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마스(이상 미국팀), 폴 케이시, 티럴 해튼(이상 유럽팀)
유럽이 ‘2018 라이더컵’에서 미국을 17.5대 10.5로 완벽하게 꺾고 승리했다.
유럽팀은 9월 30일(이하 한국시간)프랑스 파리 남서부 일드프랑스의 르골프 나쇼날 알바트로스 코스(파71.7183야드)에서 열린 ‘제42회 라이더컵’ 마지막 날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미국팀을 7승1무4패(7.5대 4.5)로 꺾었다.
이로써 유럽팀은 포볼(팀 원 두 명이 각자 다른 볼로 경기를 펼쳐 좋은 점수를 그 팀의 성적으로 하는 경기 방식)과 포섬(팀 원 두 명이 한 개의 볼로 번갈아 가며 경기를 펼치는 방식)매치에서 10점을 합해 총점 17.5점을 확보했고 미국팀은 10.5점을 얻는 데 그쳤다.
라이더컵은 2년에 한번씩 열리는 미국과 유럽의 남자 골프 대항전으로, 번갈아가며 대회를 개최한다. 토마스 비욘(덴마크) 단장이 이끄는 유럽팀은 1997대회 이후 6회 연속 홈에서 열린 대회에서 미국을 꺾었다. ‘안방불패’ 행진을 20년 넘게 이어갔다.
1979년 이후 이번 대회까지 유럽은 11승1무8패를 기록했다. 이전까지는 미국과 영국이 대결을 펼쳤다.
이번 대회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4전 전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2012년 이후 6년 만에 라이더컵에 출전했지만 1승도 더하지 못했다. 우즈는 1997년 이후 8번째 라이더컵에 나서 통산 전적 13승3무21패가 됐다.
짐 퓨릭을 단장으로 한 미국팀은 라이더컵 패배 이후에도 조 편성 등과 관련해 여러 뒷말을 낳았다.
왼쪽부터 토미 플리트우드(Tommy Fleetwood)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Francesco Molinari)
대회 마지막 날 한 팀 12명의 선수들이 각각 상대팀 선수와 1대1로 벌이는 싱글 매치에서 유럽팀 이안 폴터(잉글랜드)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 헨릭 스텐손(스웨덴), 존 람(스페인), 손벤 올센(덴마크), 알렉스 노렌(노르웨이)가 승리했고 미국팀에선 저스틴 토마스, 웹 심슨, 토니 피나우, 패트릭 리드가 승리했다. 유럽팀 폴 케이시와 미국팀 브룩스 켑카간 대결은 비겼다.
앞서 28일과 29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펼쳐진 포볼과 포섬 매치 16경기에서 유럽팀은 미국팀을 10대 6으로 이겼다. 싱글 매치를 앞두고 미국팀이 절대 불리한 상황이었다.
미국팀이 이기려면 싱글 매치 12경기 중 8경기를 이겨야 했다. 그러나 싱글 매치에서도 미국팀은 유럽팀에 압도됐다. 결국 2018 라이더컵 우승컵은 유럽팀에 돌아갔다.
2018 라이더컵 최고 스타는 몰리우드(Moliwood)?
이번 대회 결과, ‘몰리우드(Moliwood)’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2018 라이더컵에서 유럽팀의 승리를 가져오는 데 크게 이바지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Francesco Molinari)와 토미 플리트우드(Tommy Fleetwood)의 이름에서 따온 합성어다.
이 둘이 함께 팀을 이뤄 출전한 포볼과 포섬 4경기에서 전승을 거두자 신바람이 난 팬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이들은 라이더컵 첫째날과 둘째날 오전 포볼과 오후 포섬 경기에 모두 짝을 이뤄 출전했는데 4전 전승을 거뒀다.
몰리우드는 과거 라이더컵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스페인의 듀오 세베 바예스테로스와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유럽팀 단장 토마스 비욘은 몰리우드에 대해 “그들은 겸손하다. 하지만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둘은 콤비네이션이 아주 좋았다. 서로를 아끼고 좋아한다.
플리트 우드는 파트너인 몰리나리에 대해 “그는 최고의 친구 중 한명이다. 투어가 아닌 인생의 친구다. 그와 파트너가 된 건 커다란 행운”이라고 말했다. 몰리나리도 “우리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함께 경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플리트 우드는 최고의 친구”라고 화답했다.
몰리나리와 플리트우드 조는 유럽팀의 라이더컵 역사상 처음으로 4전 전승을 거둔 팀이 됐다.
현재의 경기방식으로 치러진 1979년 라이더컵 이후 두 번째로 나온 대기록이다. 미국팀의 래니 왓킨스-래리 넬슨 조가 4전 전승을 거둔 바 있다. 그러나 몰리나리는 “우리는 이기기 위해 왔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오지 않았다”며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이들의 상대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였다. 우즈는 패트릭 리드와 짝을 이룬 포볼 두 경기와 브라이슨 디샘보와 함께 출전한 이틀째 포섬경기에서 몰리우드 조에 3전 전패를 당했다. 몰리우드의 케미는 환상적이었다. ‘브로맨스’가 느껴질 정도로 찰떡궁합을 보였다. 우즈는 패배 후 “그들은 3~3.5m 거리의 퍼트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며 실력을 인정했다.
