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팀 / 사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의 핵심 부품인 연료탱크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스마트 용접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고비용·장시간 공정이 요구되던 기존 용접 방식의 대안으로, 국내 조선 및 기자재 산업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LNG 연료탱크는 선박 전체 건조 비용의 약 30~40%를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부품으로, 극저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고강도 정밀 용접이 요구된다. 기존에는 아크 용접 방식을 주로 사용했으나, 두꺼운 소재 특성상 여러 차례 용접이 필요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됐다.
이에 생기원 스마트정형공정그룹 지창욱 수석연구원 연구팀은 레이저와 아크의 장점을 결합한 ‘레이저-아크 하이브리드 용접기술(HLAW)’을 개발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 기술은 9% 니켈강 등 극저온 특수소재에 최적화돼 있으며, 단층(1-pass) 용접으로 추가 가공 없이도 깊고 정밀한 접합을 구현할 수 있다. 이로써 열변형, 균열 등 기존 용접의 한계도 동시에 극복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연구팀은 소재 내부까지 깊게 열을 전달하는 ‘키홀(Keyhole)’ 형성 조건을 최적화해, 곡면이나 복잡한 형상의 부품도 단층 용접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키홀은 두꺼운 금속 내부까지 열을 침투시켜 한 번의 용접으로도 높은 강도의 접합이 가능하게 하는 열 통로 역할을 한다.
생기원은 여기에 AI 기반 공정 모니터링 시스템도 도입했다. 기존 레이저 용접에서만 사용되던 포토다이오드 센서를 하이브리드 공정에 최초로 적용해, 자외선(UV)과 적외선(IR) 신호를 실시간 분석하고, 이상 신호 발생 시 작업자가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용접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지능형 품질 관리 기술로 평가된다.
아울러 9% 니켈강의 자화(Magnetization) 문제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됐다. 연구팀은 외부 자기장에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잔류 자기로 인해 용접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변형량이 2%를 넘거나 잔류자속밀도가 5mT를 초과하면 자화로 인한 결함 위험이 줄어든다는 기준을 도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금속 성분, 가공 정도, 용접 방향 등 다양한 입력값을 활용해 결함 위험을 사전 예측할 수 있다.
이번 성과는 생기원 울산기술실용화본부의 대표 과제로 추진되며, 현재 조선 및 기자재 기업들과의 현장 실증 협력이 진행 중이다. 생기원 지창욱 수석연구원은 “극저온 연료탱크 용접 공정의 시간, 비용, 결함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마련했다”라며 “향후 수소, 암모니아 기반 친환경 선박 탱크 제작에도 이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