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금의환향,"슈퍼루키라는 별명이 제일 설레요”
한은혜 2017-09-07 18:01:44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첫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슈퍼루키 박 성현(24)이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을 마치고 8월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성현은 2016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7승을 올리며 상금왕과 다승왕, 최 저타수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연말 KLPGA 대상시상식에서 박성현은 “LPGA 투어 신인으로 서 초심으로 돌아가 시즌 1승과 신인왕을 목표로 세웠다.”고 말했다. Editor: BoBBie

 

 

영어가 제일 힘들어요...

 

박성현은 바람대로 LPGA 투어에 성공적인 적 응을 했지만 여전히 미국 생활에서 언언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다. 귀국 인터뷰에서 박성현은 “골 프 코스에선 많은 용어가 영어이다 보니 별로 답 답한 게 없지만, 실생활에서 답답함을 많이 느낀 다. 언어장벽이 힘들다.”고 밝혔다. 또 “정말 힘들 고 불편한 점이 있는데, 영어가 부족해 얘기 못 하고 그냥 넘어갈 때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놨 다. 박성현은 지난 2월 KEB하나금융 후원 계약 조인식에서도 영어 공부의 어려 움을 토로했다. 당시 박성현은 “영어의 ‘영’자만 들어도 스트레 스를 받는다. 제가 언어적인 능력 이 이렇게 떨어지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장에서는 캐디 데이 비드 존스 덕에 큰 불편한 점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성현은 “제가 구체적인 내용의 대화가 잘 되진 않지만, 짧은 영어로 하는 말을 데이비드가 잘 알아 듣는다.”며 “함께 하면 편하다.”고 설명했다.

 

“다시 한 번 우승을 해서 그 기분을 또 느껴 보고 싶다.”

 

새로운 캐디 데이비드 존스과는 함께 한지 약 두 달 째다. 미국 진출 당시 박성현은 베테랑 캐디 콜 린 칸과 투어를 시작했지만 지난 5월 7개 대회를 함께 한 후 결별했다. 이후 임시 캐디 크리스 매칼 몬트와 5월 한달 간 함께 하며 캐디 선택에 신중한 자세를 보였던 박성현은 데이비드 존스를 캐디 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은 적중했다. 약 한 달여 만에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박성현 은 “시즌 초반 제 플레이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속 상하기도 했는데, 데이비드로 교체하고 나선 그분 이 저의 공격적인 면이나 스타일을 많이 살려주 는 것 같다.”고 캐디 교체 후 장점을 설명했다. 미 국 음식에 대해 박성현은 “너무 잘 먹어서 살을 빼야 할 정도다. 식사는 주로 한식으로 챙겨 먹 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 특별한 취미생활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쉴 때는 애완견과 산책하고 놀러 다니며 지낸다.”고 말했다. 박성현 은 올시즌 남은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대 회 준비에 대해 “작년에는 에비앙 대회에 나갈 때 자신이 없었다. 코스도 어렵고 까다로워서 걱 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정말 좋은 성적으로 대회 를 끝냈다. 올해도 솔직히 같은 마음이다. 항상매 대회 때마다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며 각오를 밝혔다.

 

“이번 시즌 남은 대회에서 1승을 더하고 싶 다.”는 그녀의 바람대로 남은 올 시즌 메이 저 챔프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박성현 US여자오픈 우승, 그 숨겨진 뒷이야기 - JTBC 골프채널

 

박성현(KEB하나은행)과 함께 포즈를 취 하고 있는 사진 속 낯선 노인의 이름은 미 국골프협회(USGA)의 장인 더그 리처드슨 (미국)이다. 그는 박성현이 번쩍 들어 올렸 던 US여자오픈의 우승 트로피에 박성현의 이름 석 자를 직접 새긴 장인이다. 박성현 은 자신의 이름이 우승컵에 더해지는 장면 을 15분간 숨죽이며 지켜봤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박세리 등 전설들의 이름 옆에 박성현의 이름도 자리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리처드슨은 한 땀 한 땀 정성 을 담아 작업을 진행했다. 그는 “이렇게 수 작업으로 금속을 깎아내야 오랜 시간이 지 나도 벗겨지거나 지워지지 않는다.”며 작업 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35년 동 안 USGA 우승자들의 이름을 새기는 일을 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의 이름도 직접 넣었다.”고 소개했 다. 리처드슨은 US여자오픈을 정복했던 한국 선수들의 이름 새기는 작업 역시 모 두 도맡았다. 1998년 박세리부터 시작해 김주연(2005), 박인비(2008, 2013), 지은 희(2009), 유소연(2011), 최나연(2012), 전 인지(2015), 박성현(2017)의 이름은 모두 리처드슨의 손에서 탄생했다. USGA 관계자는 “이런 작업을 직접 지켜본 건 한국 선 수들 중 박성현이 처음”이라며 특별한 순간 임을 재차 강조했다. 박성현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줄곧 신기하게 지켜봤다. 그는 “직접 이름이 새겨지는 작업을 목격하니 기분이 묘했다. 전설들 옆에 내 이름을 넣 을 수 있어서 영광이고 믿어지지 않는다.” 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실 우승컵에 이름이 새겨지는 작업은 늦 어졌다. 시상식과 공식 인터뷰가 모두 끝난 뒤 진행됐다. 그래서 박성현이 그린 옆 포 토존에서 우승컵을 들고 찍었던 사진에는 아직 박성현의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상태 였다. 박성현이 자신의 이름이 있는 우승 트로피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시점은 경기 가 끝난 2시간 뒤였다. 우승컵의 이름 새김 작업 이후 박성현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바로 ‘사인 세리머니’였다. 이제 본인이 직 접 이름을 새길 차례였다. 우승자들은 그해 대회를 기념하기 위해 깃발과 모자 등에 수많은 사인을 한다. 한국에서 박 성현도 수없이 경험했던 절차였다. 박성 현은 자신이 기다리고 있는 깃발과 각종 기념품을 쓱 훑어보더니 “한국보다 더 하네”라고 짧게 내뱉었다. 끝이 없는 사 인 세리머니가 20여 분간 이어졌지만 박성현은 기분 좋은 마음으로 끝까지 정성껏 새겼다.

