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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ISTI미리안>
유럽 전역의 강과 호수에 녹아 있는 살충제
유럽의 강물과 호수에 녹아 있는 유기화합물에 대한 최초의 대규모 위험평가 결과, 유럽 전역이 살충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의 강과 호수 중 약 절반에서 물고기, 무척추동물, 조류(algae)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수준의 화학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문제가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곤충과 조류지만, 오염이 심각한 곳의 경우 처리하지 않은 강물을 인간이 그대로 마셔서는 안 된다"고 독일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의 에기나 말라이 박사(환경공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매우 인상깊다. 지금껏 많은 연구들이 하나의 분수계(watersheds)만을 대상으로 삼았던 데 반해, 이번 연구는 훨씬 더 포괄적이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유럽의 모든 강 유역이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네소타 대학교의 드보라 스왝해머 교수(환경화학)는 논평했다. (스왝해머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말라이 박사가 속한 연구진은 유기화합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연구진이 연구하는 유기화합물은 탄소 원자를 포함하는 분자로, 살출제, 제초제, 기타 합성물질들을 포함한다. 연구진은 이 같은 유기화합물들이 수생식물에 미치는 영향에 궁금증을 느낀 나머지, 유럽 환경청(European Environment Agency)이 관리하고 있는 수질에 관한 데이터베이스(http://www.eea.europa.eu/data-and-maps/data/waterbase-rivers-6)를 분석해 보기로 했다.
유럽 대륙 전역의 4001개 검사장소에서 검출된 223개 화합물에 대한 데이터를 다운로드받은 후, 말라이 박사는 다른 연구기관의 연구자들과 함께 해당 물질의 농도가 독성 농도에 해당하는지를 평가했다. 환경독성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3가지 종류의 실험생물(팻헤드 미노우, 물벼룩, 수중 먹이사슬의 맨 아래층을 구성하는 미세 조류)에 대한 사망 및 만성질환 역치는 잘 알려져 있다.
분석 결과, 4001개 검사장소 중 42%의 유기화합물 농도는 만성 문제(예: 지표생물의 번식률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충분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14%의 검사장소의 경우, 3개 실험생물 중 한 가지 종류 이상의 생명을 현저히 위협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예상했던 대로, 분석 대상 유기화합물 중에서 생태계에 가장 큰 위협을 가하는 것은 살충제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6월 16일자 미 학술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은 살충제 오염이 농업 지역에 국한된 문제라고 생각하겠지만, 살충제는 훨씬 더 넓은 지역의 강물과 호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들판에 살포된 살충제와 제초제는 인근의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해당 지역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하류로 흘러내려간다. 환경당국의 광범위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에서 살충제가 검출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관계 법령은 살충제의 농도와 살포지역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연구에 의하면, 살충제는 여전히 핵심적인 수질오염 물질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살충제 외에도, 많은 소비재에 포함되어 있는 브롬화 난연제(brominated flame retardants)도 흔한 오염물질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브롬화 난연제는 먼지에 실려 수로에 유입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세 번째로 흔한 오염물질은 PAH(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인데, 이것은 자동차 배기가스나 선박에서 유출된 석유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에서 유기화합물의 오염 위험은 남유럽보다는 북유럽의 하천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진에 의하면 이 차이는 반드시 화합물의 사용량과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보다는,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좀 더 많은 화합물들을 검사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측정방법이 좀 더 정확하고 감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남유럽 하천의 유기화합물 오염 위험이 과소평가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의 하천들의 실제 오염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이번 연구의 선임저자인 코블렌츠-란다우 대학교의 랄프 셰퍼 교수(환경독성학)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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