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25, 하나금융그룹)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통산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현은 2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킬디어의켐퍼레이크스 골프클럽(파72 / 6,741야드)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365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기록하며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박성현은 유소연(28),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함께 연장전을 가졌다. 2차 연장끝에 모두 버디를 잡아낸 박성현이 하타오카 나사, 유소연을 차례로 꺾고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우승 상금은 54만7천500 달러로 한화 약 6억1천만원이다. 이번 우승으로 박성현은 시즌 2승과 함께 작년 7월 US여자오픈 이후 1년 만에 메이저 2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4승째을 기록했다.
미국 LPGA 투어 통산 두 번째 메이저 대회우승한 박성현
지난해 7월 US여자오픈에 이어 두 번째로 메이저 대회정상에 오른 박성현은 2차 연장 16번 홀(파4) 약 3m 남짓 되는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좀처럼 코스 위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박성현이지만 이번에는 두 팔을 치켜든 뒤 이내 눈물을감추지 못했다.
최종라운드 6번 홀, 유소연이 버디를 잡은 후 갤러리에게 인사하고 있다.
전날 3라운드를 선두 유소연에게 4타 뒤진 3위로 마친 뒤 인터뷰에서 "만일 우승한다면 첫메이저 우승 때보다 더 기쁠 것 같다"고 밝혔던 대로였다.
박성현은 경기 후 "오늘 정말 보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모든 것이 잘돼 꿈만 같다"며 "정말 너무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오늘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지난해 US오픈 때 상황을 많이 생각했는데 그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며 "그 덕분에 좀 더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선두 유소연에 네 타 뒤진 단독 3위로 최종 4라운드에 나섰다. 챔피언 조에서 함께 플레이 한 유소연이 2번 홀에서 더블 보기를 하며 타수를 잃는사이 박성현은 3, 4번 홀연속 버디에 성공하며 순위는 순식간에 공동 선두가 됐다.
하지만 유소연이 다시 6, 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두 타 차로 달아나며 선두에 복귀했다.
두 타 차 리드를 지키며 두 선수는 후반을 맞았다. 후반 14번 홀까지 유소연은 버디와 보기를 하나씩 해 타수를 유지했다. 박성현이 14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한 타차로 따라붙자 유소연은 16번 홀(파4)에서 약 7m 정도 되는 긴 거리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다시 두 타차로 달아났다.
그러나 유소연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다음 홀인 17번 홀(파3)에서 티샷이 바람에 밀려 그린 왼쪽 워터 해저드에 빠지면서 순식간에 두 타를 잃으며 박성현과 하타오카 나사와 동타를 이뤘다.
오전조로 출발해 최종일 8타를 줄이며 일찌감치 10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하타오카는 두 선수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모두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세 명이 연장전을 치르게됐다.
18번 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유소연, 박성현은 버디에 성공하고 파에 그친 하타오카가 제일 먼저 탈락했다.
이후 16번 홀(파4)에서 이어진 두 번째 연장전. 유소연이 약 7m, 박성현은 3m 정도 버디퍼트를 남긴 상황에서 번개 예보로 경기가 약 20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한국 시간으로 2일(월) 오전 6시에 재개된 연장 승부에서 유소연의 버디 퍼트는 왼쪽으로살짝 빗나간 반면 박성현은 성공시키며 긴 연장 승부가 막을 내렸다.
우승은 박성현, 공동 2위에는 유소연, 하타오카 나사가 뒤이어 7언더파 281타를 친 제시카코다, 에인젤 인(이상 미국)이 공동 4위에 올랐다.
마지막 조에서 함께 플레이 한 브룩핸더슨(캐나다)은 6언더파 282타로 찰리 헐(영국)과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인경이 5언더파 283타 공동 8위에 오르며 톱10에 들고, 고진영, 양희영이 4언더파 284타로 공동 11위에 자리했다.
'메이저 2승' 박성현 "오늘처럼 울컥한 건 처음이에요"
박성현은 경기 후 “오늘처럼 울컥하고, 마지막 퍼트 뒤바로 눈물이 쏟아진 건 처음”이라며 “조금 창피하기도 하지만, 기쁨에 못 이겨서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박성현은 “올해 한 번 우승(5월 텍사스 클래식)했지만, 컷 탈락을 5번이나 하는 등 힘들었다”면서 “힘든 것을 보상받는 듯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안 풀릴 때 마음의 상처가 되는 말을 들으면 주눅이 들까 봐 기사를 안 본 지도 오래됐다”고 밝힐 정도로 박성현의 마음고생은 컸다.
긴 하루 끝에 메이저 우승으로 보상을 받은 그는 “트로피가 제 옆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고, 하늘을 날아갈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기다림 속에 얻은 우승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우승이될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오히려 연장전 때는 덜 긴장되고 편했다던 박성현은 “캐디 데이비드와 농담을 하며 마음이 편해져 잘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뜻 깊은 우승에 그는 “가족이 가장 먼저 생각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며 “앞으로 훨씬 더 자신감 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음 대회에 대한자신감도 보였다.
'2년차 징크스' 날려버린 박성현
박성현(25)의 이번 우승은 2년 연속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올 시즌 중반까지이어지던 부진을 한 번에 날려버린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 신인상은 물론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 1위를 독식하며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9년 만에 신인 3관왕을 달성한 박성현은 올해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3월 KIA 클래식에서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컷탈락을 당하며 불길한 징조가 불거졌다.일회성으로 여겼던 컷 탈락은 4월 LA 오픈에서 또나오면서 심상치않은 기운이 이어졌다. 5월 텍사스 클래식에서 시즌 첫승으로 이런 우려를 잠재우는 듯했지만 이후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또 연달아 컷 통과에 실패하며 부진이 이어졌다.
지난해 1위였던 상금 순위는 35위에 머물렀고 특히 라운드 당 퍼트 수는 30.3개(106위)로부진했다.퍼트가 보완할 점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지난 시즌에도 퍼트 수는 라운드당 29.5개로 40위였다.
이번 대회 직전에 출전한 지난주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도 공동 61위로 그녀 이름 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그래서 박성현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퍼터와 퍼트 루틴에 변화를 줬다.그리고 그러한 조치는 이번 대회 4라운드 동안 퍼트 수의 감소로 이어졌다.
라운드당 28.5개로 줄인 그는 1라운드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퍼터와 퍼팅 루틴에 변화를주면서 한결 편안하게 경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16번 홀(파4)에서 최종 라운드에서 98년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박세리가 보여 준 ‘맨발의 투혼’과 비슷한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박성현의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미치지 못해 워터 해저드에 빠질 뻔했지만 다행히 공이 턱에 걸려 벌타는 면했다.하지만 해저드 주변 러프의 긴 풀 때문에 제대로 샷을 하기 어려운상황에서 캐디인 데이비드 존스는 공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신발을 신은 채로 물속으로들어갔다.
이후 박성현은 위기 상황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으로 볼을 홀 50㎝에 붙으면서 기적같이파를 지킬 수 있었다. 지난해에도 US오픈에서 우승하며 3관왕까지 오른박성현은 이번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지난해의 영광을 재현하게 될지 지켜보자.
<월간 골프가이드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