올해 처음 라이더컵에 나온 플리트우드의 활약은 돋보였다. 라이더컵에서 루키로 4전 전승을 거둔 경우도 플리트 우드가 처음이다. 플리트우드는 2018 라이더컵이 열린 르 골프 나쇼날의 알바트로스 코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에서 우승을 거둔 경험이 있다.
그러나 플리트 우드는 마지막 날 싱글 매치에서 미국팀 토니 피나우에게 6&4로 졌다. 몰리나르는 노련한 필 미켈슨에게 4&2로 이겼다.
몰리나르는 이번 대회 5전 전승을 기록했다. 정말 대단한 기록이자 유럽팀 우승의 결정타였다.
세르히오 가르시아
“왜 뽑았나?” 논란 제기됐던 세르히오 가르시아, 라이더컵 전설 쓰다
-단장 추천으로 출전해 3승1패, 통산25.5점 1위… 닉 팔도 제쳐
세르히오 가르시아(38)가 이번 대회활약으로 라이더컵의 전설로 거듭났다.
1999년 대회 때부터 총 9회 라이더컵(2010년 제외)에 출전한 가르시아는 이번 대회에서 4전 3승 1패를 기록해 통산 41전 22승 7무 12패 승점 25.5점으로 라이더컵 사상 최다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닉 팔도(잉글랜드)의 종전 기록 25점을 뛰어 넘었다.
가르시아는 19세이던 1999년부터 라이더컵에 데뷔했을 정도로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내며 한때 타이거우즈(43·미국·사진)의 후계자로도 꼽혔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PGA)투어에서도 통산 10승을 따냈지만 메이저대회에서는 2017년 마스터스에서 1승에 그치는 등 그동안 큰 무대에서는 뚜렷한 활약이 없었다.
이번 라이더컵 직전에도 부진에 빠지면서 이번 대회에 토마스 비욘 단장 추천 선수로 합류한 것을 두고 한때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가르시아는 자신을 뽑아준 단장의 믿음에 확실한 결과로 화답했다. 팀플레이인 포섬에서 1승 1패, 포볼에서 1승을 기록한 뒤 싱글매치플레이에서도 미국의 리키 파울러(30)를 2&1로 눌렀다. 가르시아는 같은 스페인 출신의 욘 람(24)의 멘토 역할을 맡기도 했다. 람은 이날 매치플레이에서 우즈에게 승리했다.
가르시아의 신기록 수립에 비욘 단장은 “세르히오의 라이더컵 이야기는 그 자체로 훌륭한 스토리”라고 평가했다. 기존 기록 보유자였던 팔도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주 훌륭한 플레이를 펼쳤다”며 가르시아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가르시아는 “승점을 따내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 (신기록 수립을)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건 보너스다”고 기뻐했다.
타이거 우즈
팀 플레이에 유독 약한 타이거 우즈, 라이더컵 팀매치 7연패
PGA) 투어에서 통산 80승을 기록하며 부활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의 라이더컵 부진이 이번 대회에서도 계속됐다.
외신들은 “타이거 우즈의 나쁜(Bad) 라이더컵 성적이 더 나빠졌다(Worse)”고 전했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포볼과 포섬 매치에서 패트릭 리드와 브라이슨 디샘보와 각각 팀을 이뤄 출전했지만 3전 전패를 했다. 또 마지막 날 싱글 매치에서도 스페인의 존 람에게 2&1로 아깝게 졌다.
우즈는 팀 플레이 일정을 모두 마친 뒤 “그냥 화가 난다”며 “3경기를 졌지만, 그렇게 못했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게 매치플레이의 불만스러운 점이다. 잘 쳐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도 한다”고 했다.?
라이더컵에 8번째 출전한 우즈의 역대 팀 매치 성적은 9승1무19패로 더 나빠졌다. 우즈의 팀 매치 7연패는 당분간 깨지기 힘든 불명예 기록이다. 대회 마지막날 존 람(스페인)과의 싱글 매치플레이를 제외한 우즈의 라이더컵 통산 성적은 13승 3무 20패, 싱글 매치는 4승2무1패다.?
우즈가 팀 플레이가 약하다는 점에서 많은 말이 나왔다.
두 차례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조니 밀러(미국)는 NBC 방송 해설에서 “우즈 아버지가 그를 팀 플레이에 맞게 키우지 않은 모양이다. 혼자만의 플레이를 하도록 설계된 것 같다”고 했다. 우즈의 부진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까지 소환했다. 골프 채널 해설가 브랜들 챔블리는 “그가 못 하기도 했지만 동료들의 도움을 못 받은 경우도 있다. 우즈의 카리스마가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미국팀은 왜 대패했나?
