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름의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요즘 우편물이라고는 세금과 카드이용료가 전부인데 손 글씨로 정성스럽게 쓴 모 골프장에서 온 편지가 반가웠다. 봉투를 뜯어 내용을 읽은 뒤 한참 동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얼마 전 필자가 강의차 다녀온 골프장에서, 그날 교육을 받은 직원이 보낸 편지였다. A는 설레는 마음으로 골프장에 입사했으며, 골프장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골프장은 어느 정도 여유 있고 사회적 위치가 있는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정작 입사하고 보니 청소하고 있는데 침을 뱉고 휴지를 버리고, 심지어는 욕까지 하더라며 계속 다녀야 하는지 조언을 듣고 싶다고 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젊은 30대 내외 골퍼들이 출입하면서 더 시끄럽고, 더 지저분하고, 더 예의가 없어 갈등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가을 수도권 A골프장 라커에 근무하는 직원의 하소연이 생각났다. 수건으로 구두를 닦고, 휴지통에 침을 뱉고, 통로에 다리를 쫙 벌리고 앉아 비키지 않고, 큰 소리로 통화하고, 샤워하면서 옆 사람에게 비눗물 튀기고, 심지어 탕 안에서 용변을 보는 골퍼도 있다고 했다. 로비에선 “사장이 바뀌더니 잔디가 나빠졌다, 신임 사장이 재수가 없는 것 같다, 시정하지 않으면 회장한테 말해서 자르겠다”는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린단다.
일본은 민폐 끼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나보다 남을 더 배려하려는 것인데 이를 메이와쿠 문화라고 한다. 일본인은 세쿠하라(セクハラ·성희롱, 성차별), 에이하라(エイハラ·직장에서 중년을 나이로 차별하는 행위), 스메하라(スメハラ·냄새로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특히 조심한다.
일본에서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백팩을 반드시 앞으로 메거나 들고 탄다. 우린 아직도 뒤로 백팩을 메고 타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예의와 교양을 지닌 사람이 더 많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곤 한다. 특히 룰과 매너가 강조되는 골프장에서의 공공예절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골퍼의 가장 큰 덕목, 아니 기본은 에티켓과 룰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이 시퍼렇게 서면 자신도 그 칼날에 베일 수 있다.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분이 일부 몰지각한 골퍼들 탓에 그만둘까 고민한다는 것은 너무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월간 골프가이드 2017년 5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