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LPGA 정규투어 총결산
한은혜 2017-12-04 18:41:49

KLPGA 정규투어가 지난 11월 12일 끝난 ADT 캡스 챔피언십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15년 전인지, 2016년 박성현이 LPGA로 떠났지만, 이번에도 새로운 스타플레이어가 탄생하며 KLPGA의 인기를 이어 나갔다. 올해 총 31개 대회, 총상금 209억 원 규모로 열린 KLPGA 정규 투 어는 지난해 열렸던 32개 대회 중 1개를 제외한 모든 대회의 스폰서가 2017년에도 대회 개최를 결 정했다. 이번 2017 KLPGA 정규 투어의 키워드는 ‘핫식스’, ‘지현 전성시대’ 그리고 ‘아마추어의 반 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세계 여자 골프계를 주름잡고 있는 대한민국 골프여제들의 산실이나 다름없는 KLPGA는 매년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 늘 화제가 된다. 과연 이번 2017 시즌 KLPGA 정규투어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자. editor 방제일 photo KLPGA 제공

 

‘핫식스’ 이정은6, KLPGA 8번째 전관왕이 되다

 

올해 초 박성현이 LPGA로 떠나면서 KLPGA는 무주공산이 됐다. 춘추전국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번 시즌에도 KLPGA에는 새로운 전관왕이 탄생했다. 바로 ‘이정은6’다. 대개 선수 옆에 숫자가 표기된 경우는 동명의 선수 가 KLPGA에 등록돼 있는 경우다. KLPGA에는 지금까지 이정은6 외에도 다섯 명의 ‘이정은’이란 이름을 가진 선수 가 있었다. 그러나 흔한 이름처럼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핫식 스’ 이정은6은 평범한 이름과 달리 특별 한 ‘이정은’이 됐다. 이정은6은 올해 KLPGA 정규 투어에서 한 라운드 최저 타수인 12언더파 60타를 치면서 역대 최소타 신기록을 작성하는 등 빼어난 성 적을 거두었다. 14년 전인 2003년 파라 다이스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전미정이 기록한 11언더파 61타 기록에서 1타를 줄인 것이다. 난공불락과 같았 던 전미정의 기록이 깨진 것을 보면 서 모두들 예상 밖이라 평가했다. 이 런 기록에 맞게 이정은6은 KLPGA 4개 타이틀을 모두 휩쓸며 전관왕을 차지했다. 먼저, 대상포인트 691점을 기록한 이정은6은 2위인 김해림(422 점)을 크게 제치고 이 부문에서는 일 찌감치 1위를 확정했다. 상금 랭킹에 서도 2위인 김지현(7억 8997만 2341 원)을 3억 원 이상 앞서며 상금왕에 올랐다.(이정은6의 올해 총 상금은 11억 4905만 2534원이다.) 시즌 4승 의 다승왕, 평균타수 1위까지 개인 타이틀을 석권했다. 전관왕은 다승 왕 시상이 시작된 2006년 이후 총 8 번 나왔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신지애가 전관왕을 차지했 다. 이후 2009년 서희경, 2010년 이 보미, 2014년 김효주, 2015년 전인지가 각각 전관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지난해 박성현은 아쉽게도 대상을 고진영에게 넘기며 전관왕에는 실패 했다. 이정은6의 기록은 드러난 기 록보다 오히려 드러나지 않은 기록 이 더 빼어난 점이 있다. 특히 눈여 겨 볼 기록 중 하나는 ‘톱10’을 기록 한 횟수다. 이정은6은 올해 27개 대 회에 출전해 20개 대회에서 ‘톱10’을 기록했다. 꾸준했고, 기복 없는 플레 이를 펼쳤다는 뜻이다. 가장 저조한 기록은 마지막 대회였던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49위다. 이런 꾸준함은 이정은6의 가장 큰 장점이 다. 그녀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상금 을 수령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상금 왕과 대상을 확정지었다. 다승 부분 에서는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 다. 최종전을 치르기 직전까지 이정 은6은 4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 나 이정은6을 김지현과 김해림, 고 진영이 3승으로 쫓고 잇었다. 최소 공동 다승왕을 확보했다. 최종전 우 승컵이 지한솔에게 돌아가면서 이정 은6은 단독 다승왕이 되면서 전관 왕 기록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마지 막 타이틀인 평균 타수도 놓치지 않 았다. 대회 전까지 이정은6은 고진 영에 0.37타 차이로 앞서고 있었다. 고진영이 역대 최소타 신기록을 달 성하지 않는 한 뒤집히지 않는 차이 였다. 결국 이정은6와 고진영은 시 즌 최종전에서 나란히 1언더파 215 타 동타를 기록하며, 평균 타수 1위 도 이정은6이 거머쥐었다. 앞서 전 관왕에 차지했거나 전관왕에 가까 이 갔던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해 두 각을 나타낼만한 활약을 보였다는 것을 감안해볼 때, 이정은6의 미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KLPGA, ‘지현’ 돌풍이 시작되다.

