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리에 올림픽 골프를 마치고 앨버타주 캘거리에 자리한 프리디스그린스 골프장에서 캐나다위민스오픈에 출전한 LPGA투어 선수들. 올림픽 은메달 리스트 리디아고를 비롯해 LPGA탑 랭커들이 참가해 우승을 겨뤘다. 리디아고는 작년 대회 우승자로 이번 대회 3회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는 다른 날씨로 다소 쌀쌀한 가운데 대회가 치러진 캐나다오픈에 대거 참가한 한국 선수들이 첫 라운드부터 많이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목마른 한국 선수의 승전보가 들려 오길 기대했다. 작년 리디아고와 끝까지 우승 경쟁을 펼치며 플레이오프에서 아쉬운 준우승을 한 스테이시 루이스는 올림픽에 이어 좋은 감을 이어가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이어 나갔다. 오랜 기간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는 스테이시 루이스는 올림픽을 앞둔 지난 8월 깜짝 결혼식을 올리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아직 신혼인 스
테이시는 이번 대회에 참가해 좋은 기운을 이어갔다. 홈그라운드인 캐나다의 브룩핸더슨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우승을 향한 집념을 불태웠다. 첫 날부터 브룩헨더슨을 보기 위해 많은 홈팬들이 골프장을 찾았다.
글 김백상 기자 사진 LPGA 홈페이지
주타누간은 8월 29일(한국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의 프리디스그린즈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며 최종 23언더파로 여유로운 우승을 차지했다. 김세영의 추격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시즌 5승째에 입맞춤을 했다. 메이저 대회 였던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이어 LPGA 투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이다.
우승상금 4억 2천만원 2000년부터 올해로 16회 째를 맞이한 캐나다위민스오픈대회는 상금 규모 또한 여느 대회보다 큰 메이저급 대회이다.
첫날부터 날씨로 인해 대회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언더파를 쳐 보이며 보는 이로 하여 많은 흥분을 자아냈다. 1라운드에서는 최운정이 깜짝 선두에 나서며 오랜만에 한국 선수의 우승을 기대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주타누간이 보여준 플레이는 불과 일주일 전에 무릎 부상으로 기권했던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주타누간은 지난 8월 17일 열린 2016 리우올림픽여자 골프 3라운드 도중 기권했다. 왼쪽 무릎 부상 통증 때문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주타누간은 부상 부위에 테이프를 감고 나왔지만, 완벽한 플레이에서는 부상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 라운드에 김세영과 전인지가 맹추격 했지만 끝내 역전을 이루진 못했다. 김세영이 19언더파로 4타 차 2위, 전인지는 18언더파로 3위에 올랐다. 최운정은 13언더파 공동 7위다.
김세영, 전인지, 아리야주타누간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 하지만…
마지막라운드 챔피언조는 주타누간, 김세영, 전인지로 이뤄졌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주간누간은 첫 홀부터 버디를 잡아내며 타수를 벌여나갔다.
주타누간은 4라운드 페어웨이 안착률 100%, 그린적중률 94.4%의 정교한 샷을 자랑했다. 4라운드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273야드로, 김세영과 전인지가 드라이버로 티샷을 할 때 주타누간은 2번 아이언이나 3번 우드로 그에 뒤지지 않는 거리를 냈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주타누간은 시종일관 흐트러짐이 없었다. 챔피언 조에서 한국 선수 김세영과 전인지가 주타누간을 압박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1번 홀부터 가볍게 버디를 성공시키며 출발한 주타누간은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우승을 향해 전진했다. 3번 홀에
서 첫 보기를 했지만 7, 8번 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선두자리를 유지했다. 이에 전인지도 7, 8번 홀 연속 버디로 따라갔지만 타수는 3타 차로 유지됐다.
드라이버 사용은 자제한 채 2번 아이언, 3번 우드로 티샷을 한 주타누간은 어김없이 페어웨이로 공을 보내며 안정감을 보여줬다. 김세영과 전인지가 드라이버로 공략해도 거리에서 전혀 손해를 보지 않았다. 정교한 아이언샷을 구사한 주타누간은 12번 홀 버디 후 20언더파까지 올라섰다. 김세영이 버디 6개를 낚으며 추격했지만 주타누간은 14, 15번 홀에서 2m 내 버디 퍼트를 연속으로 성공시키며 멀찌감치 달아났다.
