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LP-3
한은혜 2017-12-04 18:40:45

글 김기인

 


가을이 짙어 간다…. 가을이 깊어 가면 떠오르는 곡 고엽(Autumn Leaves)은 물론 헝가리의 피아니스트 조셉 코스마가 작곡해 이브 몽땅이 샹송 버전으로, 냇 킹 콜이 팝송으로 부른 것 외에 토니 베넷, 프랭크 시나트라, 빙 크로스비, 그리고 재즈 버전으로 조 스태포드 등 수많은 싱어가 불렀지만, 그 종착에 다다르면 재즈 연주로 유명한 캐논볼 애덜리(Cannonball Adderley)의 ‘Somethin' Else’ 앨범에 수록된 마일즈 데이비스의 고엽을 생각나게 한다.


재즈라는 음악 자체가 흑인들의 단순한 노동요에서 시작된 단선율로, 그들의 노예 삶을 스스로 위로하고 노동을 즐기는 데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아무도 정확한 기원을 알지 못한다) 우수에 차고 슬프면서도 스윙(Swing :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할 수 있는 흥겨움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물론 1948년경에 태동된 쿨 재즈가 좀더 서정적이며 차가운 모던 재즈로 자리 잡은 백인 주도의 웨스트 코스트 재즈가 있지만, 차후 흑인을 중심으로 한 이스트 코스트 재즈에 밀려 좀 지지부진한 활동을 펼치기도 하다가, 근래에 들어서는 빌 에반스, 키스 자렛, 쳇 베이커, 짐 홀 등의 명연주가와 각국의 신예 연주자들이 주도하는 흐름이 매우 강해졌다. 그 외에 팝이나 포크 뮤직과 결합된 크로스오버 재즈 등 다양한 변주 형태를 띠는데, 역시 고전적 메인스트림 재즈에 마니아층이 깊고, LP 역시 명문인 Blue Note, Prestige, Impulse!, Verve, Riverside, Columbia 등의 메인 스트림 재즈반이 컬렉션의 대상에 오르고 있다.
 


Somethin' Else
Blue Note 1595
 


Saxophone Colossus
Prestige PRLP-7079

특히 명 레코딩 엔지니어인 루디 반 겔더(Rudy Van Gelder)의 1500번대 블루 노트 모노 LP는 후반기 제작된 스테레오 음반보다도 더 음질이 좋고 가치도 높아 일부 모노 초반은 수백만원대를 호가한다. 블루 노트 최초의 30cm LP인 1501, 1502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반으로 컬렉션 대상인데 초반이면 300만원대를 넘어선다. 사실 마일즈 데이비스를 빼놓고는 재즈를 얘기하기 힘들다. 물론 같은 트럼페티스트인 리 모건(Lee Morgan)이 블루 노트 사를 먹여 살리다시피 했지만 후기 컬럼비아로 마일즈가 이적하기 전까지는 블루 노트의 음반들 중 최고에 위치한 컬렉션 중에는 마일즈가 1위라 볼 수 있다.


후반 세계 모던 재즈 LP는 키스 자렛을 중심으로 ECM과 짐 홀을 영입한 CTI 레코드 사가 주도한다. 물론 그 외에 메이저 브랜드에서도 실로 다양한 재즈 LP가 움직이고 있으며, 리이슈 음반들도 대단한 강세이지만, 역시 재즈에서도 리이슈 음반들의 음질은 초반이나 원반에 미치지 못하고, 그나마 클래식 리이슈 음반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첫 번째 재즈 LP는 국내에서 재즈 LP 수집 대상 1위인 ‘Somethin' Else’로, 유명한 고엽이 수록된 음반이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트럼펫, 캐논볼 애덜리의 알토 색소폰, 행크 존스의 피아노, 샘 존스의 베이스, 아트 블래키의 드럼 연주를 만날 수 있는 명반이며, 고엽을 따라가는 마일즈의 트럼펫 연주가 스산한 가을의 낙엽을 정말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역시 반 겔더의 녹음으로 초반의 음질은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물론 음반 가격도 소름이 끼치지만…. 만약 초반을 구하지 못한다면 일본 도시바 EMI 초기 재반도 음질이 좋다. 특히 고역은 초반보다도 섬세한 부분이 있을 정도. 그러나 그 중역의 두툼함과 함께 찾아오는 겔더의 독특한 음색은 당연히 초반에 못 미친다.
 


John Coltrane And Johnny Hartman
Impulse! YS-8505
 


Waltz for Debby
Riverside SMJ-6118

두 번째 음반은 ‘색소폰 콜로서스(Saxophone Colossus)’로 프레스티지 음반사의 간판스타인 소니 롤린스(Sonny Rollins)의 명작이다. 소니의 테너 색소폰의 음색이 코앞까지 살아 있다. Side B의 모리타트(Moritat) 외에도 모두 명곡이다.


세 번째 음반은 재즈 역사상 가장 훌륭한 남성 보컬 중에 한 사람인 조니 하트만(Johnny Hartman)과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임펄스 명반인데, ‘존 앤 조니(John Coltrane And Johnny Hartman)’로 조니의 굵직하고 깊은 재즈 보컬이 일품인 명반.


네 번째 음반은 쿨 재즈의 대가 빌 에반스(Bill Evans) 트리오의 ‘왈츠 포 데비(Waltz for Debby)’로, 빌의 재즈 피아노 터치가 깊숙이 심금을 울리는 리버사이드 명반이다.


다섯 번째 음반 역시 빌과 짐 홀(Jim Hall)의 쿨 재즈 명반인 ‘언더커런트(Undercurrent)’로, 피아노의 음률이 마치 물 흐르듯 전 음악을 지배하고 있다. 재킷도 유명하며, 여러 회사에서 리이슈 음반을 발매했는데, 최근에는 모바일 피델리티의 중량반이 인기 있다.


여섯 번째 음반은 버브(Verve)의 명반 ‘Getz/Gilberto’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피아노 피처링과 스탄 게츠의 테너 색소폰, 주앙 질베르토의 기타로 이뤄진 3중주가 담긴 보사노바의 걸작 앨범이다.


각 분야에서 6장씩 LP를 골라 소개한다는 것이 진행하다보니 무리가 아닌가 싶다. 정확하게 소개하려면 각 파트별로 100장씩 소개해도 양이 차지 않을 것 같으니 깊이 양해하고 읽어 주기 바란다.

 


Undercurrent
United Artists Records GXC-3128
 


Getz/Gilberto
Verve V-8545

 

<월간 오디오 2017년 1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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