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도 휴대폰 시장의 주요 성장 동력은신흥 시장의 저가폰과 선진 시장의 뮤직폰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 보급률이 80%를 넘어서고 있는 선진 시장에서는 교체 수요의 핵심 기능이 카메라폰에서 뮤직폰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 기관인 가트너의 전망에 따르면 2006년 26% 수준인 뮤직폰 비중은 2010년에는 76%까지 급증하여 중고가 휴대폰의 기본 사양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이폰(iPhone), 드디어 베일을 벗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휴대폰 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킬만한 사건이 발생했다.아이팟으로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을 평정한 애플이 휴대폰(이하 아이폰)을 출시한 것이다.애플은 지난 해 말, 맥월드에서아이폰이 출시되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으로 인해주가가 요동치는 경험도 하였다.이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듯 CEO인 스티브 잡스는 지난 1월 9일에 개최된 맥월드에서 아이폰을 전격 공개하였다.당초 아이폰은 휴대폰과 음악 기능을 결합한듀얼 모드 기능의‘뮤직폰’과 키보드와 동영상, 음악 기능을 갖춘‘스마트폰’등 총 두 모델이 출시될것으로 전망되었다.실제 출시된 아이폰은 스마트폰에 해당하는 한 종류의 모델만을 선보였다.그러나 기능은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있다.휴대폰 기능 이외 MP3 재생, 200만 화소 카메라, 동영상, GPS 등을 지원하고 있고 4GB와8GB 메모리를 장착하고 있다.또한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현존하는 주요 무선 표준을 대부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특히GPS 기능과 구글의 지도서비스를 연동해 주변의 주요 서비스업체를 실시간검색할 수 있게 하였는데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는 시연회에서 아이폰을 통해 인근 스타벅스 매장을 검색한 후 커피를 주문하는 시범을 보이기도하였다.휴대폰이라기 보다는 휴대용 컴퓨터에 가깝다고 평가받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아이폰은 기존 애플의 명성대로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두께는 11.6㎜에 불과하였고 키보드나 다이얼패드가 없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전화를걸거나 동영상 시청, 음악 감상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애플답다’는 말이 나올 수 있을 정도의 파격적인 디자인은 틀림없는 듯 하다.
‘아이폰’이라는 브랜드는 지난 12월 시스코시스템즈의 자회사인 링크시스(Linksys)가 인터넷전화(VoIP)용 단말기의 상표에‘아이폰’을 사용하기시작하며 애플의 휴대폰에는 사용이 어려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폰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시스코와 상표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밝히고 있어 아이폰이라는 이름은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아이팟, 아이튠즈, 아이맥 등기존 애플 제품들과 일관성을 가질 수 있어 애플입장에서는 일관된 브랜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아이폰은 6월부터 북미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싱귤러(Cingular)를 통해 공급될 전망이며 4분기부터는 유럽지역, 2008년부터는 아시아 지역으로 판매될 계획이다.
뮤직폰과 MP3 플레이어간 장벽 허물어져
그렇다면 전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의 절대 강자인 애플이 이미 빅5 업체들을 중심으로 과점화되어 있는 휴대폰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내부적으로는 지속 성장을 위한 애플의 고민을엿볼 수 있다. 연간 200% 이상 성장하며 애플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어 온 아이팟의 매출 성장세가2006년에는 두 자리 수로 떨어지며 다소 주춤하는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이팟이 이미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한 점을 고려한다면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기는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성장 한계를 미리 직감한 애플은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인‘아이비디오’서비스 런칭, 애플TV를 통한 TV 사업 진출 등 새로운 사업을 발굴 중에 있고, 아이폰 역시아이팟, 아이튠즈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신성장 엔진 후보중 하나로 여겨진다.
외부적으로는 휴대폰 업계의뮤직폰 확장에 대한 역공의 의미도지닌다.기존 휴대폰 업체들이 다운로드 용이성, 유저 인터페이스, 음색 구현 등에서 MP3 플레이어와큰 차이가 없는 뮤직폰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휴대폰이 먼저 MP3진영으로 공격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이에 애플은 강력한 브랜드와콘텐츠 인프라를 무기로 상대 진영에 역공을 가함으로써 시장 방어와추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아이폰, 성공할 수 있을까?
애플은 휴대폰 시장에서도 아이팟과 같은 대박을터뜨릴 수 있을까? 막강한 열성 고객을 가진 아이폰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 낙관하는 측이 있는 반면통신사업자와의 관계, 칩 경쟁력 등 게임의 룰이 전혀 다른 휴대폰 시장에서 상당한 고전을 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아이폰의 성공은 북미 시장에서 뮤직폰 등 고가 휴대폰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기때문에 국내 기업들 역시 아이폰 출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아이폰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마케팅 의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 관점에서 아이폰의 매력도를 분석해 보자.