한타가 아쉬운 상황에서 16번 홀 김세영은 3퍼트로 첫보기를 적으면서 추격의 동력을 잃어갔다. 주타누간과 타수는 순식간에 5타로 벌어졌다. 승부의 추가 주타누간 쪽으로 급격히 기운 순간이었다. 주타누간은 16, 17번 홀에서 15m 이상의 먼 거리 퍼트를 남겨 위기상황에 부딪혔지만 부드러운 터치감으로 1m 내에 붙이며 타수를 잃지 않았다. 주타누간의 캐디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울 정도로 티샷에 이어 환상적인 퍼트감을 선보였다.
막판 김세영이 17, 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하며 추격의 불씨를 살려 보았지만 상황을 뒤집기엔 남은 홀이 부족했다. 결국 최종일 무결점 플레이를 펼친 주타누간은 18번 홀에서 3m 버디까지 성공시키며 대회 최소타 타이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주타누간은 “특별한 한 주다. 올해는 우승을 겨냥하는 게 아니라 코스에서 행복해지려고 하고 있다.” 고 소감을 밝혔다.
김세영도 최종라운드서 버디 8개, 보기 1개를 올리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지만 주타누간을 앞서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JTBC 파운더스컵과 마이어 클래식에 이어 올 시즌 3번째 우승을 노렸던 김세영은 6번째 톱10에 오른데 만족해야만 했다. 전인지는 최종성적 16언더파 270타의 성적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인지는 올해 톱10 진입 7차례 가운데 준우승 3차례, 3위 세 차례에 올라 팬들의 기대와 함께 아쉬움도 자아내고 있다.
한편 리디아 고는 최종성적 13언더파 275타를 쳐내며 미국의 앨리슨 리, 모 마틴과 함께 공동 7위에 머물렀다.
시즌 5승 째 리디아고 제치고 다승 1위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주타누간은 시즌 5승째를 수확하며 4승의 리디아고(뉴질랜드)를 제치고 다승 선두로 나섰다. 우승 상금 33만 7500달러를 받은 그는 시즌 상금도 207만 달러로 늘려 올시즌 리디아고에 이어 두번째로 상금 200만달러를 돌파했다.
주타누간은 18번홀에서 2m짜리 버디를 성공시켜 2014년 유소연(26·하나금융)이 세운 대회 72홀 최소타 타이기록까지 덤으로 챙겼다. 주타누간은 "매번 그렇듯이 경기를 즐기려 했다. 지금 행복하다." 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쭈타누깐의 공식 인터뷰.
-우승 소감은. 특별한 전략이 있었나?
"행복하다. 코스에서 행복하게 경기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걸 컨트롤할 수 있었다. 이번 주 내내 티샷이 좋았고 아이언도 지난 주보다 나아졌다."
-대회 전 코스가 잘 안 맞는다고 말했는데.
"그랬다. 하지만 1라운드를 치르고 난 뒤엔 코스가 내게 좋다고 느꼈다. 6언더파도 치지 않았나. 1라운드 이후 코스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올림픽 기권이 실망스러웠을 텐데 어떻게 한 주 만에 극복했나?
"올림픽을 기권한 뒤엔 무릎이 아파서 그냥 쉬고 싶었다. 하지만 캐나다에 오니 경기할 수 있을 것 같았고, 1라운드도 괜찮았다. 이곳의 모든 것이 좋았다. 좋은 느낌을 받았고 캐나다에 다시 오고 싶다."
-5월에 첫 승을 거둔 이후 벌써 5승이다. 4개월 간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
"첫 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는 세계랭킹이나 우승에 신경 쓰지 않게 됐다. 3연승을 하고 나서는 길을 벗어난 느낌이었다. 많은 팬들이 잘하기를 원했고 기대감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코스에서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것이 가장 큰 열쇠다."
-그 전까진 그렇지 않았나?
"그런 적이 있었다. 컷 통과를 하고 싶었고, 우승이나 톱10을 기록하고 싶었다. 모든 것이 안 좋아졌고 나아 지지도 않았다. 그 후엔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마음 먹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골프를 치면서 행복한 것뿐이다."
-(쭈타누깐의 활약이)태국에선 어떤 영향을 미칠까?
"포나농패트럼이나 언니의 경기를 보면서 자극 받았다. 나보다 먼저 LPGA투어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 (나는) 태국 선수들도 LPGA투어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태국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6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