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로 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⑤-도널드 트럼프
한은혜 2017-08-04 18:27:24

한국 시간으로 지난 1월 21일 미 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했다.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 가장 골프를 좋 아하고 잘 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 다. 그것에 대한 방증은 트럼프는 미국과 유럽에 최고급 골프장을 17개나 소유하고 있고, 골프를 매 우 즐기는 골프광이란 점이다. 트 럼프의 핸디캡은 2.8 정도에 드라 이버샷 비거리도 280야드를 훌쩍 넘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해 연말 트럼프는 ‘골프 황제’ 타이 거 우즈와 골프를 치며 골프에 대 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31일에는 플로리다 주에 소유하고 있는 골프장에서 75타를 치며 골프 실력을 뽐내기 도 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과연 어떤 스타일의 골퍼일까? 그의 골 프 스타일을 통해 지금껏 그의 행 보를 분석해보자. 글 방제일 기자

 

 

1946년 6월 14일 생인 트럼프는 올해 한어 부동산과 골프장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그리고 무엇이든 자신이 가는 길이 옳으면 자신이 말하는 것이 곧 진리라고 믿는 그의 태도는 골프에도 고스란히 나타 나 있다.

 

  트럼프와 같이 골프를 즐긴 이들에 따르면 트럼프의 평 소 언행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의 골프 매너는 ‘사기 골프의 대가’라는 평가가 있다. 트럼프와 골프를 쳐본 몇몇 유명 인사들은 트럼프가 라운드 도중 일명 ‘알까기(경기 중 자신의 공이 이탈했을 때 동반자 들 몰래 다른 공을 꺼내 치는 행위’를 즐겨 사용할 뿐 아니라 다양한 비매너 플레이를 즐긴다는 말했다. 그들 의 말을 모두 신뢰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트럼프의 이미 지를 보면 이는 안 봐도 충분히 짐작 가능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골프 실력은 ‘리얼’이라고 전해진다. 먼저 그의 골프에 대한 열정 자체가 남다르다. 또한 72 세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건장하고 거구를 자랑하는 트럼프는 지난 2005년에 ‘트럼프, 지금 까지 받아온 최 고의 골프 레슨’라는 책을 발간한 적도 있다. 뿐만 아니 라 그는 강한 그립과 히프를 돌리는 몸통 스윙을 무척 이나 잘하면 뛰어나 벙커 샷과 발군의 퍼트 실력을 자 랑한다. 

 

미식축구와 야구도 즐겨 하는 트럼프의 건장함과 건강 함의 비결은 단연 성공에 대한 몰두다. 트럼프는 성공 을 위해 죽을듯한 노력과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당한 것은 반드시 돌려줘야 한 다는 것이 트럼프의 평소 지론이다. 이런 성격 이 골프장 운영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트럼 프는 전설의 골퍼인 벤 호건과 마찬가지로 어려 운 코스가 위대한 코스라 생각한다. 따라서 그 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숱한 비판과 근거 없는 비난에도 자신 의 길을 묵묵히 걸었기 때문이라 설명할 수 있 다. 실제로 그는 미국 언론의 극성스러운 비판 에도 여전히 거친 입담으로 반격했다. 그가 만 약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고 타협했다면 지금 백악관의 주인은 트럼프가 아닌 다른 이였을 것이다. 골프에도 이런 트럼프의 스타일이 고스 란히 반영돼 있다.

 

 

트럼프에게 골프는 아름다움 그 자체

 

트럼프는 일찍이 골프에 대해 “골프는 아름다 운 경쟁이다. 무엇보다 골프가 매력적인 것은 골프장에서 멋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 한 바 있다. 트럼프에게 골프는 경쟁과 즐거움 을 의미한다. 그는 좋은 골프장인데도 불황 등 으로 인해 가격이 떨어진 골프 코스를 사서 리 노베이션하고 트럼프라는 이름을 붙여 세계 최 고의 골프장으로 만들어 업그레이드했다. 트럼 프의 베스트 코스는 메이저 대회 디 오픈을 4회 개최한 스코틀랜드의 턴베리다. 역사와 전통 도 깊으며 풍광도 뛰어난 코스다. 트럼프는 부 동산 개발업자답게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구매 했다.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는 트럼프가 이 골 프장과 리조트를 6300만 달러에 샀는데 이전 소유주인 두바이 정부가 산 금액 보다 3000만 달러 싸게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기 도 했다. 이 골프장과 리조트를 리노베이시원 해서 트럼프 턴베리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브리티시 여자 오픈이 이곳에서 열렸다. 트럼프는 대회 중 자신 의 이름이 크게 쓰인 헬리콥터를 타고 나타나 곧바로 착륙하지 않고 대회장 상공을 두 바퀴 돈 뒤 호텔 전용 주차장에 내렸다. 그는 선수들에게 “여러분은 최고의 코스에서 열리는 최고의 대 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아일랜드 남서부 바 닷가의 명문 코스인 둔벡도 트럼프가 사들였다. 그렉 노먼이 설 계했고 역시 세계 최고 골프장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스코 틀랜드 에버딘에도 호화롭고 웅장한 코스를 만들었다. 미국에 서 트럼프의 최고 코스는 ‘블루 몬스터’라고 불리는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인근의 도랄 리조트다. 역시 ‘트럼프 도랄로’ 이름을 바꿨다. 월드 골프 챔피언십 캐딜락 챔피언십이 열리는 곳이다.  1962년부터 도랄 오픈이라는 이름으로 PGA 투어 대회가 열 린, 골프계에서는 중요한 코스다. 뉴저지 트럼프 내셔널은 2022 년 PGA 챔피언십 개최지로 예정되어 있다.

