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산업의 미래를 바꿀 혁명 키워드, 친환경
임진우 2018-06-15 15:14:07

나무들이 우거진 숲 속, ‘짹짹짹’ 새 소리가 들리고 ‘똑똑똑’ 물방울이 떨어진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하다. 그 사이를 ‘뚜뚜뚜’ 모스부호의 기계음과 함께 자동차가 조용하게 달린다. 몇 년 전 자동차 광고의 한 장면이다. 광고의 포커스는 ‘자연 속을 시원하게 달린다’가 아니라 자연 속을 ‘조용히’, 자연에 ‘민폐 안 끼치고’ 달린다에 있었다. 꽤 지난 광고지만 ‘친환경’ 자동차의 출현을 알리는 데 한몫한 광고였다.
친환경 바람은 기계산업에도 예외가 아니다.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기계산업에 부는 친환경 바람은 더욱 거세어졌다. 친환경 굴착기, 친환경 공작기계 등 ‘친환경’은 기계산업의 미래 성장 키워드로 급부상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정체기에 머물러 있던 국내 기계산업의 회복세를 전망하며 2018년 기계산업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친환경 기계설비 확산을 꼽았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기계는 시끄럽고 지저분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계란이나 야채같은 것에 어울릴 법했던 ‘친환경’이 기계산업의 미래성장동력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에 직면하여,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의 첨단시대’ 도래를 예감하는 이들에게 기계산업의 ‘친환경’ 이슈는 다소 아날로그 감성까지 연상시킬 수 있다. 기계의 ‘최첨단’이라면 모를까, 친환경이라니. 그러나 바야흐로 기계도 환경을 생각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받기 힘든 시대다. 실제로 요즘은 굴착기나 공작기계조차도 친환경 굴착기, 친환경 공작기계 등과 같이 ‘친환경’이 붙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
그렇다면 기계산업에서 ‘친환경’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거칠게 단순화하자면, 첫째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주로 에너지와 자원을 적게 쓰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에너지 절감기술이 친환경 기계산업을 좌우할 것이다.
둘째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이다. 1차 산업혁명은 기계의 발명으로 시작되었다. 자동기계 수백 대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공장은 산업혁명의 심볼이었다. ‘공장에서사용하는 기계는 모두 시끄럽고 위험하고 지저분할 것’이라는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기계산업 역시 혁신적인 변화에 직면해 있다. 생산효율과 내구성만 따지던 기계산업계의 화두가 친환경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솔루션이 가장 많이 적용되는 기계류가 바로 절삭용 공작기계다. 공작기계산업은자동차·조선·우주항공·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며 기계산업 전반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산업이다. 이미 절삭유 없이 가공할 수 있는 친환경 금형 가공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절삭유란 금형 가공 공정 시 사용되는 대표적 오염물질로 인체는 물론 환경 위해 물질로 손꼽힌다. 절삭유 없는 친환경 기계설비만으로도 공장은 지저분하다는 편견을 극복할 수 있다.

 

기계 특명, 지구를 지켜라

기계산업은 왜 친환경에 주목해야하는 것일까. 지구온난화 및 자원고갈에 대한 전 지구적대응으로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계산업에서도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를 위한 기술개발이 생존 경쟁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환경이 기계산업의 화두로 급부상한 것은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5년 12월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영향이 크다. 이 협정은지구 대기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각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치를 조절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협정이다. 전 세계 195개 국가가 202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게 된다. 10위권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도 총배출량을 2030년 전망치 대비 37% 감축한다는 자발적 기여 방안을 제출한 상태다. 결코 도달하기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기계 분야의 신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정체기에 머물러 있던 국내 기계산업의 회복세를 전망하며 2018년 기계산업의 주요 이슈 중하나로 친환경 기계설비 확산을 꼽았다. 세계적으로도 환경규제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의 생산 비용 상승 등으로 친환경·에너지 절감형 기계가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건설기계는 그동안 건설 환경의 특수성 등으로 지구 온난화 문제와 동 떨어져 있는것으로 여겨져 비교적 관심이 덜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서울시도 올해부터 발주 공사장 내 친환경 건설기계 사용을 의무화 했다. 이에 따라 덤프트럭, 지게차, 굴삭기 등의 건설기계도 친환경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이제, 친환경 기계산업은 국가 신성장동력으로서 매력적인 산업으로 부상 중이다.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의 시대, 지구를 지켜야 할 특명이 기계에 내려진 셈이다. 열쇠는 친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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