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야마, 마스터스 우승… 아시아 선수 최초 ‘그린 재킷’ 양용은 PGA 챔피언십 이래 12년 만에 亞선수 메이저 정상
골프가이드 2021-05-07 18:03:39

 

마쓰야마 히데키(29·일본)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천150만달러) 정상에 올랐다. 마쓰야마는 4월 12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천475야드)에서 열린 시즌 첫 남자 골프 메이저대회 제85회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5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마쓰야마는 2위 윌 잴러토리스(미국·9언더파 279타)를 1타 차로 제치고 마스터스 우승을 상징하는 그린재킷을 입었다. 마스터스에서 아시아 국적 선수가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임성재(23)의 준우승이 기존 마스터스 아시아 선수 최고 성적이었다. 아시아 남자 선수의 메이저대회 우승은 2009년 PGA 챔피언십의 양용은(49)을 이어 마쓰야마가 두 번째다.
마쓰야마는 일본 남성 골퍼 최초 메이저 우승도 기록했다. 여자 메이저대회에서는 1977년 히구치 히사코(여자 PGA 챔피언십), 2019년 시부노 히나코(브리티시여자오픈) 등 두 차례 일본 선수 우승자가 나왔다.
10년 만에 마스터스 정상에 오른 마쓰야마
이번 우승으로 마쓰야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인 통산 6승을 달성했다.
PGA 투어에 데뷔한 2014년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첫 승을 거둔 마쓰야마는 2017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5승째를 거둔 이후 3년 넘게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전까지 마쓰야마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2017년 US오픈 공동 2위였다. 마스터스에서는 2015년 5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마스터스 우승으로 마쓰야마는 그린재킷뿐 아니라 우승 상금 207만달러(약 23억 원)와 금메달, 클럽하우스 모양의 트로피를 차지하게 됐다. 은으로 제작된 트로피는 오거스타에 보존되고, 마쓰야마는 복제품을 가져간다.
마쓰야마는 4타 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했다. 1번 홀(파4)에서 보기를 쳤지만, 2번 홀(파5) 버디로 곧바로 만회했고, 8번 홀(파5)·9번 홀(파4) 연속 버디로 선두 굳히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12번 홀(파4) 티샷을 벙커에 빠트리면서 보기를 적어냈다. 마쓰야마가 마스터스의 난코스 ‘ 아멘 코너’(11∼13번 홀)에서 보기를 적어낸 것은 이번 대회 중 처음이다. 마쓰야마는 13번 홀(파5) 버디로 다시 만회했지만, 15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뒤 연못에 굴러 떨어지면서 보기를 적어내고 위기를 맞았다. 동반 플레이한 잰더 쇼플리(미국)가 12∼15번 홀 연속 버디로 2타차로 추격한 것이다. 마쓰야마는 16번 홀(파4)에서도 보기를 쳤지만, 쇼플리가 16번 홀 티 샷을 물에 빠트린 뒤 트리플 보기로 흔들리면서 다시 여유를 찾았다.
18번 홀(파4)에서 파 퍼트에 실패했지만, 보기를 적어내고도 우승을 지켰다.
마쓰야마는 버틀러 캐빈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어로 “정말 행복하다(I'm really happy)”고 말한 뒤 일본어 통역을 통해 “일본인으로서 처음 마스터스 우승을 했는데, 많은 일본 선수들이 뒤따라 우승하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우승자 더스틴 존슨(미국)은 이번 대회에서는 컷 탈락했지만, 시상식에 참석해 마쓰야마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줬다. 마스터스 첫 출전에서 우승을 노렸던 신인 잴러토리스는 준우승을 거두고 상금 124만2천달러와 은메달을 받았다. 쇼플리와 조던 스피스(미국)는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공동 3위를 차지했고, 마지막 날 6언더파 맹타를 휘두른 욘 람(스페인)이 마크 리슈먼(호주)과 함께 공동 5위(6언더파 282타)로 뒤따랐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김시우(26)는 이븐파 72타를 치고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 12위를 차지했다.
1∼3라운드에서 톱10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지만, 김시우는 2019년 공동 21위를 넘어 자신의 마스터스 최고 성적을 새로 썼다.

 

 

