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수려한 현악을 배경으로, 명징한 어쿠스틱 기타가 아르페지오를 하는 가운데, 호소력이 강한 린다의 보컬이 나온다. 70년대 초반에 발표되어,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는데, 이렇게 정식으로 다시 들어보니 꽤 녹음이 좋다. 특히, 고역에서 힘껏 내지르는 대목이 박력 만점. 이 부분은 6550 출력관이 착실하게 힘으로 밀어주기에 가능하리라.
만일 케인의 앰프를 사고 싶은데, 최소한의 투자로 재미를 보고 싶다고 하면, 지금으로선 MA-80 포노를 권하고 싶다. 이것은 MA-80 멀티를 전신으로 해서, 포노단이 추가된 버전이다. 이 경우 조금씩 LP를 사 모으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그야말로 만능 재주꾼인 것이다.
본 기의 스펙에 대해선 차근차근 설명하겠지만, 시청 중간에 재미있는 실험을 해봤다. 바로 드라이브단에 투입된 관을 교체해보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진공관 인티앰프라고 하면, 최소한 3단계에 걸쳐 관이 쓰인다. 우선 초단관. 이것은 프리단의 설계에 필요하다. 또 일단 입력된 신호를 제어하기 위해선 절대로 초단관이 빠지면 안 된다. 이어서 드라이브단. 이것은 오로지 출력관에 시동을 거는, 말하자면 출력관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먼저 운용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출력단. 이것은 앰프의 성격이나 출력 등 여러 면에 관여하는, 제일 중요한 파트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 스테이지 중에 드라이브단이 제일 뒤로 빠진다. 따라서 이쪽 관의 교체는 큰 변화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교체해서 들어보니 전체적인 골격이나 스테레오 이미지, 에너지감, 음색 등이 전부 변화했다. 사실 드라이브단에 쓰이는 관은 크기도 작고, 가격도 높지 않다. 따라서 초단이나 출력단 못지않게 드라이브단에 신경을 써서 업그레이드를 하면 이 또한 큰 재미를 볼 수 있다.
한편 본 기는 6550을 출력관으로 쓰고 있다. 물론 KT88과 EL34로 교체해서 쓸 수도 있지만, 이번에 들은 모델은 6550이다. 사실 이 6550이란 출력관은 KT88의 남성적인 호방함과 EL34의 여성적인 함초롱함의 중간에 있다고 할까? 말하자면 무색무취의 중립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자기 주장이 그리 세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소스를 편하게 듣고자 한다면, 6550이 가진 매력도 괜찮다. 한편 초단에는 12AX7, 드라이브단엔 12AU7이 각각 두 개씩 투입되었다.
참고로 12AX7과 12AU7은 성격이 거의 비슷하다. 또 대역이 넓고, 반응이 빠르며,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 많은 진공관 앰프 메이커에서 애용하고 있다. 음 자체도 중립적이어서, 출력관 자체의 매력을 추구할 때 상당히 도움이 된다.
단, 일종의 염가형으로 나온 모델이기 때문에, 케인 특유의 울트라리니어/트라이오드 모드 간의 선택 스위치는 없다. 오로지 울트라리니어 방식으로만 작동하며, 만일 앰프의 성격을 바꾸고 싶다고 하면, 출력관의 교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전술한 대로 드라이브단 혹은 초단에서도 나름대로 교체의 묘미를 느낄 수 있으니, 이 부분을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다. 단, 그 밖의 만듦새는 기존의 케인이 갖고 있는 장점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이 부분에 일체 타협이 없다.
한편 본 기는 LP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포노단과 라인단을 적절히 이용해서 시청에 임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LP의 매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매칭된 스피커는 스펜더의 클래식 3/1. 작년에 런칭된 따끈따끈한 모델이다.
우선 첫 곡은 린다 론스태드의 ‘Long Long Time’. 수려한 현악을 배경으로, 명징한 어쿠스틱 기타가 아르페지오를 하는 가운데, 호소력이 강한 린다의 보컬이 나온다. 70년대 초반에 발표되어,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는데, 이렇게 정식으로 다시 들어보니 꽤 녹음이 좋다. 특히, 고역에서 힘껏 내지르는 대목이 박력 만점. 이 부분은 6550 출력관이 착실하게 힘으로 밀어주기에 가능하리라.
이어서 잭슨 브라운의 ‘The Load out/Stay’를 들어본다. 두 개의 트랙을 연달아 이어서 부르는 내용인데, 라이브 특유의 활력과 극적인 전개가 일품이다. 먼저 차분하게 피아노를 치면서 브라운이 노래한다. 확실히 목소리에 힘이 있다. 뱃심을 갖고, 강력하게 내지르고 있다. 본 기로 듣기 전엔 잘 몰랐던 부분이다. 하나 둘씩 악기가 더해지면서 다양한 편성이 되다가, 이윽고 두 번째 트랙으로 넘어가면서 폭발하는 강력한 드러밍. 정말 속이 다 후련하다. 또 게스트 보컬의 유머러스한 하이 톤은 가벼운 미소를 짓게 한다. 과연 이런 곡에서 본 기는 스펜더와 절묘한 매칭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짐머만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 초반에 점차 거세지는 타건이 중앙을 점거한 가운데, 이윽고 광활한 시베리아 벌판을 연상케 하는 풀 사이즈 오케스트라의 등장이 화려하다. 앰프나 스피커 모두 그리 크지 않지만, 이 조합에선 이례적일 정도로 스케일이 크다. 정말 내실이 좋은 제품들이다. 계속 물결치듯 피아노의 은은한 프레이징이 펼쳐지고, 중간중간 오케스트라가 밀려왔다 사라지는 대목의 흐름이 일목요연하다. 또 곡 자체에 담긴 우수와 에스프리는, 시정이 넘치도록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제 본 기는 포노단까지 장착, 아날로그를 아우르는 유틸리티 플레이가 되었다. 정말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고 싶다면, 본 기는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가격 182만원(6550), 186만원(Mullard KT88), 194만원(KT90) 사용 진공관 6550×4, 12AX7×2, 12AU7×2 실효 출력 40W(6550) 포노 입력 지원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39.5×18.5×29.5cm 무게 16.5kg
<월간 오디오 2018년 5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