화하며 거둔 성과였다. 특히 일본투어 큐스쿨 최종전인 4차전의 마지막 6라운드에서도 그는 ‘마법의 64타’ 를 기록했다. 최종일 64타는 데일리베스트 성적이었고, 64타를 기록한 선수는 임성재가 유일했다.

64타는 임성재가 공식대회에서 기록한 베스트 스코어이기도 하다. 64타의 비결을 묻자 그는 “64타요? 페어웨이를 벗어나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정교한 샷과 강한 정신력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솔직히 64타를 깨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매 라운드 64타를 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임성재는 스스로를 숨막히는 긴장감을 즐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어떤 중압감이 엄습해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경기를 하다 보면 가끔 실수할 때가 있어요. 말도 되지 않는 실수를 했을 때 나 자신한테 화가 나고 분해서 제어가 안될 때가 있는데 이 부분을 고치려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퍼트와 숏게임에 역점을 둔 두 달 간의 말레이시아 전지훈련도 무사히 마친 임성재는 올 시즌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데뷔한다. 그는 “올 시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할 생각이에요. 한국에서는 우승과 신인상을 노리고 있고 일본에서는 우선 시드 유지가 목표인데 가능하면 일본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어요. 무엇보다 한국의 골프 팬들에게 ‘임성재’ 라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에요.”라고 말하는 그의 가느다란 눈매에서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KPGA 코리안투어 QT 역대 최고령 합격자, ‘오뚝이’ 박부원의 끝없는 도전

"올해는 KPGA 코리안투어와 KPGA 챔피언스투어를 오가며 활동할 것입니다. 아직 할 수 있다는 것을 팬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1992년 KPGA 투어프로(정회원) 자격을 취득해 올해로 프로데뷔 24년째를 맞이한 박부원(51.링스)이 2016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각오를 전했다. 박부원은 지난 해 치러진 KPGA 코리안투어 QT(Qualifying Tournaments) 에서 공동 27위에 올라 올 시즌 투어 카드를 손에 넣었다. 1965년생인 그는 50세 4개월 7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KPGA 코리안투어 QT 합격자’라는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박부원에게는 항상 ‘오뚝이’, ‘인간 승리’ 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운동 선수로는 치명적인 당뇨병을 딛고 우승컵을 품에 안은 이력 때문이다. 2001년 당뇨병 판정을 받은 그는 2004년부터 허리춤에 인슐린 주입기를 차고 대회에 출전했다. 2006년 ‘메리츠 솔모로오픈’ 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할 때도 그의 몸에는 인슐린 주입기가 있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을 강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이겨내며 우승컵을 들어올려 ‘인간 승리’ 의 주인공으로 주목 받았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이번 우승이 남모르는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 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사실 박부원은 1999년 ‘SK telecom OPEN’에서 먼저 첫 우승의 기회가 있었다. 1라운드에서 이븐파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이후 3일 동안 60대 타수를 치며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박남신(57), 김완태(54)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을 펼쳤다. 첫 우승에 부풀어 있던 그는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보기를 범해 파를 잡아낸 당대 최고의 스타 박남신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이에 대해 박부원은 “연장 접전 끝에 져서 굉장히 아쉬웠다. 좌절도 했었다. 하지만 끝까지 우승 경쟁을 펼친 것이 훗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돌아왔고 한 단계 성장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고 회상했다.

꾸준히 투어 생활을 유지하던 그는 2009년 KPGA 코리안투어 상금순위 83위에 머물며 투어 카드를 잃고 말았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해 KPGA 코리안투어 QT에서 공동 12위에 올라 투어 복귀에 성공했다. 이후 투어에서 부진이 계속돼 투어 카드를 잃어도 QT를 통해 기어코 투어 카드를 다시 획득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처럼 2014년까지 매년 시드를 잃고 QT를 통해 투어 카드를 획득하는 것을 무려 5년이나 반복했다. 특히 2013년 KPGA 코리안투어 QT에서는 아들뻘 되는 선수들과 겨뤄 공동 2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2014년 KPGA 코리안투어 QT 예선전에서 탈락하며 2105년 KPGA 코리안투어 무대를 밟지 못한 그는 만 50세 이상 선수들이 출전하는 KPGA 챔피언스투어로 눈을 돌렸다.

8월 24일 생인 박부원은 만 50세 기준인 생일이 지나자마자 2015년 9월 1일과 2일 펼쳐진 ‘제5회 그랜드CC배 KPGA 시니어 골프대회’ 에 출전해 1999년 ‘SK telecom OPEN’ 연장전에서 함께 대결한 김완태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KPGA 챔피언스투어 데뷔전을 우승으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해낸 것이다. 올 시즌 KPGA 코리안투어와 KPGA 챔피언스투어를 병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박부원은 현재 태국에서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식단 조절에 신경쓰면서 당뇨는 많이 좋아졌다. 조금 불편할 뿐이지 경기력에 큰 영향은 없다.” 고 공언한 뒤 “두 개의 투어를 함께 뛰려면 체력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한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부원은 2010년까지 인슐린 주입기를 달고 경기에 임했다. 이후부터는 인슐린 주입기를 몸에서 떼어내고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혈당관리를 하고 있다. 그의 연습량은 일반 선수들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지구력과 체력이 떨어진 탓이다. 그래도 골프채를 손에서 놓지 않고 올 시즌 일본 시니어투어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딸(박상화.24)과 아들(박상준.21)에게 아버지로서 자랑스러운 모습과 꺼지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고 싶다는 박부원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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