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 0.34㎚까지 측정하는 절대길이 측정 시스템 개발 차세대 길이표준 기술, 산업현장서 구현 가능성 열어
임승환 2025-07-04 09:28:14

광 주파수 빗 분광 간섭계 기반 절대길이 측정 시스템 모식도 / 사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KRISS)이 양자물리학의 한계 수준 정밀도를 구현한 ‘절대길이 측정 시스템’을 개발해, 측정 과학계와 산업계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이 기술은 4만분의 1초(25㎲)라는 짧은 시간 안에 0.34㎚(나노미터)의 미세한 길이를 측정할 수 있는 초정밀·초고속 기술이다.

 

기존의 길이측정표준기는 단파장 레이저 간섭계를 활용해 1~10㎚ 수준의 고정밀 측정을 수행해왔지만, 측정 거리의 제약과 복잡한 설비 환경이 한계로 지적돼왔다. 반면 절대길이 측정 시스템은 긴 거리를 측정할 수 있으나, 정밀도는 수 ㎛(마이크로미터) 수준에 머물러 산업 고도화 요구에 부응하기 어려웠다.

 

KRISS 길이형상측정그룹은 이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광 주파수 빗(Optical Frequency Comb)’을 광원으로 활용한 분광 간섭계를 절대길이 측정 시스템에 결합했다. 광 주파수 빗은 일정한 간격을 갖는 수천 개의 주파수 빛으로 구성돼 넓은 파장 범위를 커버하면서도, 고도의 정밀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번 시스템은 기존의 간섭계 방식처럼 정밀하면서도 야외에서도 작동할 만큼 구조가 간단해, 첨단 제조현장에서의 실시간 품질 제어와 장비 교정 등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다. KRISS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은 현재 국내 첫 절대길이 측정용 차세대 표준기로 등재하기 위한 성능 검증 절차에 돌입했으며, 측정 불확도 평가와 장비 최적화 연구도 병행 중이다.

 

이 기술은 특히, AI 반도체, 정밀 양자기기, 초정밀 부품 가공 산업 등에서 요구되는 ㎚급 정밀도와 측정 속도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유일한 측정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RISS 장윤수 길이형상측정그룹 선임연구원은 “AI반도체, 양자기술 등 미래 산업의 경쟁력은 ㎚ 단위의 거리 측정 및 제어 역량에 달려 있다”라며 “이번 성과는 우리나라가 차세대 길이표준을 주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KRISS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세계적 광학 분야 학술지인 Laser & Photonics Review (IF: 10.0) 6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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