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26, PXG)이 6월 18일 충남 태안에 위치한 현대더링스 골프장(파72 / 7,158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카이도시리즈 '2017 카이도 골든 V1 오픈(총상금 3억원, 우승상금 6천만원)'에서 연장 혈투 끝에 우승을 차지하며 투어 데뷔 8년 만에 달콤한 우승을 맛봤다. 최종합계 17언더파로 김승혁과 공동선두를 이룬 그는 연장 첫 홀에서 파를 잡아내 보기를 범한 김승혁을 따돌리며 지난 주 패배에 설욕했다.
- 이정환, 김승혁 2주 연속 연장 혈투…같은 선수끼리 2주 연속 연장 승부는 KPGA 사상 처음
- 올해부터 친동생과 호흡 맞추며 쾌조의 성적 이어가…심리적 안정감 찾아
- 이정환, 이번 우승으로 제네시스 포인트 부문 1위로 껑충
올 시즌 동생과 호흡하며 시즌을 시작한 이정환은 2010년 프로 데뷔 이후 66개 대회 만에 감격적인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정환은 1라운드부터 마지막 4라운드까지 ''와이어투와이어' 끝에 정상에 올랐다.
대회 마지막 날 이정환은 챔피언조에서 2위 그룹에 3타 앞선 단독 선두로 경기를 시작했다.
3라운드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김승혁(31), 박은신(27)과 또 다시 동반 플레이를 한 이정환은 1번홀(파4)에서 버디로 기분 좋게 경기를 이끌어갔다. 2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낚아 타수를 줄여나갔지만 김승혁이 1번홀부터 3번홀까지 세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이정환을 압박했다.
이정환이 5번홀(파5)과 7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며 전반 9개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한 사이 박은신(27)이 3타를 줄이며 이정환과 공동 선두에 올랐고 김승혁이 1타 차로 따라 붙으며 승부는 안개 속으로 가는 듯했다.
그러나 10번홀에서 박은신이 파에 머문 사이 이정환과 김승혁은 나란히 버디를 잡아냈고 이정환은 김승혁과 박은신에 1타 앞선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후 세 선수는 15번홀까지 파 행진을 벌였고 16번홀(파5)에서 이정환이 다시 버디를 잡아내며 파를 기록한 김승혁과 박은신에 2타 앞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정환은 17번홀(파4)에서 티샷이 해저드로 가며 보기를 범해 버디를 잡아낸 김승혁에게 동타를 허용했고 마지막 18번홀에서 승부를 내지 못해 두 선수는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연장 승부에 접어들었다.
지난 주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에서 연장전을 펼친 이후 2주 연속 연장 승부를 펼치게 된 것이다.
같은 선수가 2주 연속 연장 접전을 펼친 것은 KPGA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8번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 첫 번째 승부에서 이정환은 무난히 파를 잡아냈지만 지난 주 연장전에서 이정환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김승혁의 2m 파 퍼트가 컵을 돌고 나오며 대단원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정환은 두 팔을 들고 환호했고 김승혁은 이정환에서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이정환은 경기 후 “사실 이번 대회에서 오늘 경기가 제일 풀리지 않았다.” 며 토로한 뒤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7번홀에서 보기를 하면서는 어지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타수 차이가 있으니까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 오늘이 할머니 생신이셨는데 힘들 때마다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힘을 냈다.” 고 말했다.
김승혁 선수와 2주 연속 연장 승부를 펼친 것에 대해서는“승혁이형이 신경쓰이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사실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고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동반자라는 생각이 먼저다. 지난 주에 경기에 졌다고 형을 싫어하거나 그런 것은 전혀 없다. 이번에도 재미있고 즐겁게 치자고 생각했었다.” 고 밝혔다.
이어 “2010년 투어에 데뷔해 우승하기까지 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사실 그 동안 샷이 안됐거나 입스가 온 게 아닌데 골프가 잘 되지 않아 힘든 시기를 겪었다. 중국에서 PGA투어 차이나를 경험하면서 한 단계 성장한 것 같고 힘들 때마다 가족이 큰 힘이 됐다.” 고 전했다.
이정환의 동생(이정훈.23)이 올해부터 캐디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이정환은 동생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해 우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동생이 골프를 잘 모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동생과 워낙 친해서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심적으로 편안하고 큰 힘이 된 것 같다 9월에 동생이 학교에 복학하는데 학비는 내가 내줄 계획이다.” 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앞으로 목표에 대해서는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다. 끝이 아니다. 앞으로 우승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아직 상반기다. 하반기에 큰 대회들이 많이 남아 있다. 내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빨리 확인하고 싶다.” 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주 연속 우승을 노렸던 김승혁은 연장전에서 2m 파 퍼트를 성공시키지 못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생애 첫 우승을 노렸던 박은신은 마지막 18번홀에서 4m 버디 퍼트를 실패하며 연장 승부에 합류하지 못하고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7년 6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