 

‘이정은6’의 성인 ‘이’와 ‘정은’이라는 이름은 대한민국 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흔하디흔한 성과 이름이다. 이 정은6의 ‘정은’이란 이름만큼 ‘지현’이란 이름도 낯익 다. 올 시즌은 유난히 ‘지현’이란 이름을 가진 KLPGA 투어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현’이 란 가진 선수들이 KLPGA 정회원 가운데 모두 11명 으로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그렇다고 또 아주 많은 숫자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그런 ‘지현’들이 지 난 여름 5주 연속 KLPGA 정규투어에서 우승하면서 새삼 화제가 되었다. 먼저 ‘지현’ 돌풍의 서막을 연 선 수는 이지현2다. 이지현2는 지난 5월 열린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MY문영 골프단 소속의 이지현2는 지난 2014년 KLPGA에 입회했다. 2015 년 본격적으로 투어에 진출한 이지현2는 드라이버샷 을 앞세워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5월 둘째 주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를 하며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그 후 드디어 5월 마지막 주 열린 ‘E1 채리티 오픈’에서 기다리던 첫 우 승컵을 들어 올리며 ‘지현’ 전성시대의 물꼬를 틀었다. 이지현2가 시작한 ‘지현’ 돌풍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 은 롯데 골프단 소속의 김지현2다. 롯데 소속의 선수 답게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지 현2에 이어 2주 연속 ‘지현2’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 다. 동명의 한화 골프단 소속 김지현과는 한화 김지현 과는 1991년 11월 생으로 나이가 똑같다. 생일은 김 지현2가 12일 빠르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 김지현 은 함께 운동하며 좋은 동료이자 라이벌로 오랜 시간 을 함께 연습했다. 공교롭게도 이 두 ‘김지현’은 2009 년 6월 프로 입문도 함께했다. 이 두 ‘김지현’ 중 생일 이 빠른 김지현2에 숫자 ‘2’가 된 이유는 프로 테스트 성적에서 김지현2가 김지현에 한 타 부족했기 때문이 다. 그러나 투어에서 계속해서 ‘김지현2’라 불리었기 에 지금은 ‘김지현2’에 만족하며 애착을 가지고 있다 고 한다. ‘김지현2’의 우승에 자극을 받아서일까. ‘김지현’은 김 지현2가 우승한 바로 다음 대회인 S-오일 챔피언십 에서 바로 우승을 차지한다.

 

 

김지현은 자신이 김지현2에 한 타 앞서 김지현이 된만 큼 그 다음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 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다. 김지현2보다 8센티 가량 김지현이 크기에 ‘큰 지현’이라고 불리는 김지현은 당시 2주 연속 우승으로 3승에 가장 먼저 선착하면서 ‘지현’ 전성시대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실력에 기인한다는 것 을 증명한다.

 

4주 연속 계속된 ‘지현’ 돌풍에 방점을 찍은 것은 KB금 융그룹 소속의 오지현이다. 오지현은 연약하고 앳된 모 습과 달리 드라이버 거리가 250야드 가까이 되는 장타 자다. 오지현은 ‘지현’ 돌풍이 4주 연속 이어진 상태에 서 비씨카드·한경 레디이스 컵 대회에 출전했다. 앞서 이지현2, 김지현2, 김지현이 한 달 내리 우승을 차지했 기에 ‘지현’ 돌풍에 관한 관심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이 런 상태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오지현은 부담감을 가지 고 대회에 참가했다. 앞선 돌풍을 일으켰던 ‘지현’들이 일찌감치 우승권과 멀어지고, 오지현만 남았다. ‘지현’ 돌풍에 관한 의지이자 뚝심,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으로 서의 자존심이 오지현을 일으켜 세웠다. 나아가 거센 ‘지현’ 돌풍에 경쟁자들이 자멸하기도 했다.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오지현은 ‘지현’ 돌풍을 ‘5’주로 늘렸다.

 

 

‘아마추어의 반란’ 최혜진, ‘지현’ 돌풍을 잠재우다.

 

언제까지 계속될까 세간의 관심을 더했던 ‘지현’ 돌풍을 잠재운 것은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다. 난세에는 영웅이 난 다는 말과 같이 ‘지현’ 돌풍을 막아선 것은 이제 막 18세 가 된 학산여고의 최헤진이었다. 무더운 더위가 기승을 부 리기 시작할 7월 초, KLPGA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 픈에서는 ‘지현’ 돌풍이 기세를 이어갈 태세를 김지현이 보 이고 있었다. 간간이 폭우가 쏟아졌던 평창 버치힐CC에 서 ‘아마추어’ 최혜진이 김지현을 막아 세웠다. 그 뿐 아니 다. 최혜진은 파4홀에서만 이글 2개를 기록하며 65타로 코스레도크도 2타나 경신했다. 2015년 고진영이 세운 대 회 최소타기록인 203타도 넘어섰다. 김효주 이후 5년 만 에 아마추어 우승 기록도 세웠다. 이번 우승으로 내년 KLPGA 정규 투어 전 경기 출전권도 보장받았고, 만 18 살과 된 8월 말에는 롯데와 전속 계약을 맺으며 프로로 전향했다.