 

 

우승 후 그녀는 뜨거운 눈물을 쏟아 냈다. ‘미국에 오지 않았어야 했나…..’

 

2017년 US여자오픈은 미국 뉴저지주 베 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 렸다. 골프장 소유주인 도널드 트럼프 미 국 대통령이 3일간이나 머물며 관전해 큰 관심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박성 현의 우승에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박성현은 “18번 홀 플레이를 끝나고 스코어박스로 걸어가다 트럼프 대통령과 눈 이 마주쳤다. 저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주 는데 기분이 짜릿했고, 영광이었다”고 회 상했다. 박성현의 뜨거운 눈물도 화제였 다.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박성현은 어머 니와 함께 그 동안 참아 왔던 눈물을 왈 칵 쏟아냈다. 박성현과 어머니 이금자씨 는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동안 울었다. 방 송 중계사인 폭스TV에 공식 인터뷰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감정이 북받쳐 올랐 던 박성현은 인터뷰장 입구에 들어서기 전 눈물을 멈추고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 해 한동안 숨을 골라야 했다.

 

어머니에 대한 마음은 애틋하다. 박성현 은 “원래 사이가 좋고 다투는 일도 없었 는데 미국에 와서 좀 부딪혔다. 어머니가 잔소리가 없는 편인데 괜히 저 때문에 고 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래서 ‘미국에 오지 않았어야 했나’ 하는 회의감마저 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 어 그는 “저는 괜찮은데 어머니는 음식이맞지 않아 잘 못 드신다. 딸로서 그런 부 분들이 마음 속에 계속 걸렸다”고 눈시 울을 붉혔다. 박성현은 “어머니가 ‘잘했고 수고했다’는 말 다음에 ‘미안하다’고 애기 하셔서 눈물이 났다. 저도 ‘감사하고 미 안하다’고 말했다”며 애틋한 감정을 표현 했다. 우승 후 모든 일정을 소화하자 밖 은 이미 칠흙 같은 어둠으로 덮였다. 현 지 시간으로 9시가 훌쩍 넘어서 모든 일 정이 끝났다. 하지만 우승 식장 밖에는 반가운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성현 의 ‘사부’ 박성주 코치였다. 박 코치는 US 여자오픈에 맞춰 지인을 만나고 대회를 구경할 겸해서 베드민스터를 찾았다. 특 별한 레슨을 해주기 위해 온 건 아니었지 만 누구보다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박성 현은 미국 진출 선언 후 브라이언 모그 (미국) 코치와 호흡을 맞췄다. 잠깐 잠깐 레슨을 받았을 뿐 전담 스윙코치는 아니 었다. 그래서 박 코치는 부담없이 곁에서 박성현의 연습 장면을 지켜봤다.특별한 조언은 없었지만 그저 옆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박 성현에게 큰 힘이 됐다.

 

박성현은 “박성주 프로님이 옆에 있어서 든든하고 제 자 신에 대한 믿음이 더 생긴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박 프로님과 함께 투어 생활을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박 성현은 당초 US여자오픈 다음 대회가 열리는 오하이오주 로 곧바로 이동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승 일정으로 시간 이 지체돼 비행 일정을 다음 날로 미뤄야 했다. 숙소로 돌 아간 뒤 어머니, 박성주 코치와 함께 조촐한 우승 축하 파 티를 했다. 박성현은 고대했던 LPGA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지만 세리머니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박성현이 챔피언 조 바로 앞 조에서 경기를 했기 때문에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했던 부분도 있었다. 박성현은 “캐디와 우승을 하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까 여 러 가지를 얘기했다. 조던 스피스가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때 벙커샷 버디 성공 후 캐디와 했던 세리머니를 할까라 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며 “하지만 결국에는 어떤 세리머 니를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박성현은 항상 그랬듯이 가족 같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우승 뒷이야 기를 하며 환상적인 하루를 마무리했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7년 9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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