이번 대회에서 미국팀이 유럽팀에 17.5 대 10.5로 패하자 전문가들은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대회 전에는 많은 전문가와 도박 사이트에서 미국의 우세를 예측했기 때문이다. 뜻밖의 결과가 나온 이유를 분석했다.
-미국팀, 상대보다 잘 치면 된다는 승리 비법 알지 못해
2014년 스코트랜드의 글렌이글에서 열렸던 라이더컵 전야제에서 미국팀 선수들은 단장 톰 왓슨에게 미리 준비했던 모조 라이더컵을 기념품으로 선물했다.
이에 톰 왓슨은 “모조 라이더컵은 필요 없다. 진짜 라이더컵을 가져오라.” 며 그 선물을 끝내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유럽팀을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들보다 더 잘 치는 것뿐이다.” 그러나 미국팀은 11.5 대 16.5로 완패했다.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맥길로이
경기에 진 뒤 가진 팀 기자회견에서 팀의 리더인 필 미켈슨은 팀 운영에 선수들의 의견이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단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미디어들은 미켈슨이 톰 왓슨을 달리는 버스 아래로 밀어 넣었다고 꼬집었다.
2014년 패배 후 미국은 라이더컵 승리를 위한 태스크 포스팀을 만들었다.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데이비스 러브 3세 등 유명선수들이 포함됐다. 국방부에서 일했던 전략가와 심리, 통계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도 대거 영입되었다.
그 결과 미국팀은 2016년 홈 경기에서 17 대 11로 대승했다. 이에 태스크 포스팀은 드디어 이기는 방법을 알았다며 2018년 라이더 컵 승리도 자신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태스크 포스팀은 이기는 방법을 알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기는 방법은 간단했다. 상대보다 잘 치면 되는 것, 그게 이기는 방법이다.
-단장 짐 퓨릭의 무능?
짐 퓨릭이 추천한 와일드 카드 4명의 선수(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브라이슨 디샘보, 토니 피나우)들은 2승10패의 형편없는 성적을 올렸다.
미국팀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토니 피나우만 2승1패를 했을뿐 나머지 타이거 우즈 4패, 미켈슨 2패, 디샘보 3패였다. 미국팀에서 승점을 올리지 못한 선수는 이들 3명뿐이다. 결과적으로 짐 퓨릭의 와일드카드 선발은 실패로 끝났다.
특히 올 하반기 성적이 좋지 못했던 필 미켈슨을 선발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평가다. 짐 퓨릭은 대회 코스인 르 골프 나쇼날은 정확한 티샷이 승부의 관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최근 티 샷이 정확하지 못했던 미켈슨을 뽑았다. 친구였던 동갑내기 미켈슨의 마지막 라이더컵 기회라는 것을 뿌리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짐 퓨릭은 포볼과 포섬 매치 조 편성에서도 실패했다. 최강 팀이었던 패트릭 리드와 조던 스피스가 한 조가 되지 못했다. 조던 스피스는 친구인 저스틴 토머스와 짝을 이뤄 선전했지만 패트릭 리드는 타이거 우즈와 한 조가 됐으나 팀 매치에서 2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짐 퓨릭은 단장으로서 팀을 장악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고, 선수들 사이의 친소관계에 끌려 다녔다. 미국팀 선수들은 같은 유니폼을 입었지만 개인이 모인 그룹이었을 뿐이며 팀웍과 단결력으로 뭉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라이더컵 단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 번만 할 수가 있다. 그 자리가 너무나 명예롭기 때문에 다른 동료들이 돌아가면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취지이다.
그런 점에서 짐 퓨릭은 라이더컵 단장으로서 명예를 회복할 기회가 없다고 봐야 한다.
-미국팀 선수들, 대회 코스를 유럽팀 선수만큼 알지 못했다.
골프의 전설 보비 존스는 매치 플레이에서 승리의 비결을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매치 플레이에서는 상대방을 의식하지 말고 코스와 싸움에 집중해야 한다.”
상대방의 샷 결과에 따라서 전략을 바꾸지 말고 코스를 제압하면 승리가 따라 온다는 뜻이다.
이번 대회가 열렸던 프랑스의 르 골프 나쇼날의 코스 세팅이 장타를 앞세운 미국팀에 불리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변명에 불과하다. 유럽팀의 장타력도 미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유럽팀이 코스를 더 잘 알고 코스를 더 잘 공략했을 뿐이다. 특히 작년 유러피언 투어 상금왕 플리트 우드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의 코스 공략은 기가 막혔다.
미국팀의 티 샷은 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 클럽을 사용할 때에도 유럽보다 부정확했다. 장타력 뿐 아니라 쇼트 게임에서도 미국팀이 결국 유럽팀에 졌다는 얘기다.
2016년 미국 대회에서는 퍼팅으로 승부가 났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대부분 티샷에서 승부가 갈렸다.
티샷을 잘못 친 미국팀 선수들은 늘 불안했고 스코어도 좋지 못했다.
<월간 골프가이드 2018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