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7도 이제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PGA는 지난 10월 저스틴 토마스가 천만 달러의 주인공이 됐고, 새 시즌이 시작됐다. LPGA의 경우 박성현이 떠오르는 스타로 부상하면서, 박성현 전성시대를 열었다.
PGA와 LPGA의 대표 스타들의 한 해 성적을 사자성어를 통해 살펴보자. editor 방제일
호사다마 - (好事多魔) 로리 맥길로이
지난 4월 로리 맥길로이는 에리카와 화촉을 올 렸다. 그리고 안정적인 가정 생활을 바탕으로 그 의 골프 인생에 또 다른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 골 프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그러나 그 후부터 로리 맥길로이는 논란과 부상을 입으며 2017년 뚜렷 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먼저 지난 6월 시즌 두 번재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로리 맥길로 이는 컷탈락을 당한다. 이에 PGA 투어의 베테랑 인 스티브 엘킹턴은 로리 맥길로이는 골프를 지루 해하는 것 같다며 투어에 임하는 맥길로이의 자 세를 비판했다. 맥길로이는 이에 발끈해 사회연 결망을 통해 엘킹턴과 설전을 벌였다. 이 설전은 곧바로 골프팬들에게 알려지며, 맥길로이는 비판 의 중심에 휩싸였다. 맥길로이의 사과와 사회연 결망 계정의 폐쇄로 이어지긴 했지만, 뒷맛이 개 운치 않았다. 그 후 맥길로이는 PGA투어와 유러 피언 투어를 병행하며 투어에 참가한다. 그러나 맥길로이는 지난 2008년 이후 9년 만에 우승 없 이 시즌을 종료했다. 지난 해 PGA 투어 2승, 유 럽 투어 1승 등 3승을 거둔 것과는 대비되는 초 라한 성적이었다. 물론 맥길로이가 지난 1월에 시 작된 갈비뼈 통증으로 1년 내내 컨디션을 유지하 지 못했고, 2월과 5월에는 늑골 부상으로 투어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기에 충분한 변명거리는 있 다. 그러나 타이거 우즈를 이을 차기 황제라고까 지 불렸던 맥길로이같은 선수에게는 예기치 못한 부상과 컨디션 조절 실패에 대한 비판 또한 묵묵 히 감수해야 할 자신의 몫일 것이다.
국사무쌍 - (國士無雙) 저스틴 토마스
저스틴 토마스와 조던 스피스는 오랜 지우(知友)이자 라 이벌이다. 토마스와 스피스 중 먼저 이름을 알린 쪽은 조 던 스피스다. 스피스는 지난 2년 동안 PGA에서 많은 승 수를 쌓으며 차세대 골프 황제에 이름을 올렸다. 토마스 는 스피스가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을 옆 에서 축하해줄 뿐이었다. 저스틴 토마스는 표현하지 않았 지만 내심 조던 스피스와 같이 메이저 트로피 및 페덱스 컵에서 우승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천만 달 러의 주인공으로 우뚝서며 올 한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 었다. 올 시즌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포함해 총 5승을 거두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저스틴 토마스. 내년에도 지우인 토마스와 스피스의 불꽃튀는 라이벌전 이 벌어질 예정이다.
실지교비 - (失之交臂) 조던 스피스
올 시즌 조던 스피스의 가장 큰 목표는 타이 거 우즈가 기록한 최연소 그랜드슬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것이었다. 지난 7월 디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이 기록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작년에는 너무 빠르게 시즌을 시작한 것에 후회가 된다고 말했던 스피스는 올 시즌 슬로우 스타터로서 천천히,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드러낸다. 그 리고 디 오픈 이후 PGA 챔피언십에 참가한 다. 그러나 PGA 챔피언십의 벽은 높았다. 조 던 스피스는 1라운드부터 흔들리면서 우승 권과는 멀어진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도 딱히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채 PGA 챔피언 십을 마친 조던 스피스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을 달성하지 못한 것과 우즈의 기록을 깨지 못한 것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낸다. 지 난 2015년 US오픈과 마스터스를 우승했을 때만해도 2년 안에 스피스는 분명 디 오픈과 PGA 챔피언십에서 우즈보다 빠르게 우승할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피스는 이제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나마 위안이라 면 이번 PGA 챔피언십 우승자가 자신의 지 우인 저스틴 토마스라는 것일까.(물론 그렇기 에 스피스 입장에서는 더 입맛이 쓸 수도 있 겠다.) 나아가 페덱스컵에서도 토마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천만 달러의 주인공이 되 지 못했다. 여러모로 스피스에게는 기억에 남 을만한 한 해다.
