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 하나로 세계를 움직이는 강소기업 TURBOLINK
임진우 2018-06-15 16:05:58

기계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자연의 에너지를 일을 할 수 있는 동력으로 바꾸기 위한 가장효율적인 장치가 회전기계이고, 이 회전기계의 가장 핵심 부품은 단연 베어링이다. 베어링은 회전하는 물체가 움직이는 부위에서 발생하는 마찰을 줄여주는 부품이다. 바퀴를 비롯해엔진, 발전소 터빈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는 다양하다.
베어링 하나로 세계를 움직이는 기업이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유체윤활유베어링의 국산화를 이끈 (주)터보링크가 그곳이다.

 

베어링 국산화에 터보링크의 미래를 걸다
터보링크는 2001년 설립, 올해로 만 17년째 ‘베어링’이라는 한우물을 파고 있는 베어링 전문기업이다. 창원대학교 보육센터에서 시작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2013년 이곳 김해 골든루트 산업단지에 자가 공장을 신축하여 이전했다. 현재는 기술개발 인력 9명을 포함해 43명의 직원이 일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당시 베어링은 기계산업의 핵심 부품임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을 등한시하는 품목들 중 하나였다. 터빈, 발전기, 모터, 펌프, 압축기 등 대형 고속 회전기계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기업들도 베어링 기술만큼은 자체 개발 대신 외국의 선진기술에 의존하고 있었다. 특히 대형 고속 회전기계의 핵심 부품인 유체윤활베어링은 전량 수입하고 있었다.
“한국중공업 기술연구원에서 베어링을 연구하면서 베어링 기술이 회전기계의 설계나 운전에서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베어링에 문제가 생기면 발전소 전체가멈추기 때문에 온도와 진동 센서를 부착하여 실시간으로 점검할 만큼 중요한 핵심 부품입니다. 특히 고속, 고하중의 회전기계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베어링 설계 기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베어링을 국산화하면 당시 적을 두고 있던 한국중공업을 비롯해 삼성테크윈 등 베어링을 필요로 하는 국내의 많은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 기술연구원에서 터빈, 발전기등에 사용되는 베어링을 연구하던 하현천 대표는 “수입에 의존해 온 첨단 베어링 국산화에 터보링크의 미래를 걸겠다”는 각오로 당시 함께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최성필 박사와 함께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하현천 대표는 ‘베어링’ 연구로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베어링 분야 권위자이기도 하다.

 

 

국내 유일의 유체윤활베어링 제조업체인 터보링크는 지난 2011년 100만 불 수출탑을 받은바 있으며, 현재 미국과 일본 등 6개 해외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1 (주)터보링크 임직원들은 세계적인 글로벌 베어링 메이커와 당당히 경쟁하기 위한 최고의 품질을 만들기 위해 주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2 하현천 대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하여 지난 2003년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하였다.
3,4 (주)터보링크는 국내 대학과 다양한 산학 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우수인재의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베어링 국산화의 새 역사를 쓰다
터보링크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유체윤활베어링 전문 제조회사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유체윤활베어링 분야에서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가능한 곳은 터보링크가 유일하며, 전세계를 통틀어도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몇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유체윤활베어링은 발전소용 터빈이나 발전기, 대형 모터나 펌프, 고속으로 회전하는 공기압축기, 대형 증속기 등에 사용된다.
터보링크는 이러한 유체윤활베어링의 국산화로 대한민국 베어링의 역사를 다시 써나가기시작했다. 처음으로 국산화한 제품은 한화파워시스템에 납품하고 있는 터보압축기용 베어링이다.
이전에는 미국 회사에서 수입해 사용하던 베어링인데 터보링크가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화파워시스템이 생산하는 터보압축기 전품목에 터보링크의 베어링이 사용되고 있다. 현대와 효성에 납품하고 있는 Vertical Combined Bearing도 터보링크가 국산화한 것이다. 이 역시 이전에는 전량 영국, 독일, 일본 등에서 수입하던 것이었다.

또한 한국 표준형 500 MW 발전소의 증기터빈에 사용되고 있는 틸팅패드 저널 베어링의 고온이나 불안정 진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5 패드 베어링을 개발하여 보령, 삼천포, 당진, 태안 발전소 터빈의 운전 신뢰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이 베어링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NEP 인증과 특허를 취득하게 되었다.
터보링크는 세계 시장에서도 TOP 5를 차지하는 베어링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일본, 중국, 독일, 핀란드 등 해외 시장에서도 100년 된 세계적인 베어링 전문 기업들과 기술력으로 경쟁하고 있다. 특히 건너온 돌다리도 다시 한 번 두드려볼 정도로 신중하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기업들도 터보링크의 단골고객이 되었다.
그래서 생긴 일화 한 가지. 2015년 즈음이었다. 영국의 한 경쟁사에서 30년 이상 근무했던세일즈 디렉터로부터 연락이 왔다. “도대체, 터보링크 때문에 영업이 안 된다. 터보링크를경쟁사로 두느니 차라리 터보링크를 위해서 영업하고 싶다.” 해외 시장에서 터보링크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일화이다. 하현천 대표는 현재 영국, 인도 등 해외시장 판로개척을위해 맹활약 하고 있다.

 

 

연구원 출신 대표, 기술개발에 대한 고집
하지만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전량 수입하던 대기업에서 국내의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베어링이 성에 찰 리가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베어링 기술에 관한한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체감하는 위상은 대기업 연구소 시절과 큰 차이가 있었다고 회상한다.
17년 전, 최성필 박사와 함께 두 명으로 출발한 회사는 현재 43명으로 늘어났다. 이들 중 9명이 기술개발 전담 연구원이니 전체의 20% 가까이를 연구개발에 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현천 대표 역시 연구원 출신이라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최근에도 2개의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했는데 이중 하나는 올해 2월에 개발을 끝냈다.
또한 5월 말 중에 개발 완료를 앞두고 있는 제품도 있다. Laser Cladding 기술을 응용한 고속 터보기계용 베어링이다. Laser Cladding 기술은 말 그대로 Laser를 이용하여 접합하는기술이다. 기존의 주조 기술은 작업자의 숙련도나 환경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우려가 있는데다 뜨거운 용액을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전형적인 3D로 분류되었다. 반면 Laser Cladding은 세척, 산처리, 틴닝 등과 같은 전처리 과정도 필요 없고, 로봇을 이용하여 반자동으로 접합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차세대 화이트메탈 접합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터보링크는 현재 신기술 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 등으로 인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 2017년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사업’에도 선정되었다. 총 4년간 해외마케팅사업 지원및 글로벌강소기 전용 R&D 지원사업과 지역자율프로그램(신규 선정기업대상 1년 간)을지원받고 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유럽 현지 세일즈 랩에 대한 사업비를 지원받고 있다.

 

한눈 팔지 않고 한 우물을 파는 100년 기업으로

이처럼 터보링크의 출발은 한참 늦었지만 이미 기술력은 100년을 뛰어넘어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그 비결에 대해 하현천 대표는 ‘한눈팔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저도 처음엔 혹했습니다. 베어링을 웬만큼 궤도에 올려놓으면 다른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해보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베어링 한 분야만 제대로 하는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세계적인 베어링 전문기업들도 베어링만 100년씩 고집스럽게만드는 기업들입니다. 저 역시 한눈 팔지 않고 한 우물만 꾸준히 파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