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의 떼죽음을 일으키는 원인 발견 불가사리의 떼죽음을 일으키는 원인 발견
이명규 2014-11-24 10: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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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불가사리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불가사리의 떼죽음을 일으키는 원인 발견

 

UC 산타크루즈의 연구진은 11월 17일 PNAS에 기고한 논문에서, 북미 해안에서 불가사리의 몰살을 초래하고 있는 불가사리 소모병(Sea-star wasting disease)의 범인이 바이러스인 것 같다고 밝혔다(참고 1). 연구진은 (최소한) 1942년 이후 태평양에 존재해 온 것으로 알려진 덴소바이러스(densovirus; Parvoviridae에 속함)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다년간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잠잠하던 덴소바이러스가 갑작스럽게 증식하여 알래스카에서부터 바하 캘리포니아에 이르기까지 해양생물을 황폐화시킨 이유가 뭔가?"였다.

불가사리 소모병의 증상은 `외견상 멀쩡하던 불가사리가 며칠 사이에 찐득찐득한 덩어리가 되어 버리는 것`으로, 그 원인이 잘 이해되지 않았었다. 불가사리 소모병은 태평양 연안을 따라 신속하게 번져나가며, 약 20종의 불가사리를 몰살시키고 있다. 최근 일어난 불가사리 소모병 사례로는 2013년 6월 워싱턴주 올림픽 반도에서 일어난 것을 들 수 있다. 2013년 6월 이후 불가사리 소모병은 범위가 더욱 확대되어, 심지어 올림픽 반도를 다시 덮치기도 했다. "올해 일어나고 있는 불가사리 몰살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UC 산타크루즈의 피터 레이몬디 교수(해양생태학)는 말했다.

바닷물의 재앙

불가사리 소모병이 처음 시작되던 때부터, 일화적 증거(anecdotal evidence)들은 바이러스를 주범으로 지목했었다. 자외선을 이용하여 살균된 바닷물이나 자체적인 소금물 탱크를 보유한 수족관들(예: 시애틀 아쿠아리움,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수족관)에서는 불가사리가 건재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소독하지 않거나 모래로 여과한 바닷물(모래로 여과하면 주로 세균과 원생동물만이 제거된다)을 사용한 수족관에서는 불가사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UC 산타크루주의 과학자들은 동일한 지역에서 채취된 `병든 불가사리`와 `건강한 불가사리`의 조직을 검사한 결과, 의심이 가는 세균이나 원생동물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연구진은 바이러스에 초점을 맞추고, `병든 불가사리`와 `건강한 불가사리` 샘플에서 바이러스의 DNA를 채취하여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염기서열을 비교분석한 결과, `병든 불가사리`에서는 `건강한 불가사리`에서보다 많은 덴소바이러스의 DNA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결과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병든 불가사리`에게서 채취된 바이러스를 `건강한 불가사리`가 있는 물탱크에 투입해 봤다. 그러자 건강한 불가사리들은 일주일 만에 병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매우 설득력있는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바닷속에 풍부하게(1mL당 1,000만 마리)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냈다"고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의 커티스 셔틀 교수(해양바이러스학)는 말했다. (셔틀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수수께끼

"우리는 바이러스와 해양생물의 사망 간의 관련성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중요한 종들`이나 `카리스마적으로 덩치가 큰 동물들(예: 바다표범)`에 관한 것이었다. 이제 불가사리에 관한 정보를 손에 넣었으니, 덴소바이러스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셔틀 교수는 말했다.

연구진의 다음 연구과제는 `얌전하던 덴소바이러스가 갑자기 대량살상자(mass killer)로 둔갑한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다. 사실 덴소바이러스는 새로 발견된 바이러스가 아니다. 1940년대에 과학자들은 박물관에 소장된 건강한 표본의 조직에서 덴소바이러스를 발견한 적이 있다. 또한 덴소바이러스는 플랑크톤, 침전물, 기타 해양동물(예: 해삼, 성게)에서도 발견된다. 레이몬디가 이끄는 연구진이 태평양 연안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불가사리 소모병의 발발이나 전파와 관련된 환경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오랫동안 잠잠하던 덴소바이러스가 갑자기 치명적 병원체로 돌변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불가사리 개체수가 스스로 원상을 회복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채널아일랜드 국립공원에서 30여 년 동안 불가사리를 관찰해 온 전문가들에 의하면, "관측이 시작된 이래 불가사리 개체수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일부 종의 불가사리 유생들이 상당수 증가하고 있어, 상황이 호전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http://mirian.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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