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토닌과 플랑크톤의 일주기 행위 멜라토닌과 플랑크톤의 일주기 행위
이명규 2014-10-06 1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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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런의 빛 감지와 멜라토닌 생성에 의한 유생의 야간 이주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멜라토닌과 플랑크톤의 일주기 행위

 

사람에서 수면과 시차(jet lag)를 관장하는 호르몬이 대양에서 플랑크톤의 집단 이주(mass migration)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독일 하이델베르그 유럽분자생물학 연구소(European Molecular Biology Laboratory, EMBL in Heidelberg, Germany)의 연구자들에 의해 얻어졌다.

문제의 분자 멜라토닌(melatonin)은 어떤 리듬 유지에 필수적이며, 그리고 이번 연구에서 이 분자가 한 플랭크톤 종이 표면에서 깊은 물속으로 매일 밤 이동하는 것을 관장한다는 것이 새로이 확인되었다. 이번 발견은 학술지 Cell 의 인터넷 판에 실렸으며,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의 역할이 동물 역사의 초기에 발달되었음을 시사하며, 우리의 수면 패턴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에 대한 힌트를 암시한다.

척추동물에서 멜라토닌은 일주기 활동 패턴 즉, 시간대를 가로질러 비행할 때 동조화(synch)에서 벗어나 여행 피로로 이어지는 양상의 조절에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상 거의 모든 동물에는 멜라토닌이 있다. 다른 종에서 이 멜라토닌이 하는 역할을 무엇이며, 수면을 촉진하는 기능은 어떻게 진화되었는가? 이를 밝히기 위해 이번 연구팀은 바다의 갯지렁이 (Platynereis dumerilii)를 연구했다.

이 벌레의 유생은 생물군 측면에서 지구상의 가장 거대한 이주 즉, 대양에서 플랑크톤의 일주기 수직 운동으로 일컬어지는 것에 가담한다. 유생은 그의 중정선 주위에 벨트처럼 배열된 일련의 미세 ‘물갈퀴(flippers)”-섬모-를 두드려서(beating), 매일 바다의 표면을 향해 이동할 수 있다. 저녁 때에 표면에 도달하고, 그 밤에 깊은 물 속으로 다시 가라앉는데, 이 유생들에게 그곳은 한 낮에 자외선으로 인한 손상에 대한 피난처인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이들 유생의 뇌에서 빛을 감지하는 일군의 멜티태스킹 (multitasking) 세포가 내부 시계로 작용하여, 밤에 멜라토닌을 만드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 이 연구를 주도한 아렌드(Detlev Arendt) 박사의 말이다. 따라서, 이들 세포가 밤에 만드는 멜라토닌은 결국 낮-밤의 규칙적 행위를 담당하는 다른 뉴런의 활성을 조절하기 위한 메시지라는 것이 이 연구팀의 생각이다.

이번 연구에서 멜라토닌에 반응하는 일군의 특수화된 모터 뉴런이 발견되었다. 현대적인 분자 센서의 이용으로, 유생의 뇌에 있는 이들 모터 뉴런의 활성이 가시화될 수 있었고, 그 활성이 낮부터 밤까지 급진적으로 변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야간에 멜라토닌의 생성은 이들 뉴런의 활성에서의 변화를 일으켰고, 그 다음, 이로 인해 유성의 섬모는 비팅(beating )하지 않고 오랫동안 정지했다. 낮 동안에는 멜라토닌이 만들어지지 않아, 섬모의 정지는 풀리고, 유생은 위로 헤엄친다.

유생이 낮 동안 멜라토닌에 노출되면, 밤에 하는 행위로 전환되었는데, 이는 마치 여행 피로 상태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번 발견은 이 유생의 야생성 이동을 관장하는 빛을 감지하고, 멜라토닌을 생성하는 세포는 사람 뇌에서 그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과 진화적 사촌관계임을 시사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의 수면과 각성 리듬을 통제하는 세포들에 대한 진화가 수억 년 전 대양에서, 태양으로부터 멀리 이동해야 하는 압박에 대한 반응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뇌의 핵심적 기능에 대한 진화적 기원은 단계적으로 해명될 수 있다. 이번 흥미로운 성과로 인해, 인체 생물학의 뿌리가 해양 생태의 어떤 깊이 간직된 기본적인 측면에서 확인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대양 생태는 고래의 진화적 시대 이래로 지구 상의 생명체를 지배했다고 한다.


■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http://mirian.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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