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품은 첫 메이저 왕관…‘빨간 바지의 승부사’ 김세영 LPGA 신인왕·역대 최소타 등 ‘차곡차곡’… 첫 메이저 우승도 ‘최소타 기록’
골프가이드 2020-11-05 15:32:53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1번째 우승을 첫 메이저 트로피로 장식한 김세영(27)은 20년 넘게 품어온 꿈이 이뤄졌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김세영은 10월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43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오래 메이저 우승이 없었는데, 이렇게 하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눈물을 참고 싶은데 언제 터질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글 방제일 기자·사진 LPGA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4라운드, 단독 선두로 시작한 김세영은 버디만 7개를 잡아내며 최종 합계 14언더파 266타를 기록, 박인비(32)를 5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부터 LPGA 투어에서 뛰며 매년 승수를 쌓고 꾸준한 성적을 올려왔으나 유독 메이저대회에서만큼은 우승과 인연이 없던 그는 마침내 '메이저 무관'(無冠)의 아쉬움을 날렸다.
“1998년 박세리 프로님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나도 메이저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김세영은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며 감회에 젖었다.
이어 “지난해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도 큰 대회라 기뻤는데, 이번에는 그때와 또 다른 감정이다. 뭔가 감동적이다”라고 말했다.
‘역전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강한 승부사 기질을 자랑하지만, 김세영은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 눈앞에 다가온 이 날 최종라운드를 앞두고는 유독 압박감이 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어제 잘 때부터 압박감을 느꼈다. 여기 예상 도착 시각보다 30분 정도 늦었다. 시간을 놓칠 정도로 당황했다”면서 “메이저대회 우승을 원한 만큼 압박감이 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전에는 정말 우승하고 싶어서 덤볐다면, 이번 주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집중을 잘했다”면서 “외부적인 것에 흔들리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자평했다.
대회 마지막 날 김세영은 앞 조에서 경기한 박인비의 추격을 받았다. 박인비가 버디로 쫓아갈 때마다 김세영이 버디로 뿌리쳤다. 2015년 이 대회 우승을 다퉜을 땐 ‘여제의 아성’을 넘지 못했던 김세영이 이번에는 완벽한 경기로 선의의 경쟁을 이겨냈다.
김세영은 “인비 언니가 당연히 잘 칠 거라고 예상했기에 그걸 뛰어넘을 뭔가가 필요했다. '대결한다'고 생각하면 질것 같아서 더 잘 치려고 노력했다”면서 “코스에서 긴장이 됐지만, 나 자신에게 집중한 게 좋았다”고 요인을 꼽았다.
김세영은 가족, 캐디 폴 푸스코 등 고마운 사람들도 잊지않았다. ‘한국에 돌아가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질문에 “가족들을 만나 안아주고 싶다”고 답한 김세영은 “매일 통화하며 가족들이 밥 먹는 것, 운전하는 것 걱정하신다. 이번에 혼자 투어를 처음으로 하게 됐는데, 걱정하신 것보다 잘해서 이제 걱정을 덜지 않으셨을까 싶다”며 애정을 표현했다.
캐디 푸스코에 대해서는 “코스 안에서는 유일한 내 편이다. 그가 있어서 내가 내 마음대로 공략을 할 수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6년 만에 메이저 우승 우승한 김세영 스토리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이후 첫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차지한 김세영(27)은 아마추어, 국내 프로 무대, 미국까지 정상급 기량을 유지해 온 선수다. 아버지 김정일(58) 씨를 따라 골프 연습장에 간 것을 계기로 골프를 접해 초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시작, 중학교 2학년이던 2006년 한국여자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일찍이 LPGA 투어 진출의 포부를 품었던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013년 3승, 2014년 2승을 거둔 이후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이듬해 LPGA 투어무대에 뛰어들었다.
2015년 LPGA 투어에서 3승을 챙기며 신인상을 거머쥐더니 이듬해 2승, 2017년과 2018년에는 1승씩 따냈고, 지난해에도 3승을 수확해 매년 우승 소식을 알렸다. 상금 순위도 첫해 4위, 이후 6위, 10위, 7위, 2위로 꾸준히 상위권에 자리해 성공을 거뒀다.
태권도장을 운영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태권도를 배우며 어린 시절부터 기초 체력을 길렀다는 김세영은 163㎝로 체구가 큰 편이 아님에도 장타가 강점으로 꼽힌다. 이번 시즌 LPGA 투어 평균 드라이버 거리 13위(266.83야드)에 올라 있다.
