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대회’ 남녀 카이도 시리즈 with 서경타니 CC
한은혜 2017-08-08 18:15:42

강경남·박신영, 남녀 프로골프 ‘한 지붕 두 대회’ 우승

 

지난 7월 중순에는 지금껏 한국프로 골프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펼쳐졌다. 2000년 대 이후 한 골프장 다른 코스에서 남,녀 프로골프 투어가 진행된 것이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광경이다. 진풍 경은 경남 사천 서경타니C.C에서 연 출됐다. KPGA 투어는 5차 카이도 시 리즈 ‘진주저축은행’ 카이도 남자오픈 with Blackcats’를 지난 7월 13일부터 나흘 간 서경타니CC에서 치렀고, KLPGA 투어도 14일부터 같은 장소 에서 사흘 동안 ‘카이도 여자오픈 with 타니CC’를 개최했다. 비록 이번 대회 들이 36홀 코스를 나눠 각각 치러지 지만(남자-청룡, 현무, 여자-백호, 주 작) 두 대회 코스가 붙어있고 참가자 모두 클럽하우스를 함께 쓰기 때문에 갤러리들은 한 장의 입장권으로 남녀 대회를 동시에 관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Editor 방제일 사진 KGT, KLPGA 제공

 

대회가 열리는 서경타니CC 관계자는 “남 자 골퍼들의 호쾌한 드라이브 샷과 여자 골퍼들의 아기자기한 샷을 동시에 감상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 된다”며 “최근 사천-진주 국가항공산업 단지와 경남혁신도시 조성으로 지역에 많은 골프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점을 감 안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무엇보다 300 여 명의 남녀 프로선수가 동시에 참가하 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대회 유치에 큰 힘을 실 었다. KPGA, KLPGA의 남녀 대회가 한 골프장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것은 꽤나 오래전 일이다. 2000년 대 이전에만 해 도 KLPGA 투어의 위상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KLPGA에 흥행 이나 규모가 밀리는 KPGA보다도 훨씬 더 열악한 환경이었다. 따라서 여자 대회 는 KPGA 투어 대회에 업혀 같은 장소에 열렸다. 당시 한국골프는 KPGA가 주도 하고 있었으며 KLPGA는 남자 Tee-off 가 끝난 뒤 여자부 경기를 시작했다. 이른바 KLPGA가 ‘셋방살이’를 하던 시절이 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2000 년 대 이후에는 KPGA와 KLPGA 모두 자 신의 타이틀을 걸고 대회를 열고 있다. 이 번 동시 개최는 '한국프로산업의 발전을 위 해서는 남녀 모두 균형적인 성장을 해야 한 다'는 한국프로골프협회 양휘부 회장과 카 이도 골프 코리아 배우균 대표의 의지가 적 극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도 골프 코리아 배우균 대표이사는 “주최사가 이익 추구만을 위해 따로 경기를 개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나무보다는 숲을 바 라보고 골프를 위한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갤러리들 또한 한 티켓으 로 남·녀 두대회를 동시 관전하기 위해 경 남 사천까지 손수 찾아와 대회를 만끽하는 분위기였다.  남자 선수들의 호쾌한 티샷 을 보고 나서 몇 걸음만 걸어가면 여자 선 수들의 우아한 스윙을 볼 수 있다. 클럽하 우스 앞 광장에는 선수들 스코어를 실시간 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형 LED 전광판 2 개를 설치해 남녀 대회를 각각 중계했다.

 

 

청룡·현무 코스, ‘남편과 아빠의 이름으로’ 강경남, 4년 2개월만에 통산 10승을 달성하다.

 

먼저 지난 7월 16일 경남 사천 서경타니C.C에서 청룡·현무코스(파 71.6672야드)에서 열린 진주저축은행 카이도 남자오픈(총상금 3억원)에 서 ‘승부사’ 강경남이 우승을 차지했다. 강경남은 군 입대 전인 2013년까 지만 해도 코리안투어 통산 9승을 거두며 배상문과 함께 다승자 순위 공 동 9위에 올라있었다. 그러나 군대 입대한 시간과 전역 후까지 4년 2개월 이란 긴 시간동안 투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우승 트 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강경남이 스스로 밝히길, 자신이 군대로 자리 비운 2년 동안 몰라볼 정도로 코리안 투어의 선수들의 기량 이 향상돼있었다고 말했다.