19세 때 마스터스 첫 출전한 마쓰야마, 10년 만에 마스터스 우승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는 마스터스와 인연이 각별하다.
13세 때 그는 마스터스 중계를 처음 봤다고 전한 마쓰야마. 타이거 우즈(미국)가 네 번째 그린 재킷을 입은 2005년 마스터스였다. 16번 홀(파3)에서 우즈가 90도로 꺾이는 환상의 칩인 버디를 잡아내는 장면에서 그는 우즈와 마스터스에 매료됐다. 언젠가는 마스터스에 출전하고 싶다는 꿈을 지니게 됐다. 6년 뒤인 19세 때 그는 2011년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했다.
미국 본토 아마추어 선수에게도 흔치 않은 마스터스 출전 경험을 일본의 주니어 선수가 잡게 된 것은 2009년 창설된 아시아 태평양 아마추어 선수권대회 우승 덕분이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태평양 아마추어 선수권대회 창설에 참여하면서 우승자에게 이듬해 마스터스 출전권이라는 큰 혜택을 부여했다.
100명을 밑도는 마스터스 출전자 가운데 아마추어는 US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와 준우승자, 브리티시 아마추어 챔피언십과 미국 미드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뿐이었지만, 태평양 아마추어 선수권대회 우승자가 추가됐다. 세계 시장을 노린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2015년 시작된 라틴 아메리카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에게도 마스터스 출전권을 준다.
2010년 일본 고치현 메이토구 지주쿠 고교에 다니던 마쓰야마는 태평양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5타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해 2011년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마쓰야마는 2011년 마스터스에서 아마추어 선수 가운데 혼자 컷을 통과했고, 공동 27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려 최저 타수 아마추어 선수에게 주는 실버컵을 받았다.
마스터스에서 실버컵을 받은 선수가 나중에 그린 재킷을 입은 것은 마쓰야마가 7번째다. 잭 니클라우스, 벤 크렌쇼, 필 미컬슨,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 그리고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이 실버컵에 이어 그린재킷을 차지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대회 한 달 전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의 참화를 딛고 출전했다는 사연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그가 재학 중이던 센다이 도호쿠 후쿠시 대학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폐허가 됐다. 센다이 지역은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가장 심하게 입은 도시다.
마쓰야마는 일본 동남부 에히메현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다니하라 히데토, 미야자토 유사쿠, 이와타 히로시 등 빼어난 선수를 배출한 도호쿠 후쿠시 대학 골프부에서 뛰려고 센다이로 유학 왔다.

 


대회 직전까지 출전을 망설였던 마쓰야마는 대회 전 기자회견에서 “센다이 시민들의 격려와 응원에 출전을 결심했다”면서 “피해 복구와 재기에 힘쓰는 지역 주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고 밝혀 감동을 줬다.
마쓰야마는 이듬해에도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2011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태평양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선수의 2년 연속 마스터스 출전을 드문 사례다. 2012년 마스터스에서도 마쓰야마는 컷을 통과했지만, 공동 54위에 그쳤다. 실버컵은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에게 돌아갔다. 2012년 마쓰야마는 실버컵을 받았던 2011년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프로 선수가 된 뒤 처음 출전한 2014년 마스터스에서는 컷 탈락의 쓴맛을 봤던 마쓰야마는 이듬해 5위, 2106년에는 공동 7위로 2년 연속 톱10에 이름을 올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과 궁합을 과시했다.
2017년에는 공동 11위로 아깝게 3년 연속 톱10을 놓쳤다. 2019년 공동 32위를 빼곤 해마다 20위 이내에 들었던 마쓰야마는 딱 10번째 출전인 올해 그린재킷을 손에 넣으며 마스터스와 인연에 정점을 찍었다.
 

마스터스 우승으로 마쓰야마가 벌어들일 수익은 얼마?
마쓰야마 히데키는 이번 마스터스 골프 대회 우승으로 207만 달러(약 23억 원)의 상금을 받았다. 하지만 207만 달러는 앞으로 마쓰야마가 벌어들일 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스포츠 비즈니스 전문 매체인 스포티코는 마스터스 우승으로 마쓰야마는 앞으로 6억 달러(6755억 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인 봅 도프먼은 마쓰야마가 앞으로 30년 동안 해마다 2천만달러(225억원) 어치 후원 계약을 따낼 수 있게 됐다고 추산했다. 마쓰야마는 마스터스 우승 이전에도 일본 골프의 간판이었다. 렉서스, 스릭슨, 노무라 증권 등 든든한 기업의 후원을 줄곧 받았다.
이들 후원 기업은 마쓰야마에게 연간 90억원에서 110억원의 거액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스터스 우승은 마쓰야마의 위상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일본 골프 시장은 미국 다음으로 크다. 아시아 지역 골프장의 절반은 일본에 있다. 일본인은 골프를 유난히 좋아한다. 게다가 일본인들은 폐쇄적이고 신비로운 마스터스를 동경한다.
아마 마쓰야마가 마스터스가 아닌 US오픈이나 디오픈, PGA 챔피언십 등 다른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다면 가치가 6억달러까지는 올라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와 스포츠 스타들에게 지갑을 한껏 열었던 일본 기업의 돈은 이제 마쓰야마에게 몰릴 전망이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 업체 옥타곤의 임원을 오래 역임한 데이비드 슈워브는 “마쓰야마의 가치는 무한대가 됐다. 원하는 기업이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라면서 “당장 수많은 제안서가 매니저 책상 위에 쌓일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일본 테니스 선수 니시코리 케이는 연간 3천만달러(337억 원)의 기업 후원을 받는다. 그는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다. 2018년 US오픈에 이어 작년 US오픈, 올해 호주 오픈 등 메이저대회 3승을 따낸 일본 여자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에게는 작년에만 3천600만달러(405억원)의 기업 후원이 몰렸다. 마쓰야마가 영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사실도 장애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수시장만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마쓰야마는 클럽과 볼, 경기복, 신발 등 용품을 모조리 일본 브랜드를 쓴다. 일본 골프 산업 내수 시장은 ‘갈라파고스’라 불릴 만큼 미국 등 외국 브랜드 제품이 고전하는 곳이다. 대신 일본 브랜드 골프용품은 미국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다.
마쓰야마의 마스터스 제패는 이런 내수 시장 위주의 일본 골프용품 산업에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마쓰야마 덕분에 위상이 높아진 일본 골프용품 업계가 미국시장 진출에 소극적이던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월간 골프가이드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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