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이 정도 가격대에서 이만한 소리를 내주는 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으며, 디지털 입력을 다양하게 갖춘 클래스D 앰프에 막연한 불안을 느끼는 분이라고 해도 별 유감없이 사용할 수 있겠다. 겉보기와 내용이 일치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지만 본 기는 프라이메어의 수준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제품이다.
I35 DAC는 프라이메어의 최신 DAC 내장 인티앰프로, 종전에 나와 있던 I22, I32의 상급기이며 외모를 일신했고 내용도 대폭 상향 조정했다. 종전의 제품보다 한 차원 다르게 근사해져서 소유하는 기쁨을 배가할 수 있게 됐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인티앰프들은 소리만 좋으면 됐지 하는 식으로 될 수 있는 대로 원가 절감의 성향이 강했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다. 시청기는 거의 미스 인티앰프 수준이다. 날렵하면서도 균형 감각이 뛰어나다. 4단계(밝기는 5단계)로 조절이 되는 전면의 디스플레이가 밝혀지면 그 아름다움은 더욱 배가된다.
지금 D/A 컨버터 내장 인티앰프는 인티앰프 시장에서 거의 주력이 될 만큼 기종이 많아졌고, 성능도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 게다가 요즘에는 굳이 네트워크 플레이어라는 기종을 장만하지 않더라도 네트워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는 등 오히려 더 간편한 요소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이런 형식의 앰프는 왕성하게 생산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메어는 다채롭고 질 좋은 모델을 출시해 왔고, 라인업에는 대중적인 기종이 많은데, 그중에서 그들의 인티앰프들은 진작부터 인티앰프 시장의 강자로 인정받아 왔다. 이는 가격에 비해 뛰어난 성능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메이커는 전부터 UFPD라는 기술력으로 자사 제품들을 무장시켜 왔다. ‘Ultra Fast Power Device’라는 의미인데, 클래스D의 높은 효율성에 최첨단의 오디오 성능을 결합시켜 클래스D의 모든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킨 것으로 시대에 걸맞은 기술이라 할 수 있다. UFPD 모듈은 전적으로 아날로그 영역에서 작동한다. 그리고 앰프와 필터를 통합해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피드백을 제어하고, 피드백 루프 게인을 능동적으로 조정해 시동, 클리핑, 전류 제한 시 전체 루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며, 필터 출력의 변화를 감지하고 정확한 양의 피드백을 적용해 이를 보완한다. 그리고 주파수 또는 슬루율에 상관없이 모든 신호를 동등하게 취급한다. 그 결과 필터 공명을 완전히 억제하고, THD가 모든 주파수에서 매우 낮게 유지된다. 따라서 기존의 클래스D 앰프에 비해 출력 임피던스와 위상 변이가 매우 낮다. 시청기는 UFPD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UFPD 2를 사용하는데, UFPD 2는 이득 대 주파수 곡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 새로운 오차 증폭 회로가 사용되어서 대역폭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또한 전원부에 사용하는 APFC(Active Power Factor Correction)라는 기술력도 개발해 냈다. 전원 공급 장치에서 특화한 것으로, 메인 전압과 동일한 주파수 및 위상을 갖는 순수한 사인파가 되도록 메인 전압에서 전류를 제어한다. 이를 통해 항상 깨끗한 전원 환경을 유지하게 됐다고 하는데, 시청기에 이를 사용하고 있으며 프리와 파워단 등을 각기 격리 처리를 해서 독자적으로 전원 공급을 하고 있다.
I35는 I32에 비해 출력이 120W에서 150W로 증가했다. 2조의 XLR 입력단과 3조의 RCA 입력단, 그리고 출력단으로 라인 아웃과 프리 아웃도 구비. 그리고 옵션 모듈을 추가해 기능을 확장할 수 있게 해놓았다. 아사히 카세이 AK4497을 사용한 DAC 모듈을 이 앰프에 추가하면 USB B 입력으로 PCM 32비트/768kHz, DSD 11.2MHz까지 재생할 수 있고, 코액셜 2개, 옵티컬 4개의 디지털 입력으로는 24비트/192kHz까지 재생할 수 있다. 그리고 프리즈마 모듈을 추가하면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데, PCM 24비트/192kHz, DSD 5.6MHz까지 재생할 수 있다. 그리고 크롬캐스트가 내장되어 있고, 에어플레이와 블루투스도 사용할 수 있다. USB A 단자가 있는데 이를 사용해 PCM 24비트/192kHz, DSD 11.2MHz까지 재생할 수 있다.
클래스D 앰프를 들을 때마다 약간씩 긴장하게 된다. 종래의 기기들이 아름답고 해상력도 좋으면서도 음악 해석에서는 힘에 부치는 소극적인 면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열기가 나며 파워풀한 재생 능력과는 별 연관이 없어 보였던 것인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하이엔드의 고가 클래스D 앰프가 도처에서 생산되는 시기인 것이다.
시청기를 그래험 오디오의 LS5/9와 매칭해 본다. 해상도는 클래스D 앰프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안네 소피 무터의 타이스의 명상 서주에서 보여 주는 현의 실체감이 유별나게 독특하다. 이만하면 나무랄 데 없는 수준인 셈이다. 전혀 불순물이 끼지 않는 사운드 특성이다. 흥겨운 연주가 되는 그렌 밀러 악단의 ‘In The Mood’는 중용적이며 표준, 정석 같은 연주 분위기를 보여 준다. 정갈한 보컬은 클래식이든, 팝이든 우아하고 뛰어나다. 어떤 곡을 들어도 이 정도 수준이면 특별한 과부족이 없어 보이며, 뒷맛이 깨끗한 재생 능력이 인상적.
이 정도 가격대에서 이만한 소리를 내주는 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으며, 디지털 입력을 다양하게 갖춘 클래스D 앰프에 막연한 불안을 느끼는 분이라고 해도 별 유감없이 사용할 수 있겠다. 겉보기와 내용이 일치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지만 본 기는 프라이메어의 수준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제품이다.
수입원 다웅 (02)597-4100
가격 392만원 실효 출력 150W(8Ω), 300W(4Ω) 디지털 입력 Coaxial×2, Optical×4, USB B×1(32비트/768kHz, DSD256) 디지털 출력 Coaxial×1 아날로그 입력 RCA×3, XLR×2 아날로그 출력 RCA×2 주파수 응답 20Hz-20kHz(-0.2dB) 디스토션 0.05% 이하 S/N비 100dB 이상 크기(WHD) 43×10.6×38.2cm 무게 11kg
<월간 오디오 2018년 5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