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 없는 골퍼 내년부터는 벌타 받는다
임진우 2018-10-02 08:59:39

 

지난 9월 16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신한 동해오픈 1라운드에서 박상현(35)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8번 홀(파4)에서 페어웨이 오른쪽 벙커에 빠진 볼이 발자국 속에 묻혀 있었다.
벙커에서 빠져나올 때는 발자국이나 클럽이 지나간 자리는 말끔하게 정리하는 게 기본 에티켓이다.
그렇다면 이런 에티켓을 어기면 어떤 벌을 받을까. 코리안투어는 벙커를 정리하지 않은 선수에게는 100만 원의 벌금을 매긴다. 원래는 30만 원이었는데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선수회 건의에 따라 벌금을 대폭 올렸다.
하지만 이렇게 동료 선수를 배려하지 않는 매너 없는 행위를 저질러도 스코어에는 아무런영향이 없다.골프 규칙에 에티켓 위반에는 벌타를 줄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A 선수는 1라운드가 끝나고 실격 처분을 받았다.그린에서 짧은 퍼트를 놓친 뒤 분한 마음에 퍼터로 그린을 내리친 사실이 드러나서였다. 뒤따르던 선수가 그린이 살짝 패인 걸 경기위원에게 신고해 이런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안을 놓고 한 경기위원은 "실격은 좀 가혹했다. 딱 2벌타 정도의 벌칙이 적당한 것 같다"면서도 "에티켓 위반에 벌타를 주는 규정이 없으니…"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런데 내년부터 에티켓을 어긴 선수에게 벌타를 매길 길이 열린다.
전 세계에 적용되는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내년부터 적용할 개정 규칙에 경기위원회가 에티켓 위반에 대해 벌타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
벌타를 매기는 에티켓 위반 대상은 경기위원회 재량에 맡긴다. 따라서 아무리 사소한 에티켓 위반도 경기위원회가 벌타를 주겠다고 미리 정한다면 벌타를 받게 된다.
코리안투어의 한 경기위원은 "선수와 캐디가 큰 소리로 말다툼을 벌인다거나, 갤러리에게욕설하는 행동에도 벌타를 줄 수 있다"면서 "이제는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스코어에 반영된다는 사실을 선수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안투어와 KLPGA투어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벌타 부과 대상이 되는 에티켓 위반 행위를 정할 방침이다.
에티켓 위반에 벌타를 주는 게 오히려 선수에게 유리하다는 이견도 있다.
지금은 경기 중 에티켓을 어긴 선수는 실격을 당하거나 나중에 상벌위원회에 넘겨져 벌금이나 출장 정지 같은 징계를 받는다.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 선수들도 이런 과도한 징벌대신 벌타만 받고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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