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9천만 소비자, 소득(GDP) 14조 9천억불, 연간수입 4조 6천억불, 세계최대시장의 문이 열리고 있다. 중국에 이어 우리의 두 번째 교역대상국인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임박함에 따라 유럽시장으로의 진출 통로가 더욱 넓어지고 다양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KOTRA가 FTA타결을 전제하여 유럽연합(EU) 20개국 주요 현지기업과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FTA체결 최대수혜품목은 자동차, 섬유?의류, 전자제품으로 나타났으며, 자동차와 전기전자 부품은 유럽 대형기업의 아웃소싱 확대전략과 맞물려 큰 수출확대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분석된다.
? 관세철폐 수혜품목, 브랜드?물류?A/S 개선으로 가격효과 제대로 살려야
유럽 현지 자동차 수입딜러들은 한국車 수입관세(10%) 철폐가 대당 1천유로 이상의 가격인하효과가 있는데다 수입관세 환급까지 인정될 경우 대당 300유로의 추가 비용절감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네덜란드 Greenib社 수입담당 Michael Blinfante씨는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다소 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브랜드 인지도와 디자인을 끌어올릴 경우 유럽시장에서 한국車가 거센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방송이 확산되는 유럽에서 빠른 성장을 보이는 위성방송수신기(셋톱박스)는
저가 중국산과 터키산에 밀려 고전했으나, 원화약세와 관세철폐로 가격경쟁력이 회복되어 수출확대가 기대된다. 독일 대형 IT제품유통기업인 올디스(Alldis)社 관계자는 가격이 셋톱박스 구매에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이지만 신속한 납품과 충실한 A/S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가능하다면 유럽 현지에 상주직원을 파견하여 구매처와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엄격한 근로자 보건 및 안전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중동부유럽 신규가입국의 산업용장갑 수요가 늘면서, 시장이 연 9% 가깝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산은 특수 작업용도의 고부가 제품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럽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벨기에 Beltex社 아시아지역 수입담당자 Tibor Monar씨는 FTA로 한국산은 가격과 품질 모두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친환경제품 등 신제품 수요가 높고 유통업체가 주도하는 유럽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유럽현지 대형유통업체와 협력관계를 맺어 공동으로 마케팅을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 EU 대기업 아웃소싱, SOC 민자(民資)유치 사업기회 적극 활용해야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저가품 선호현상이 두드러지고 기업의 비용절감 노력이 강화되면서 유럽 아웃소싱 시장이 연간 10% 성장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 산업은 한국산 부품경쟁력이 높아, 관세까지 철폐될 경우 커다란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 주요 완성차 메이커들은 불황극복을 위해 현재 60%에 달하는 부품의 외부조달 비율을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프랑스 Renault社 오딜 데포르주 구매이사는 한국산 부품 가격 경쟁력을 세계최고수준으로 평가하며, 관세철폐가 물류비용(5~10%)을 상쇄하게 될 경우 더욱 매력적이라고 예상했다. 구매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독일 Daimler社도 한국산 부품의 품질대비 가격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특히 전장(電裝)부품 구매에 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Nokia, Flextronics, Siemens 등 유럽 주요 전자제품 메이커들도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산 부품 아웃소싱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스페인어권 최대통신사인 Telefonica社는 아웃소싱 대상지역을 기존 아르헨티나, 칠레 등 중남미 국가로부터 전 세계로 확대하는 ‘Global Alliance Project`를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을 우선 조달대상국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조달협정에 입?낙찰 실적요건이 폐지되고 민자(民資)사업 개방이 명문화 될 예정임에 따라 EU조달시장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헝가리의 대규모 화력발전소 건설과 루마니아의 고속도로건설 사업 등이 금년 중 민자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헝가리 Zxombathely지방 하수처리장 건설 프로젝트 등 대형 환경사업에도 민간참여가 장려되고 있어, 우리기업이 관심을 가져 볼 만 하다.
? 유럽 현지진출 한국기업, 직수출 확대 등 경영전략 수정 검토
타이어, LCD-TV 등의 품목은 높은 수입관세를 피해 유럽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으나, 관세철폐 효과와 물류비용을 분석해 한국으로부터 직수출이 검토되고 있다. 무세(無稅)인 디스플레이 패널을 수입해 폴란드에서 완제품 TV를 생산하고 있는 LG전자는 현지생산비용과 직수출비용을 비교하여 비중을 조정할 방침이며, 헝가리에서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타이어도 직수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체코 생산법인은 현지동반 진출해 있는 한국협력업체로부터 부품납품단가가 하락해, 연간 약 60억원의 비용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체코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한화 L&C는 유럽 완성차 메이커 대상 OEM 납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프랑스 접경 벨기에 몽스(Mons)에 위치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원산지기준 합의내용에 따라 현지 생산량을 조정하는 등 경영전략을 수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 유럽산업계, FTA 지지하나 관세 환급과 원산지 기준 완화에는 불만
유럽산업계는 FTA체결을 지지하면서도 원산지 기준 등 일부조항에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유럽 경제인연합회(Business Europe)는 한국과의 FTA 체결을 환영하지만, 관세환급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한국 수출업체에 불공정한 비용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유럽자동차업계는 수입관세 10% 철폐가 부담스러운데다가 원산지 기준을 현행 부가가치 60%보다 완화할 경우 중국 등 주변국으로부터 저렴하게 부품을 조달하는 한국 업계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럽자동차협회(ACEA)는 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회원국 정부의 신속한 지원책을 촉구하면서, 친환경차 개발과 생산을 앞당기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기계, 의약, 패션 등 유럽산 경쟁력이 높은 분야는 한국시장 개방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유럽기계협회(Orgalime)는 한국과의 FTA타결이 역내 확산조짐을 보이는 보호주의를 차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태리 섬유패션협회(SMI)는 보완적인 양국의 산업 구조상 교역확대와 산업경쟁력강화가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 원산지증명, 현지화전략으로 FTA효과를 극대화해야
19세기 말 유럽열강과 불평등 통상조약을 맺고 시장을 개방한 지 한 세기가 지나, 오히려 유럽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공세에 서 있다. EU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는 때에, FTA 체결로 다가오는 호황기에 세계최대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기회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특혜관세를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납기단축, 물류개선, 브랜드홍보 등 현지화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KOTRA 관계자는 “EU는 역내교역비중이 높고 회원국 간 산업 분업화와 수직계열화가 이루어진 시장이어서 저렴한 가격만으로 뚫고 들어가기가 용이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우선 원산지 증명을 철저히 준비하고, 동종?유사 품목은 현지 물류망을 공동으로 운영하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여, 기회를 100%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