자승자박 - (自繩自縛) 리디아 고
지난해 리디아 고의 기세는 향해 LPGA의 여제로서 최 소한 몇 년간은 ‘리디아 고’ 천하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 러나 시즌이 흐를수록 ‘천재소녀’ 리디아 고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85주 간 지켰던 세계 1위 자리는 아리 야 주타누간에게 내주며 2위로 내려앉았고, 그 이후에 는 유소연, 박성현, 펑샨샨, 렉시 톰슨 등에 밀려 5위권 밖으로 벗어났다. 단순히 컨디션이 좋지 않다거나 슬럼 프라면 리디아 고 입장에서는 다행일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보이는 것보다 복잡해 보인다. 먼저 올 한해 리 디아 고의 성적이 추락한 것에는 리디아 고 자신이 초래 한 측면이 강하다. 만 스무 살이 된 리디아 고는 지난해 부터 올해 초 ㅅ이에 스윙코치와 캐디, 클럽 등을 바꿨 다. 잘 나가던 리디아 고가 가장 먼저 교체한 건 캐디다. 제이슨 해밀턴과 호흡이 잘 맞았는데 지난해 10월 교체 했다. 리디아 고와 캐디 간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리디 아 고 캠프와 생긴 갈등이었다고 알려졌다. 스윙 코치는 통산 15승을 합작했던 코치 데이비드 레드베터에서 지 난 2월 개리 길크라이스트로 바꿨다. 클럽은 드라이버, 웨지, 아이언, 퍼터까지 모두 PXG로 바꿨다. ‘이름만 빼 고 다 바꿨다’고 할 정도의 모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맥길로이 또한 스윙 교정 등의 변화 를 적응하는 것이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따라 서 그들보다 어리고 경력이 짧은 리디아 고가 이런 변화 를 1년 안에 적응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였다. 더 큰 문제는 서서히 바꾸지 않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 꿨기에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를 확실히 알아내기까지 얼 마큼의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리 디아고가, 캐디, 스윙, 클럽이라는 이 3차 방정식의 해 답을 내년에는 풀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죽지세 - (破竹之勢) 박성현
LPGA 투어에서 신인이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박성현이 최초다. 유소연에 이어 랭킹 2위였던 박성현은 지난 11월 6일 발표된 세계 랭킹 순위에서 8.4056점으로 1위였던 유소연(8.3818)을 약 0.02 점 차로 앞섰다. 데뷔 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1위에 오른 한국계 선수는 신지애(29)와 리디아 고(20·뉴질랜드)로 당시 2년 차였 다. 이로써 박성현은 한국 선수로는 신지애, 박인비(29), 유소연에 이어 통산 네 번째로 월드 퀸에 올랐다. 올해 LPGA 투어에 진출 한 박성현은 7월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달성 했다. 여세를 몰아 8월 캐나다 여자오픈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박 성현은 데뷔 첫 해 주요 기록을 싹쓸이 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올해 초 박성현이 LPGA 진출을 밝힐 때만 해도 성격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처럼 단시간에 박성현이 자 신의 실력을 보여줄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상반기 만 해도 박성현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박 성현은 올 해 누가 뭐라도 LPGA에서 가장 ‘핫’했고, 말 그대 로 남달랐다.루키로서 이런 활약을 한 박성현이 과연 LPGA 의 역사에 얼마만큼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절장보단 - (絶長補短) 펑샨샨
펑샨샨 은 여자 골퍼 가운데서도 몸집이 큰 편이다. 날렵하기 보다는 육중한 편에 가깝다. 그런 그가 올해 김인경과 함께 나란히 최 다승을 거두면서 상금 170만 달러(약 19억원)를 벌어들였다. 통산 상금은 1000만 달러에 육박(971만 달러)한다. 2000년대 초 펑샨샨은 한국의 HSMG라는 에이전트사가 매니지먼트를 맡았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 투자를 했다. 코오롱에서 만든 골 프의류 엘로드의 후원을 받았다. 당시 HSMG 관계자는 “체계 적으로 운동을 시키려고 전담 트레이너를 고용했는데 펑샨샨 이 ‘운동은 너무나 하기 싫다. 도저히 못하겠다’고 해서 포기했 다”고 전했다. 펑샨샨은 이후 조금씩 체중이 증가했다. 연습량 도 많지 않다. 한국의 한 선수는 “경기 후 펑샨샨이 연습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경기 전에도 30분 남짓 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LPGA 관계자들에 따르면 펑샨샨은 대회가 없는 주 에는 거의 연습을 안 하고 대회를 앞두고 레인지에서 잠깐 샷 을 점검한다. 밤낮 없이 열심히 운동을 하는 선수들이 보면 억 울할 일이다. 골프는 야구와 더불어 배 나온 선수도 할 수 있 는 운동이라고 한다. 그렇다 해도 펑샨샨이 어떻게 세계랭킹 1 위까지 올랐을까. 펑샨샨은 유연성이 좋은 편이 아니다. 백스윙이 크지도 않다. 거리도 짧다.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49야드 로 97위다. 그러나 이런 펑샨샨의 단점들은 오히려 골프에서 장점 으로 작용하고 있다. 펑샨샨은 자신의 장단점을 명확히 안다. 샷거 리가 짧기에 저대 무리한 스윙을 하지 않고, 정확하게 공을 친다. 그녀의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80.2%(15위), 그린 적중률은 76.2%(6 위)가 이를 증명한다. 나아가 유연성이 부족한 덕분에 백스윙의 톱 과 스윙 궤도가 기계처럼 일정하다.일반 선수들은 백스윙이 커지면 서 궤도를 벗어나기도 한다. 다운스윙으로의 전환동작에서 헤드가 한 번 출렁하고 내려와야 제 궤도로 돌아온다. 그러나 펑샨샨은 이 런 동작이 필요 없다. 그냥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스윙 머신과 같다. 이렇게 백스윙 크기가 작으면 거리가 짧아진다. 펑샨샨은 이를 과 감한 코킹과 손감각으로 만회한다. 운동량이 많지는 않은데 펑샨샨 의 체력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체력이란 운동을 해서 나오는 힘과 잘 먹고 잘 자면서 생기는 스태미너로 구분할 수 있는데 펑샨샨은 스태미너가 좋다. 여기에 성격 또한 한몫한다. 펑샨샨은 낙천적이 다. 여유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한다. 악 천후로 경기가 중단됐을 때 펑샨샨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클럽하 우스에서 편하게 잔다. 이런 장단점들을 잘 받아들인 펑샨샨은 올 해 중국 최초로 LPGA 세계 1위에 오르는 영광의 선수가 됐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7년 12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