●‘애플다운’디자인? or ‘오버한’디자인?
아이폰은 인터페이스, 다운로드 편리성 등에서 기존 아이팟과 최대한 유사하게 구성되었을 것으로예상된다. 스티브 잡스도 아이폰을 시연하며“아이팟과 꼭 같다”고 말하는 등 아이팟과의 유사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애플의 강력한 경쟁 무기인 아이튠즈 활용에 최적화되어 기존 뮤직폰들과 차별화를시도할 것이다. 아이폰은‘MP3 기능이 더해진 휴대폰’이라기 보다는‘통신 기능이 더해진 아이팟’과 같은 제품이라 볼 수 있다.문제는 디자인에 대한 고객의 수용성이다. 많은 애플 매니아들은 아이폰 역시 그간 애플이 보여준‘애플다운’디자인의 제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 왔다. 실제로 이번에 선보인 아이폰이 기존 휴대폰들과는 확연히 다른 파격적인 디자인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고객들이 예상하던 이미지와는 다소 틀린 것 또한 사실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아이폰의 예상 디자인(사진 참조)이라 이름 붙여진 사진들을 살펴 보면 아이팟의 터치휠패드를 장착한 슬림 슬라이드폰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고객들의 상상력이 부족한 탓일까? 아니면 고객이 원하는Form Factor가 바로 그 이미지이기 때문일까? 만약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이팟과도 유사하고, 기존휴대폰과도 사용 환경이 비슷한 제품을 원한 것이라면 아이폰의 디자인은‘너무’파격적일 수 있다.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결국 고객이 내릴 것이다. 애플이 모토로라와 함께 출시한 로커폰(ROKR)의 실패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2005년 9월 로커폰 출시 당시 아이튠즈를 활용 가능한 최초의 음악폰이라는 사실로 시장의 기대는 한껏높아졌었다. 그러나 캔디바 형태의디자인은 아이팟과 유사한 디자인의 세련된 제품을 기대한 소비자를만족시키지 못하였다. 아이튠즈라는 강력한 유인책도 디자인이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가차없이 실패를 맛본 것이다. 이번에 출시된 아이폰도‘과연 애플답다’라는 찬사를 받을지, 아니면‘오버한’디자인이라는 실패를 겪을지는 6월이후 제품이 본격 공급되면 알 수있을 것이다.
● 499달러의 가격, 기존 예상 웃돌아
애플은 전문 생산업체를 활용하여 원가 경쟁력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 애플과 연간1,200만 대 규모의 아이폰 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혼하이 정밀은 대만 최대의 전자제조업체로서 2006년 비즈니스위크誌선정 IT 100대 기업(The Infotech 100 Companies) 중 2위에오르는 등 탄탄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업체이다. 수년간 애플의 아이팟 및 모토로라, 노키아의 휴대폰생산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렇듯 애플의 휴대폰 생산 역량은 어느 정도갖추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높은 로열티 부담, 규모의 경제 미확보 등 근본적인 원가 경쟁력열세의 요소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출시된 아이폰은 4GB 모델은 499달러, 8GB 모델은 599달러로 책정되었다. 이는 기존시장의 예상보다는 다소 높은 가격이다. 투자 은행인 파이퍼제프리(Piper Jaffray)의 애널리스트인Gene Munster는 아이폰의 가격은 북미 지역의 스마트폰이나 고가폰과 비슷한 수준인 300~400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소니에릭슨의 4GB뮤직폰인 W950이 출시될 당시 가격이 360~470달러 수준으로 책정된 것과 비교하더라도 다소 높다.그렇다면 결국 고객이 어느 정도의 애플 프리미엄을 수용하느냐가 아이폰의 성패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파디(Poddy)는 아이폰의 가장 큰 무기
아이폰의 성공을 낙관하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내세우는 근거가 바로 파디(Poddy)라 불리는 애플의열성팬들이다. 미국에서는 아이팟에 열광하는 현상을 일컫는‘파디즘(Poddism)’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아이팟은 이제 단순한 제품이 아닌 새로운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파이퍼제프리의 시장 조사 결과도 애플의 브랜드 파워를 잘 보여주고 있다. 파이퍼제프리는 미국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소비 행태와 브랜드 인지도를 조사하기 위한 정기 서베이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10월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MP3 플레이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79%가 아이팟을 소유하고 있고, 온라인 뮤직 스토어를 이용하는 사람의 91%가 아이튠즈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10대들이 아이팟에 대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향후 1년 이내에 MP3 플레이어구매 의향을 나타낸 사람이 45%에 달하는 데 이들중 76%는 아이팟 구매를 원했고 74%는 뮤직폰도구매 고려 대상이라고 답했다는 점이다. 아이팟에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층이 뮤직폰에 대한관심도 높다는 것은 아이폰에 대한 구매로 이어질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유명 시장 조사 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반(Frost & Sullivan)의 애널리스트 Zippy Aima는“아이폰은 단순히 새로운 기업이 휴대폰 사업에 진입하는 것과는 차원이 틀리다. 출시만 된다면 수많은 고객들이 아이폰을 사기 위해 줄을 설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아이폰을 기다리는 열성고객층이 폭넓게 존재한다는 사실은 향후 애플의가장 큰 경쟁 무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 싱귤러는 아이폰의 강력한 지원군이 될 전망
아이폰의 유통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였다.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를 통해 유통될 것이라는 의견과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설립을 통해 진출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뉘었던 것이다. 이번 맥월드에서 애플은 아이폰이 미국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싱귤러를 통해 6월부터 북미 지역에 출시될 것이라고 발표하며 유통에 대한 불안 요소를 제거하였다.