호쾌한 샷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탄탄한 경기력에 강한 승부사 기질을 지닌 그는 경기에서 극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어내는 선수로도 특히 유명하다.
국내에서 뛸 때부터 유독 역전 우승이 많아 ‘역전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그때마다 빨간색 바지를 입곤 해 ‘빨간 바지의 마법’ 같은 수식어도 따라다닌다.
2018년 7월 마라톤 클래식에선 최종합계 31언더파 257타로 우승, LPGA 투어 사상 72홀 역대 최저타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을 세워 굵직한 족적도 남겼다.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은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종전 기록(27 언더파)을 경신했다.
이렇게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만들어왔지만, ‘메이저대회 우승’만큼은 숙제로 남아있었다. 이 대회 전까지 그는 LPGA 투어에서 ‘현재 활동하는 선수 중 메이저 우승 없이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한 선수’였다.
지난해 11월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LPGA 통산 10승을 돌파, 박세리(25승), 박인비(20승), 신지애(11승)에 이어 한국 선수 네 번째로 두 자릿수 승수를 쌓을 때까지 메이저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2014년 ANA 인스피레이션을 시작으로 28차례 메이저대회에 출전, 준우승 2번을 비롯해 8차례 톱10에 들었으나 정상 등극의 고비를 넘지 못하다가 29번째 도전에 고대하던 메이저 왕관을 썼다. 특유의 짜릿한 ‘역전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여느 때처럼 빨간 바지를 입은 그는 최종 라운드 버디 7개를 몰아쳐 ‘골프 여제’ 박인비(32)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첫 메이저 타이틀도 여자 PGA 챔피언십 대회 18홀 최소타 타이 기록(63타)과 72홀 최소타 기록(267타)으로 김세영답게, 특별하게 따냈다. ‘메이저 퀸’ 대열 합류와 함께 그는 LPGA 우승 횟수에서 한국 선수 중 공동 3위에 오르며 ‘전설’로 가는 길을 열어젖혔다. 또한 LPGA 투어 시즌 상금(90만 8,219달러)과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76점)에서 각각 박인비에 이어 2위로 올라서며 개인 타이틀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여제의 품격’…박인비 “김세영, 언터처블이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마지막 날 선전하며 준우승한 박인비(32)가 자신을 제치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른 후배 김세영(27)을 극찬하며 '골프 여제'의 품격을 보였다.
박인비는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 골프클럽에서 대회를 마친 뒤 "좋은 라운드를 치렀다. 더 잘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버디를 몇번 놓쳤으나 샷에서는 실수가 거의 없었는데, 김세영이 그야말로 '언터처블'이었다"고 말했다.
단독 선두 김세영에게 세 타 뒤진 4위로 이날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박인비는 버디만 5개를 낚아 추격전을 펼쳤다.
이날 박인비의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262야드로 이번 대회 들어 가장 길었고, 페어웨이는 한 차례, 그린은 두 차례만 놓쳐 이 또한 나흘 중 가장 좋았다. 퍼트도 29개로 이번 대회 기간 중 가장 적었다.
LPGA 투어 통산 20승, 메이저대회 7승을 보유한 그의 명성에 걸맞은 메이저대회 최종 라운드 성적이었으나 이날만큼은 김세영이 더 잘했다. 김세영은 7개의 버디를 쓸어담으며 선두를 굳게 지켜 첫 메이저 왕관을 썼다.
박인비는 “리더보드를 보니 내가 버디를 하면 김세영도 버디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레이스를 펼치는 게 즐거웠다”며 “2015년 이 대회에서 김세영과 1·2위로 마지막 날 경기한 게 생각났는데, 오늘은 완전히 반대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김세영은 올해는 물론 줄곧 좋은 경기를 해왔다. 여태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오늘 챔피언답게 경기했고,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자격이 있다. 멋진 경기를 펼쳤고, 축하하고 싶다”고 격려했다.
이날 경기 전 목과 어깨에 약한 담 증세가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한 그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12월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등을 준비할 계획이다.
박인비는 “올해 AIG 여자오픈(4위)과 이 대회에서 잘했다. 우승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내가 여전히 메이저대회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좋은 신호”라며 “자신감을 갖고 US여자오픈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월간 골프가이드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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