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타의 시스템에서는 듣기 힘든 목관 음의 두툼한 음색의 표현이 밀도감 있게 다가선다. 연주자의 모습을 그려 보기에 충분한 섬세한 음의 표현도 이루어지고 있다. 밸브를 조작하는 연주자의 손놀림이 감지되는 조작 음도 뚜렷하게 그려주고 있었다. 재생의 압권은 역시 보컬.
글 : 정우광
스피커 시스템에서 인클로저의 중요성이 강조된 시점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이글스톤웍스의 제품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전의 스피커 시스템과는 다른 다면체의 구조에 고밀도의 소재를 채택하여 높은 강성을 지닌 인클로저를 채택하고서 종래의 박스형 스피커 시스템에서 얻을 수 없었던 높은 품위의 음을 제공해주면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음의 세계를 경험하였던 애호가들을 열광하게 한 기본은 정밀한 음의 세계를 그려내는 능력에 있었다. 유닛으로부터 방사되는 음의 순도를 저해시키는 요소를 제거한 시스템은 유닛의 선택에서부터 디바이딩 네트워크의 소재와 인클로저의 외관 마감에까지 완벽함을 추구하면서 강력한 인상을 주었다. 그렇게 차츰 저변을 넓혀 오면서 이제는 보급기격의 제품까지도 제품 계열이 확대되어 왔다.
지난여름에 리뷰하였던 니코는 동사의 제품 중 가장 작은 크기의 제품이었지만 남다른 품격으로 동사 제품의 개성을 맛볼 수 있었던 제품이다. 이번의 리뷰 제품인 로사 시그너처는 동사를 유명하게 만들어 주었던 안드라의 위용을 작은 크기로 압축해 놓은 듯한 제품이다. 외관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내는 소리가 그렇다는 것이다. 재생하기 전에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울렸을 때의 소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한 개의 실크 돔 트위터와 두 개의 콘형 미드레인지와 같은 크기의 우퍼 두 개로 구성된 유닛을 보더라도, 중음역의 밀도감이 전해지는 것 같은 구성이다. 사용 유닛은 동사의 개발품인 고강성의 복합 소재를 채택한 것으로, 앰프로부터의 전기적 신호를 진동판의 물리적 특성으로 인한 왜곡에서 최대한 배제하기 위함임을 알 수 있다. 다면체로 구성된 인클로저를 보더라도 이러한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사 시그너처에 사용된 유닛은 5개이지만 겉보기에는 두 가지밖에 없다. 이들 유닛은 상당히 높은 주파수 대역에 이르기까지 평탄한 재생을 보장해준다. 그리고 전면 배플에 보강된 알루미늄 소재의 프레임은 유닛의 지지 기반을 강하게 보강하여 깨끗한 음의 전개를 확보하고 있다.
제품 설계의 핵심은 중음역의 풍성함에 있다. 두 개의 콘형 유닛을 중음역대에 배치한 것은 하나의 대형 유닛을 사용할 경우보다 재생 주파수 대역폭을 넓히고 에너지를 향상시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두 개의 유닛이 위상 차이가 존재한다면 서로 간에 간섭 때문에 음상이 흐려지기가 십상이다. 두 개의 동일한 유닛을 같은 주파수 대역을 담당하도록 배치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게 보이지만 고품위의 음을 얻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하는 많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글스톤웍스의 기술진들은 이 문제를 멋지게 해결해 주고 있다. 제품의 능률이 87dB로 높지 않은 편이고, 청감상의 능률도 높지 않아서 앰프의 연결에 따라서 나타나는 결과는 폭넓게 변화한다.
이번의 시청용으로 제공된 트라이곤의 에필로그 인티앰프는 로사 시그니처를 울리기에는 성능이나 파워에서 전혀 부족함이 감지되지 않는 최적의 조합이었다. 대역폭도 넓고 풍부한 음량이 확보되면서 각 단계의 음의 윤곽이 뚜렷하고, 임팩트가 있는 음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입력 장치인 럭스만의 D-08u의 음도 수준 높은 음향을 재생하는 데에 일조를 하고 있었다.
처음의 시청 곡은 모차르트의 바순 협주곡. 여타의 시스템에서는 듣기 힘든 목관 음의 두툼한 음색의 표현이 밀도감 있게 다가선다. 연주자의 모습을 그려 보기에 충분한 섬세한 음의 표현도 이루어지고 있다. 밸브를 조작하는 연주자의 손놀림이 감지되는 조작 음도 뚜렷하게 그려주고 있었다. 재생의 압권은 역시 보컬. 재즈 보컬의 경우에 여타의 시스템에서는 감지하기 힘든 음색의 적나라한 표현을 가볍게 그려내고 있었다. 베이스의 해상력도 출중하여 음의 뒤 끝에 묻어나오는 군더더기의 울림이 감지되지 않는 깨끗함이 실내의 분위기를 상쾌한 청량감으로 채워주고 있었다. 재즈 보컬을 들으면서 연주되는 실내의 공기를 이처럼 맑게 느껴보던 것도 드문 경우이다. 중음역의 농밀함과 이를 뒷받침하는 저음역의 단단한 제동력은 시스템의 분위기를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려놓고 있었다. 고가의 제품에 걸맞은 사운드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지만, 이번의 시청에서는 아주 수월하게 음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여러 장르의 곡을 두루 섭렵하면서 만족감을 전해주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재생하는 음악마다 새로운 감흥을 전달하여 준다.
고품위 스피커 시스템이 전해주는 양질의 사운드를 맛보기에 충분한 시스템이다. 유럽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 고음역의 해상력을 중요시 여기고, 음악이 연주되는 공간의 분위기 표현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면,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제품은 역시 중음역대의 충실한 재생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농밀한 중음역을 표현하기 위하여 고음역대까지의 확장도 이루어지고, 저음역의 단단한 해상력도 보강이 된다고 하는 것이다. 음악을 사랑하고 이를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은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지던지 마찬가지이지만, 만들어내는 사람의 음악 취향에 따라서 재생되는 음의 표정은 여러 가지가 된다. 이글스톤웍스의 로사 시그너처에서 전해주고 있는 편안한 음의 정체는 결국 인간의 목소리의 현실감 있는 재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듣기 편안한 감동의 크기를 크게 키워놓은 제품이라고 생각된다.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1,700만원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5.2cm, 미드레인지(2) 15.2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30Hz-24kHz(-3dB)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7dB
크기(WHD) 22.8×96.5×45.7cm 무게 58.9kg
Monthly Audio
2015.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