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김하얀 연구원이 360도 테이블탑 홀로그램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홀로그램 기술이 세계 최고 디스플레이 학회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양산형 제품뿐 아니라 미래 기술 부문에서도 널리 인정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달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가 주최한 ‘디스플레이 위크(Display Week) 2020’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국제디스플레이학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ETRI 연구진들의 단체 사진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는 2012년부터 연구소, 대학, 기업들이 신기술을 선보이는 디스플레이 전시회를 운영해오고 있다.
특히 전시관 내 아이존(I-Zone)은 기업들이 양산 예정인 기술들을 전시하는 일반 공간과 달리 미래기술을 볼 수 있는 전시로 특별한 관심을 받으며, 우리나라가 수상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ETRI는 이번 전시회 I-Zone에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1마이크로미터(μm) 픽셀 피치 패널과 360도 테이블탑 홀로그램 시스템을 선보였다.
연구진은 우리나라 홀로그램 기술 최초로 가장 완성도가 뛰어난 기술에 수여하는 최고상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ETRI 김하얀 연구원이 360도 테이블탑 홀로그램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1μm 픽셀 피치 패널 기술은 지난해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에서 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공정 개발, 균일성 확보 연구 등을 거쳐 1년 만에 패널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본 기술은 주최 측의 초청으로 심포지엄 발표를 할 수 있는 영예도 얻었다.
홀로그램은 빛의 회절과 간섭원리를 이용, 공간에 영상을 맺히게 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때 공간광변조기(SLM)라고 불리는 패널에 홀로그램 데이터를 입력해 빛을 제어하면 별도 광학장치 없어도 자연스럽게 홀로그램 영상 재현이 가능하다.
공간광변조기 패널의 픽셀 피치가 작을수록 홀로그램을 볼 수 있는 시야각 또한 넓어진다.
1μm 픽셀피치 패널을 이용한 30도 홀로그램 영상을 재현한 모습
기존 개발된 10°이내 시야각이 나오는 3μm 픽셀 피치 패널을 연구진은 1μm로 대폭 줄여 시야각을 30°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공간광변조기 패널의 픽셀을 평면으로 설계하지 않고 수직으로 쌓는 방식으로 혁신에 성공했다.
한 평면에 수평으로 형성하던 픽셀 구성 요소들을 수직으로 쌓아 필요면적을 최소화해 수직 적층(積層)형 박막트랜지스터(VST) 구조로 만든 것이다.
본 기술은 별도 추가 공정 없이도 픽셀 피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로써 1.3인치 크기 패널에 5,100만 개 픽셀을 넣어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이미지를 표현하는 홀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었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360도 테이블탑 홀로그램 기술을 통해 재생한 홀로그램 영상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큐브, 나비, 큐브,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한편, 2D와는 달리 홀로그램은 픽셀 크기에 따라 시야각이 확 달라져 대형화를 이루기 어렵다.
ETRI는 현재 더 큰 재현 영상을 구현하기 위한 패널을 개발 중이며 연내에 2억 3,040만 개 해상도를 가지는 3.1인치급 공간광변조기를 개발하고 향후 20인치급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한 소자에서 한 가지 색만 표현하는 현 단계를 넘어 다채로운 색을 낼 수 있는 홀로그램 기술도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TRI는 고속으로 구동하는 디지털 마이크로 미러 소자(DMD)를 공간광변조기로 사용, 모든 방향에서 볼 수 있는 컬러 디지털 홀로그램 영상을 재현하는 시스템도 선보였다.
수백 장의 디지털 홀로그램을 다중화하고 이어붙이면서 5인치 이상의 영상을 수평 360°- 수직 20°의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다.
ETRI 연구진이 컬러 홀로그램 패널을 이용해 홀로그램 영상 획득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왼쪽부터 최지훈 연구원, 황치선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광학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테이블 형태의 시스템에 적합하면서도 영상이 360도 전 방향으로 연출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초당 30Gb 이상의 홀로그램 영상 데이터를 고속으로 계산하여 공간광변조기로 전송할 수 있는 기술도 핵심으로 쓰였다.
ETRI는 2015년도에 세계 최초로 모든 방향에서 홀로그램을 볼 수 있는 컬러 디지털 홀로그램 기술을 선보인 뒤, 영상 크기 증대 및 화질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디지털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시스템 기술을 개선해오고 있다.
ETRI 김진웅 디지털홀로그래피연구실 책임연구원은 “본 기술은 홀로그램뿐 아니라 마이크로디스플레이(µLED),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분야와 초고속 통신용 부품, 이미징 영상장치에 적용이 가능해 폭넓은 활용이 이뤄질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본 시연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가코리아사업단의 지원으로 개발되었다.
ETRI 연구진이 공간 광변조기를 통해 빛의 위상을 바꾸는 홀로그램 영상 재현 연구를 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