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포항공과대학교 우주항공용 나노반도체 내방사화 기술 공동개발 /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우주 환경에서 발생하는 각종 방사선은 전자 기기의 오작동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특히 반도체를 사용하는 제품의 고장 원인 중 30% 이상이 방사선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이 우주 방사선에 강한 나노반도체 기술을 개발해 주목 받고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포항공과대학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나노반도체 표면에 얇은 금속산화물 층을 쌓아 양성자에 의한 오류를 대폭 억제하는 내방사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본 기술은 나노반도체 표면에 패시베이션(Passivation) 층을 형성해 외부 환경으로부터 반도체를 보호하는 기술로 패시베이션 층은 반도체 표면을 외부와 물리적으로 분리해 대기 중의 물과 산소 등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원자층 증착(이하 ALD) 방식을 활용해 산화아연(ZnO) 기반의 나노반도체 표면에 10㎚ 두께의 산화알루미늄(Al2O3) 패시베이션 층을 형성했다. ALD 방식은 물질을 기체 상태로 만들어 표면에서 화학 반응을 통해 얇은 막을 쌓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패시베이션 층을 적용한 반도체와 그렇지 않은 반도체 모두에 양성자 가속기를 활용해 양성자를 조사하고, 전기적 특성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패시베이션 층이 양성자 조사에 따른 반도체의 전기적 특성 변화를 효과적으로 억제함을 확인했다.
반도체의 건전성은 전류가 흐르기 위한 최소 전압인 문턱전압, 동일 조건에서 반도체 출력값이 달라지는 이력현상 지수, 반도체의 스트레스 지수, 반도체 동작 시 원하지 않는 신호인 노이즈 값 등의 변화로 판단한다.
패시베이션 층으로 보호받는 반도체는 그렇지 않은 반도체에 비해 양성자 조사 후 문턱전압 변화는 60%, 이력현상 지수와 스트레스 지수 변화는 90% 대폭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이즈 값은 양성자 조사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이처럼 우주 방사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양성자의 영향으로부터 반도체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이 기술은 차세대 우주항공용 나노반도체의 내방사화 시스템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공분야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나노컨버전스(Nano Convergence) 1월호에 게재됐다.
향후 연구팀은 반도체 내방사화 기술의 구체적인 메커니즘 규명을 위한 방사선 영향 평가 분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다양한 회로 수준에서 내방사선 반도체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이번 기술은 차세대 나노반도체에 원자층 증착 방식으로 패시베이션 층을 쌓고, 실제 내방사선 효과까지 검증한 사례"라며, "우리나라가 우주항공용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