 

롯데그룹도 역대 신인 최고 대우를 해주면서 최혜진을 영입했다. 이런 역 대급 대우를 받았던 이유는 최혜진이 지현 ‘돌풍’을 잠재우고 아마추어 의 반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최혜진은 KLPGA 초정탄산수 용평리조 트 오픈 2주 후인 7월 중순께 역대 최대상금 규모로 치러진 2017 US여 자오픈에 출전했다. 최혜진은 마지막라운드까지 우승을 향해 순항했다. 그러나 통한의 16번 홀에서 무너지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우승은 박성 현이었다. 스포츠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최혜진이 우승했다면, 1967 년 캐서린 라코스테가 22세에 아마추어 최초로 US오픈에  서 우승한 이 후 50년 만에 최연소 아마추어 우승자가 되는 것이었다. 준우승 후 아마 추어 신분이었기에 상금 ‘0원’인 것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역대 최대 상금 규모로 펼쳐진 US여자오픈이기에 더 관심이 쏠린 것이 다. 공식 기자회견에서상금을 받지 못해 유감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우 선시 한 목표는 이곳에 출전해 경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내 가 2위로 마쳤다는 것이 더 의미 있고, 더 큰 영광이다. 상금에 신경 쓰 지 않는다”고 말하며, ‘무서운 신예’로서의 모습을 뽐냈다. US여자오픈 이후에도 최혜진은 보그너MBN에서도 18년 만에 아마추어로서 대한민 국 여자 골프계를 뒤흔들 선수로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KLPGA 루키 ‘1박 1장’, 박민지와 장은수

 

32개 대회의 우승 경쟁만큼이나 2017 KLPGA 정규투어에서 치 열했던 것은 신인왕 경쟁이었다. 박민지와 장은수, 두 신인은 올 해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먼저, 시즌 초반 앞서 신인왕에 앞선 선수는 박민지였다. 박민지는 지난 4월,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 이후에도 톱10에 자주 오르며 신인왕 독주 체제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박민지는 여름이 지나고 하반기 에 접어들자 2차례 컷 탈락과 기권 등으로 기세가 꺾인 모습을 보였다. 이 틈을 장은수는 놓치지 않았다. 장은수는 9월 2017 한화클래식에서 9위를 자리하면서 박민지를 제치고 신인왕포인 트 역전에 성공했다. 그 후 장은수는 시즌 최종전 ADT 챔피언 십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 쳤고, 합계 11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 번 시즌 우승은 없지만 KG ·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with KFC 7위를 시작으로 비씨카드 · 한경 레이디스컵 준우승 등 톱 10에 6차례 이름을 올린 장은수는 신인상 포인트 1위를 차지해 2017 KLPGA투어 신인왕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장은수는 신 인왕 경쟁자 박민지를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했다는 것에 더욱 의 의가 있다. 반면, 우승까지 차지했던 박민지로서는 아쉬운 노릇 이다. 박민지는 올해 25개 대회에서 20차례 컷을 통과했고 6차 례 톱10에 들었다. 나아가 박민지는 신인으로서 단독으로 이번 시즌 우승을 신고했지만 장은수의 꾸준함을 당하지 못했다. 장 은수가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차지함에 따라 지난 2015년 박 지영, 2016년 이정은6에 이어 3년 동안 무관의 선수들이 신인왕 을 차지했던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우승을 했던 최혜정이 아닌 박지영, 그리고 2016년 우승 을 했던 이소영이 아닌 이정은6, 2017년 박민지가 아닌 장은수. 이들이 신인왕을 차지했던 비결은 역시 기복 없는 꾸준함이다. 그 러나 단지 이번 한 시즌이 아닌, 앞으로 박민지와 장은수의 투어 프로 생활은 이제 막 시작이므로 이 두 신예가 내년 혹은 내후년 KLPGA 대표 선수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해본다.

 

‘흥미진진’했던 정규 투어의 마침표

 

시즌 상반기까지만 해도 KLPGA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 정국이었다. 매 번 우승자가 바뀌며 ‘첫 우승’을 감격을 누리는 선 수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김해림, 김지현, 이정은6가 각축전을 벌이면서 투어의 즐거움을 더했다. 결국 투 어는 이정은6가 4개 타이틀을 독식하며 전관왕을 차지하면서 끝을 맺었다. 누군가는 만족스러운 한 해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쉬운 한 해가, 한 시즌이 또 이렇게 저물고 있다. 내일은 내일 의 해가 뜬다는 스칼렛 오하라의 말과 같이, 투어는 내년에도 계 속된다. 특히 오는 2018년에도 30개 이상의 대회가 개최될 것이 분명한 KLPGA는 대한민국 여자 골프, 세계 여자 골프, 나아가 골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또 다른 스타들의 산실로써 더 멋진 모습으로 골프팬들을 찾아올 것이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7년 1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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