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태
대원대학교 응급구조과 겸임교수
대한인명구조협회장
사회복지학 박사
응급 구조사
골프 안전지도사
가을은 명실공히 골프의 계절이다.
폭염의 여름이 지나고 추석을 앞둔 9월은 여느 해처럼 한해의 마지막 태풍이 한반도에 폭우와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할 것이다. 통계적으로 전 세계에서 매년 약 2만 4천여 명이 벼락으로 사망한다. 기상 전문가의 추정에 따르면 1년 동안 지구 전체에서 사람이 벼락을 맞아 사망할 확률은 약 1/30만분이라 한다. 지구 인구가 약 70억 명일 때 벼락 맞아 죽을 확률이 30만분의 1인 사람이 70억 명이나 있다면, 아무도 벼락을 맞아 죽지 않을 확률은 약 10의 10133승 분의 1로 개연성이 아주 낮은 사건은 일어날 수 없다 한다. 하지만 프랑스 수학자 보렐의 법칙을 따르면 벼락을 맞아 죽지 않을 사건은 일어 날 개연성이 없으므로누군가 벼락으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이 높은 확률로 예상되기에 우리 모두는 벼락에 조심하여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 골프 라운드 도중 벼락을 맞아 다치거나 숨졌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2008~ 2017년) 연평균 14만4949회의 낙뢰가 발생했다. 2017년에는 연평균보다 2.2배 많은 31만6679회가 발생하여 그 중 절반이 넘는 18만4544차례 낙뢰가 7월에 발생했다. 최근 10년간 낙뢰로 인한 인명피해는 41명으로 확인됐다. 연도별로 2010년 29명(사망 2명), 2011년 2명, 2012년 2명(사망 1명), 2013년 4명(사망 1명), 2017년에는 32만 번에 가까운 벼락이 치면서 사상자는 4명(사망 2명)이 발생했다. 15년간 소낙비와 함께 떨어진 낙뢰는 주로 등산로(산중턱)와 전국의 골프장(연평균 611번)이었다.
벼락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벼락은 보통 한번 충격을 가할 때 전압은 약 1~10억V(볼트), 전류는 수만 암페어(A)이다. 5만 암페어의 벼락인 경우 에너지로 환산하면 100W전구 7000개를 8시간 켤 수 있는 엄청난 양을 갖고 있으며 직류 전압으로 사람이 감전된 경우에는 30%의 사망률을 나타낸다. 벼락은 200.000암페어(A)까지 이르는 매우 강한 직류 전기이지만 전류가 흐르는 시간은 0.001에서 0.0001초 정도로 매우 빠르다. 이로 인해 .심실세동(VF)이나 무수축 증상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낙뢰(落雷; Thunder)를 다른 말로 벼락이라 한다. 번개와 천둥을 동반하는 급격한 방전현상을 말한다. 벼락은 땅이나 바다에 실제로 떨어지는 반면, 공중에서 ‘번쩍’하고 치는 번개는 구름과 구름끼리, 혹은 구름 내부에서 방전되며 불꽃이 생기는 현상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벼락과 번개 가운데 번개는 90% 정도 나머지 10% 가량이 벼락이다. 벼락은 공중의 ‘음전하’와 지표면의 ‘양전하’가 서로 접촉했을 때 발생한다. 벼락이 일어날 수 있도록 공중의 전하를 끌어당기기 때문에 주로 등산로(산중턱)와 골프장에서 많이 발생한다. 벼락은 주로 골프장내에서 높은 지역의 넓은 페이웨이나 높은 나무나 철탑 피뢰침 등에 떨어진다. 넓은 평지에서 골프채나 우산 등을 들고 있을 때 벼락(전기)은 모서리나 꼭짓점으로 몰리는 성질 때문에 결국 비가 오고 천둥이 칠 때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것이다.
골프장에서 라운드 중 낙뢰사고를 안전하게 예방하는 방법으로 저 멀리 낙뢰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면 소나기와 함께 낙뢰가 올 수 있다는 예비신호로 생각하여야 한다. 낙뢰가 예상되거나 낙뢰 발생 시에는 즉시 라운드를 중지하고 그늘집 등 건물 안으로 이동한다. 얼마 전 충북의 한 골프장에서 일어난 낙뢰 사고에서도 이렇게 행동하지 않은 결과가 사망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벼락은 대규모 불꽃방전으로 소리의 속도는 초속 340m 이기 때문에 번개 빛을 보고 난 뒤에 30초 안에 천둥소리가 들리면 10km 이내에서 10억 V의 위력적인 에너지의 번개를 동반하기에 즉시 운동을 중지하여야 한다. 얼마 전 낙뢰사고로 주한 미군이 훈련 중 사망하자 주한 미군사령관은 훈련 도중 번개를 본 뒤 30초 이내에 천둥소리가 들리면 무조건 피하라고 직접 지시하였다.
라운드 도중 시간이 없다면 나무 밑으로 피할 때는 위 그림같이 앙각이 45° 이내의 곳으로 피한다. 나무는 높아서 벼락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나무에서 1m 떨어진 곳으로 피하는 것이다. 피뢰침은 보호 각이 보통 60°이므로 앙각이 30° 이상인 곳으로 피한다. 금속이든 비금속이든 사람의 머리보다 위로 나와 있으면 벼락을 유인하는 효과가 증대하기 때문에 벼락을 피하기 위해 아이언 골프채같이 쇠붙이로 된 골프클럽을 골프가방에 넣고 몸을 가능한 한 낮게 하고 잠시 움푹 들어간 곳이나 그늘집으로 피하는 것이 좋다. 비가 그치거나 천둥소리가 작아져도 성급하게 라운드를 하지 말고 마지막 천둥소리 후 최소 30분 정도 더 기다렸다가 운동을 시작한다.
사람이 낙뢰를 맞으면 약 80%는 즉사한다. 낙뢰 전류가 인체를 통과하여 호흡과 심장이 4~5분 이상 지속적으로 멈출 경우 즉사하게 되지만 현장에서 적절한 응급처치가 이루어지면 생명을 소생시킬 수 있다. 낙뢰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으면 동반자들이 즉시 안전한 장소로 옮겨 의식을 확인한다. 의식이 없으면 호흡과 맥박 여부에 따라 현장에서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벼락을 맞으면 뇌가 잠시 마비되기 때문에 호흡정지와 심장마비 등 증상이 나타나므로 바로 인공호흡과 가슴압박 등의 응급처치를 실시한다.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가장 편한 자세로 안정을 취하게 한 후 감전으로 인해 몸의 안쪽에 화상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추석을 앞둔 가을 하늘은 이따금 마른하늘에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천둥 벼락을 동반한다. 벼락은 선악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선하게 살아온 사람도 절대로 밖으로 나가지 말라 한다.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은 겁이나 바짝 엎드려 있으니 벼락 맞아 죽을 일이 없기 때문이라 한다. 그런데 골프장에서 가끔은 내기골프를 즐기는 골프 마니아들이 만용에 가깝게 이런 번개쯤이야! 하고 호연지기를 키운다고 천둥 벼락에 관계없이 라운드를 즐기는 골퍼가 있다. 세상에 가장 억울하게 죽은 사람은 "벼락 맞아 죽은 사람"이라 한다. 하지만 “더 무서운 사람은 벼락 맞고 죽지 않은 사람”이라 한다. 올 한해 폭염도 잘 견디었다. 이제 추석 전 마지막 태풍과 함께 동반되는 벼락을 조심하면서 라운드를 즐기자.
<월간 골프가이드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