애플 입장에서는 MP3 플레이어와 상이한 유통 구조, 로커(ROKR)폰의 협력 경험 등을 고려할 LG주간경제 2007 1 17때, 싱귤러를 통한 유통이 바람직해 보인다. 후발주자인 애플로서 MVNO를 설립해 직접 유통까지뛰어드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플의 열성 고객층은 어떤 통신 사업자가 보아도 매력적이기 때문에 싱귤러와의 협상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싱귤러 입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튠즈를 통한 배타적인 사업 구조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미국 이동통신 사업자들 역시 무선 콘텐츠를 통한 수익 확보에 힘쓰고 있다. 스프린트 넥스텔(SprintNextel)은 지난 1년 여간 온라인 음악 서비스인‘Sprint Music Store’를 운영하며 800만 곡 이상을 판매하였고 싱귤러(Cingular) 역시, 냅스터(Napster), 야후 뮤직 등과 제휴한 무선 방식의 다운로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었다.
애플과 싱귤러간 수익 분배나 싱귤러의 음악서비스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등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애플은 확실한 유통 지원군을, 싱귤러는 강력한 고객 기반을 가진 아이폰을확보함으로써 상호 윈-윈의 길을 걸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 업체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듯
아이폰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애플은 그간 시장의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휴대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애플 내부적으로는 준비가 되었지만 출시 이후에는 경쟁사의집중 견제라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경쟁사들도 이미 뮤직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전쟁에 돌입했다. 소니에릭슨은 4GB 메모리 를 장착한 뮤직폰을 출시하며 워크맨폰의 성공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노키아는 음원 업체인 라우드아이(Loudeye)를 인수하며 독자적인 음원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국내 업체들도 북미 시장에서뮤직 기능을 강화한 휴대폰에 대한 마케팅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업체들은 Time to Market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라인업의 제품을 쏟아내며 애플을 공격할 것이다. 다양한 라인업은 일부 모델에 대해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펼치면서 경쟁사 제품을 강하게 압박하는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 애플 입장에서는 단 2종의 제품만으로 경쟁사들의 견제를 뚫고시장에 침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아이폰, 수년 후 대형 허리케인으로 성장할 수도
아이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 디자인에 대한고객의 수용도, 가격 경쟁력 열세, 그리고 경쟁사의집중 견제라는 변수들을 극복해야 한다. 이들 장애물을 극복하지 못하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치겠지만,모두 극복한다면 애플은 북미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애플이타겟하고 있는 하이엔드 뮤직폰 시장은 2005년500만 대 수준으로 집계되었다. 하이엔드 뮤직폰의빠른 성장세를 감안하더라도 아이폰이 2007년 생산 목표의 절반인 600만 대 정도만 팔리면 첫 해 성적표로는 꽤 괜찮은 성과를 거두는 셈이다.
물론 애플이 올해 생산 계획 물량인 1,200만대를 모두 판매하더라도 세계 시장 규모의 1%에 불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MP3 플레이어와 휴대폰간의 컨버전스 추세를 감안한다면 시장의 주도권을누가 쥐는가가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애플의CFO는 언론 인터뷰에서“아이폰이 당장은 아이팟만큼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겠지만, 향후 애플의 가장 강력한 주력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애플이 북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이런 돌풍이해외 시장까지 이어진다면 기존 휴대폰 업체에게는재앙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소형 태풍에 불과하나수년 후에는 휴대폰 시장의 대형 허리케인이 되어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형민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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