 

강경남의 말과도 같이 코리안투어 선수들의 기량은 부족하지 않다. 비단 미국이나 일본에서 남자 프로골 퍼들의 우승 승전보만 봐도 한국 남자골퍼들의 실력 을 가늠할 수 있다. 2년 간의 공백은 강경남과 다른 투 어 프로들과의 실력 격차를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 었다. 강경남은 처음에는 이 사실을 납득하지 못했다. 자신만의 골프 스타일을 고수했다. 하지만 번번히 우 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혼자서 수없이 우승을 위한 고 민을 날들을 보냈다. 그 후 강경남은 자신만을 위한 골프가 아닌 가족을 먼저 생각하며 골프에 집념했다. 과거와 달리 자신의 부진을 혼자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후부터 성격이 변하고, 마음이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성적도 덩달아 따라 왔다. 우승을 하지 못했을 뿐 투어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강경남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은 시간 문 제였을지도 모른다. 결국 4년 2개월의 시간만에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이 더욱 고무적이었던 것 은 개인 통산 10번째 우승이라는 것이다. 10번째 우승 까지 참으로 긴 시간이 걸렸다. 강경남은 힘들 때면 묵 묵히 뒤에서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아내를 생각했고, 이제 갓 8개월 된 딸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승 부사’라는 별명답게 불굴의 의지로 4라운드에서 황재 민을 꺾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컵을 들고서 조 용히 아빠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보며 이제 정말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됐다는 사실이 실감이 들었다.

 

 

백호·주작 코스, ‘5년차 무명’ 박신영, 생애 첫 승을 달성하다

 

4년 2개월만에 통산 10승을 달성한 강경남과 달리 백 호·주작 코스에서는 첫 우승의 기쁨의 눈물을 흘린 골퍼가 있었다. 프로 데뷔 5년, 111번째 출전한 대회 에서 마참내 정상의 자리에 오른 박신영이 그 주인공 이다. 박신영은 같은 장소 다른 코스인 백호·주작코 스(파72)에서 열린 카이도 여자 오픈에서 처음으로 우 승컵을 가슴에 품었다.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 5개 를 잡아냈고, 3라운드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그 동 안의 설움을 날려버리는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박신 영, 골프 기자에게도 골프 팬에게도 낯선 이름이다. 2013년 KLPGA 투어에 입문해 5년 동안 110개 대회에 꾸준히 출전했지만,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톱 10진입도 불과 4번 뿐이다. 5년 동안 정규 투어에서 시드를 지키지 못해 세 번이나 시드를 치 러야 했다. 올해도 13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컷 통과는 절반이 조금 넘는 7번뿐이었다. 박신영이 올 시즌 이 대회 직전까지 번 총 상금은 2886만 원이었다. 일반 회사원이라면 연봉 정도겠지만 투어 프로에게는 투어 경 비에도 못 미치는 돈이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상황은 확연히 달라졌 다. ‘위너스 클럽’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2019년까지는 이제 더 이상 벼랑 끝 승부인 시드전을 치루지 않아도 된다. 우승 상금 또한 1억 원을 받았다. 상금 순위도 76위에서 21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박신영은 우 승 후 인터뷰에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다시 시드전을 치르러 가지 않아 도 된다니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번 경남 사천 서경타니C.C에서는 여러모로 볼거리가 풍셩한 대회였다. 남녀 프로 투어를 한 장소에서 볼 수 있었던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 들도 즐비했다. 무엇보다 뜻 깊었던 것은 역시 각각의 우승자들이다. 오 랜 기다림 끝에 통산 10승을 달성한 강경남과, 마찬가지로 첫 승을 달성 한 박신영의 이야기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강경남도 박신영도 둘다 프로 골프 무대에서도 보다 좋은 활약을 펼쳐길 기대해 본다. 나아가 매년 이 렇게 남·녀 프로 대회를 한 군데서 볼 수 있는 대회들이 하나씩은 개최된 다면 갤러리의 편의와 투어의 흥행에 있어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본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7년 8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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