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시황 회복은 해운기업에 달려 있다
지난 2월 3일자 파이낸셜 뉴스 보도에 따르면, 머크스의 CEO인 닐스 앤터슨은 "세계 주요 항로가 공급과잉으로 운영에 타격을 받고 있으며, 금융위기 이전에는 세계 물동량이 두자릿수 성장을 지속했지만 현실적으로 4~5% 수준의 성장이 장기적인 추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음. 또한 그는 해운기업들이 2000년대에 버금가는 호황기를 기대하며 지속적인 선박투자를 시행할 경우에는 시황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지적하였으며, 머스크는 경영환경악화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운임을 인하할 계획을 밝혀 향후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운임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됨.
지난 2000년대 중반의 역사상 최대 호황을 이끌어 낸 것은 중국의 초고도 성장이었음. 이 시기 중국은 10%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고, 원유, 철광석, 석탄, 구리 등 원자재를 싹슬이하다시피 수입하여 전례없는 호황을 견인하였음.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해운불황이 6년간 지속되었으며 앞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2000년대 중반의 해운호황은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됨.
향후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은 물론 아세안,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도 10%대 초고도 성장을 달성하기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세계 해운시장의 저성장 구조는 상당히 오래갈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임.
해운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임. 컨테이너선 시장의 경우 14,000TEU급 이상의 극초대형선박 발주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건화물선 시장에서도 지난 2년간 1억 7천만DWT의 선박이 발주되어 이들 선박이 인도되는 2015년 하반기 이후 세계 해운시장의 공급과잉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음.
다만 지난 2년간의 신조선 발주는 비용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초대형선박, 고효율 친환경선박을 위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해운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음. 그러나 선사들이 충분한 수요와 영업능력을 확보하지 않고 시황회복을 기대하고 대량 발주를 시행한 것은 매우 우려스러움.
다시 말해서 현재 해운불황의 근본적 원인은 수요가 아닌 공급에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임. 또한 2000년대 “China Effect”에 따른 대호황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며, 현재 장기간의 해운불황은 2000년대 장기간의 초호황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해운불황이 정상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함.
올해 세계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 그동안 장기 침체에 시달려 왔던 유럽은 대규모 양적 완화를 통해 경기회복을 도모하고 있고, 중국도 7%대 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모처럼 수요 측면에서 양호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
그러나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지난 2년간의 대량 발주가 해운시황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함.
이는 선주들의 대세에 편승한 대량 발주가 공급과잉을 초래했고, 공급과잉의 시장에서 경쟁은 비용경쟁력에 기반한 운임경쟁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함. 따라서 해운시황 회복은 선주들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임.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www.kmi.re.kr(해운시황포커스 제24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