 

트럼프의 외국인 비하 등 막말 파문이 일어나면서 트럼프의 골 프장들도 서리를 맞고 있다. R&A는 '트럼프라는 이름이 골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턴베리 골프장에서 디 오픈을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LPGA 투어 커미셔너 마이크 완도 “트럼프 골 프장에서 개최된 브리티시 여자 오픈은 (대회장을 바꿔야 했지만) 개최가 임박해 어쩔 수 없이 대회를 치렀다"라고 후문 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 PGA 투어도 트럼프 도럴 골프장 에서 개최된 캐딜락 챔피언십 대회 장소를 변경할 방침이 라고 밝혔다. 미국 PGA(PGA 투어와는 다른 조직)도 트 럼프 골프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그랜드슬램 골프를 취 소했으며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 개최지도 변경할 의사를 보였다. 그의 골프장이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두바이에 짓고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과 트럼프 월드 골 프 클럽은 건설을 중단한 상태다. 특히 트럼프 월드 골프 클럽은 타이거 우즈가 디자인했는데도 개발이 중단됐다.

 

 

사기 골퍼인가, 진정한 골프광인가의 논란에 휩싸인 트럼프

 

트럼프의 미국 내 골프장도 사정은 그가 취임한 후 점차 기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트럼프와 가끔 라운드를 함 께 하는 영화배우 사무엘 잭슨은 “트럼프가 나도 모르게 트럼프 골프장의 회원으로 가입시켜놨다”고 주장했다. 그 는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 고지서가 날아왔다. 내가 거기 가 본 게 4~5년 전이다. 무슨 일이냐 했더니 연회비 를 내지 않았다는 거다. 아마 트럼프가 나를 그 골프장 회원에 끼워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나는 전혀 몰랐다. 돈 을 내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골프 실력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 본인의 주장 이다. 그는 60대 타수를 여러 번 쳤다고 했다. 특히 꽤 어 려운 트럼프 팜비치 골프장의 아마추어 최저타 기록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블루 티에서 66타라는 거다. 트럼프는 “오바마와 골프로 겨룬다면 쉽게 이길 것”이라 고 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될 것으로 보인 다. 그가 속임수를 쓴다는 증언이 여럿 나왔다. 사무엘 잭슨은 “트럼프와 당신 중 누구의 골프 실력이 더 좋은 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속이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속인다는 말이다. 미국의 유명 스포츠 저널리 스트인 릭 라일리는 트럼프와 함께 골프 라운드를 한 후 “그의 속임수를 1부터 10까지의 점수로 표현하면 11에 해 당한다”고 표현했다. 그는 “트럼프는 자기 혼자서 본인에 게 컨시드를 주고 공을 2개 쳐서 좋은 공의 스코어를 카 운트한다"라고 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트럼프의 골프 친구 몇몇의 증언 을 토대로 비슷한 보도를 했다. 이른바 ‘알까기’를 하며 스코어를 속이는 일이 너무나 많아서 함께 라운드 하는 사람까지도 스코어를 속이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트럼프는 이런 속임수 증언들에 대해 모두 강력 부인했다.

 

트럼프가 이렇게 ‘사기 골프’를 친다는 오명을 쓴 것 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트럼프와 골프를 쳐보지 않 은 이상 알 길이 없으나, 이런 오해를 받는 것에는 평소 트럼프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거 침없는 언행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따라서 그의 골프 실력을 두고 말이 많은 것도 트럼프의 성향이 반영돼 나온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최근 트럼프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골프 회 동을 가졌다. 이들은 지난 2월 10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가지고 난 후 전용기를 타고 트럼프의 초호화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 주 팜비치로 향했 다. 트럼프 못지않게 골프 마니아로 알려진 아베 총리는 아베 총리는 자신의 스코어를 '국가기밀'이 라고 밝혀왔으나 평균 90~100타 정도의 성적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베가 선물로 준 금색 혼마 드라이버를 가 지고 나왔으며, 골프채 선물에 대한 화답으로 아 베에게 각종 골프 의류를 선물했다. 두 사람은 ‘골 프’로 의기투합했다.

 

평소 부유한 이미지답게 라운드 비용은 트럼프가 개 인 비용으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내면 트럼프에 대한 정치헌금이 될 우려가 있었고, 미국 정부가 내면 국민 세금으로 트럼프 영업장에 지 불하는 것이게 문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 프는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성공 한 비즈니스맨이니만큼 자신이 비용을 지불하며 언 론과 국제 사회의 비판에 대한 문제를 피해 간 것이 다. 결과론적으로 트럼프는 아베에게 라운드 비용을 내며 자신의 냉철한 협상가 이미지를 이어나갔다. 한 편, 이 둘의 회동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어니 엘스 가 함께 했다. 엘스는 트럼프와 골프를 쳤다는 이유 로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런 비판에 대해 엘스는 “주변의 많은 친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다”라며 “친구들이 내게 권력에 아부했다는 등의 말 로 마음을 상하게 했다"라고 말하며 이 같은 비판에 “나는 대통령과 라운딩을 해봤고, 너는 라운딩을 못 했잖아”라고 되받아쳤다고 말했다. 이어  엘스는 트 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골프 스타일을 비교해 눈 길을 끌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제대로 된 골퍼다. 스윙도 적절하고, 아이언샷도 올바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엘스는 “아베 총리의 골프 스타일은 다르다. 공을 멀 리 보내지 않고 똑딱이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의 골프 실력에 대해 엇갈리듯 앞으로 트럼프의 행보도 이 와 같이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7년 8월 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
원포인트 레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