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심해저의 열수분출공에서 분출하는 열수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키틴이 초임계수 중에서 분해되는 모습을 고해상도 현미경으로 관찰
해양연구개발기구 해양생명이공학연구개발센터 연구팀은 심해 열수분출공에서 나타나는 고온, 고압의 수환경에서 발생하는 물리화학적 현상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고해상도 광학현미경을 이용하여 250기압의 고압 하에서 새우 및 게 등 갑각류에 포함되는 다당의 일종인 키틴이 400도 가까운 고온, 고압 수중에서 분해되는 모습을 관찰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키틴을 주성분으로 한 세포벽을 가진 팽이버섯의 세포 구조가 200도 이상에서 흐물흐물해지기 시작하여 최종적으로 400도 근처에서 완전하게 분해되는 모습을 관찰하는데 성공하였다.
바다참게에서 유래한 키틴분말을 물에 분사하고 고온, 고압 셀에 주입하여 250기압의 일정한 압력 하에서 가열하면서 현미경관찰을 실시한 결과, 390도로 가열하였을 때 겨우 분해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생물유래의 물질은 인공물과 비교하면 분해되기 쉽다고 생각되기 쉬우나, 대표적 합성플라스틱인 폴리스티렌이 동일 조건하에서 360도를 넘으면 급속하게 분해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키틴은 그것을 상회하는 안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본 연구에 의해 시사되었다.
키틴을 주성분으로 한 세포벽을 갖는 팽이버섯의 세포를 이용하여 동일한 실험을 실시하였다. 부드러운 식감의 팽이버섯이지만, 장시간 끓여도 결코 익어서 흐물흐물해지는 일은 없다. 이것은 100도의 물속에서 장시간 처리하여도 팽이버섯 세포의 구조가 붕괴되지 않고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키틴이 높은 안정성을 가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키틴을 주성분으로 하는 세포벽을 갖는 세포의 구조도 동일하게 높은 안정성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키틴을 이용한 실험과 동일하게 250기압의 일정한 압력 하에서 가열하면서 팽이버섯 세포의 현미경 관찰을 한 결과, 200도까지는 구조에 큰 변화가 없었다. 250도를 넘으면 팽이버섯 세포의 급격한 수축이 시작되고 최종적으로는 380도~390도에서 완전히 분해되었다.
팽이버섯 세포가 완전히 분해된 250기압, 380도의 고온, 고압상태는 마치 심해의 열수 분출역에 상당하는 환경이다. 심해에는 이러한 초임계상태의 물(초임계수)이 천연적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거기에는 기름이 자유롭게 섞이는 등 상온, 상압의 물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나타낸다. 본 연구결과에서 키틴은 초임계수를 넘는 고온, 고압환경이 아니라면 익어서 흐물흐물해지지 않는 높은 안정성을 갖는 물질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키틴과 셀룰로오스가 고온, 고압수 중에서도 높은 안정성을 나타내는 이유는 잘 알지 못하지만, 결정 중의 분자 사이에 일어나는 강한 수소결합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앞으로는 외부기관과 협력하면서 키틴 및 셀룰로오스계 바이오매스의 안정성, 즉 난분해성의 기원을 해명하는 연구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심해 열수 분출공에는 튜브웜(tubeworm)과 Shinkaia crosnieri 등 키틴질로 이루어진 구조를 갖는 심해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온, 고압의 극한환경에서도 풍부한 다양성을 유지해 온 이들 생물의 독자적인 생존전략과 기술체계에는 인간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기술개발의 힌트가 많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된다. JAMSTEC 해양생명이공학 연구개발센터에서는 해양과 심해에 사는 생물이 갖는 독자적인 구조기능을 응용한 기술개발에 이바지하는 연구(생물 모방기술)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성과를 기본으로 앞으로는 키틴질로 구성된 구조를 갖는 생물기능의 해명과 그 공학적인 이용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http://mirian.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