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하이엔드로 알려진 호화 기종들과 매칭시켰는데 어떤 앰프와의 매칭에서도 당당하게 잘 어울린다. CD 플레이어의 역할이 좀 떨어진다는 그런 느낌은 전혀 없다. 가격도 적절하며 내구성은 이미 검증이 끝난 시리즈의 제품이기 때문에 하이엔드의 제품들을 사용하는 분들에게도 안심하고 추천할 수 있는 모범적인 기종이 되겠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국가는 죄다 스칸디나비아 제국에 들어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가 이에 속하며 그 언저리인 핀란드도 역시 세계 최고의 살기 좋은 국가에 속한다. 땅은 척박하고 인구도 모두 1천만이 되지 않는데 그런 살기 좋은 국가가 되었다니 부럽기 짝이 없다. 인구도 많고 일기도 괜찮은 우리나라나 아시아 국가들을 생각하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프라이메어는 스웨덴이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오디오 레이블인데, 이제 창립 30주년이 넘어가는 상당한 연륜의 메이커이다. 진공관 인티앰프의 명작들이 많은 코플랜드도 이 제작사와 같은 방계 회사이기도 하다. 이 제작사 제품의 특징은 단아하고 강건한 인클로저에 들어 있는 견실한 부품들이 으뜸이다. 유럽산 부품들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수준급의 일본산 부품들을 대거 사용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일본산들과는 소리 취향이 다르다. 단단한 합금의 섀시에서 오는 선입견인지도 모르지만, 소리가 다소 냉정하고 단단한 면이 있다. 그래서 에이징이 필요하지만 장시간 트러블이 없고 소리가 한 번 익으면 굉장히 오래가는 스타일이다. 수십 년 지난 그 제품이 지금 한참 싱그럽게 풀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새삼 놀라 마지않는다.
시청기는 이 제작사의 30 시리즈 CD 플레이어 중에서 프리즈마 시리즈로 명명된 최신 버전인데, 전작인 CD32에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을 가미한 기종이라 할 수 있다. 아마 현재로서는 가장 선진적인 기능인 셈인데, 이 한 대로 전용 CD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블루투스에서 이더넷, 와이파이를 통한 스트리밍 재생까지 할 수 있어 다양하게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신·구 기술이 한 몸체에 합치된 본격 디지털 제품인 것이다. 시청기 외에도 이 기능을 함께 보유한 I35 프리즈마 인티앰프도 출시되었다. 참고로 시청 제품은 프리즈마가 아닌 그냥 CD35로 CD 플레이어 전용기인데, 프리즈마 모듈을 추가할 수 있다.
우선 인클로저가 너무 멋지다. 고가의 하이엔드 못지않다. 일반적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이 보급형의 수준으로 많이 나와 겉모습에서부터 다소 품위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시청기는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소유욕을 만족시킬 수 있겠다.
앞으로 음악은 LP로 듣는 아날로그 세력과 음원을 다운 받거나 스트리밍 방식으로 듣는 디지털 세력, 그 2계열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추정이다. 그러면 수많은 음반을 보유하고 있는 CD 세력은 이제 사라질 것인가? 어림도 없는 이론적 추정이다. 아무리 디지털 쪽이 장점이 많다 할지라도 LP 세력이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깔려 있는 수십억 매의 CD가 사라지지 않는 한 CD 플레이어 세력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 고가의 브랜드에서는 이미 90년대 후반에 디지털 파이 제품을 제작해서 이제 CD 플레이어는 필요 없다는 이론과 함께 CD 플레이어 제작에서 손을 뗐지만, 한참 뒤에야 머뭇거리다가 다시 CD 플레이어를 만들었다. CD 플레이어는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을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취미의 세계는 기술 발전의 세계와는 결코 일치하지 않는 중요한 감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실증이기도 하겠다.
현재 CD 플레이어 시장에서는 소수의 고가 제품도 계속 생산되고 있지만 급속한 기술의 발달과 함께 중간 가격대 제품과의 차이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그 중간 가격대의 견실한 제품이 얼른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현실. 그리고 100만원대 미만의 보급품 기종이 많지만 다소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하이엔드는 너무 고가이다. 그런 틈새시장을 노리고 시청기 같은 제품이 출현했다.
30 시리즈의 CD 플레이어로는 이미 CD31과 CD32가 있었다. 즉, 시청기인 CD35는 그동안 여러 차례 버전 업을 실시해 온 기종인 것이다. 또한 CD35는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만 단순하게 내장한 것이 아니라 몇 가지의 부분적 변화도 가미했다. CD32가 산요 레이저, 도시바 서보 회로의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을 사용했지만 시청기는 좀더 상급의 티악 CD 트랜스포트를 채용했고,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들어 있으므로 더 진보된 DAC인 ESS 사브레 ES9028PRO를 채용해 PCM 24비트/192kHz, DSD 5.6MHz까지 재생 능력이 확장되었다. 그리고 매우 짧은 신호 경로를 달성하기 위해 2, 4층 양면 PCB를 사용하며 가능한 한 표면 실장 부품을 사용해 제작되었다. 전원부는 리니어 타입과 스위치 모드 타입이 결합되어 있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스위치 모드 파워 서플라이는 대기 전원용으로 사용하고 노이즈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생 시 꺼지게 했다. 그 외에 기본 구조와 뼈대는 동일. 두꺼운 합금제의 섀시는 진동 댐핑에 최상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소리는 차분하고 순수하며 중립적이다. 보급 기종과 비교해서 들어 보면 다소 묵직해지고 깊어지는 느낌도 있다. 보편적 CD 플레이어와 함께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세계를 맛보고 싶은 중간 세대에게 적절한 기종이며, 멋진 디자인의 섀시는 어떤 제품과도 잘 어울릴 수 있겠다. 하이엔드로 알려진 호화 기종들과 매칭시켰는데 어떤 앰프와의 매칭에서도 당당하게 잘 어울린다. CD 플레이어의 역할이 좀 떨어진다는 그런 느낌은 전혀 없다. 가격도 적절하며 내구성은 이미 검증이 끝난 시리즈의 제품이기 때문에 하이엔드의 제품들을 사용하는 분들에게도 안심하고 추천할 수 있는 모범적인 기종이 되겠다.
수입원 다웅 (02)597-4100
가격 350만원 메커니즘 티악 CD-5020A-AT DAC ESS 사브레 ES9028 Pro 디지털 출력 Coaxial×1, Optical×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 20Hz-20kHz(-0.3dB) 출력 레벨 2.2V(RCA), 4.4V(XLR) S/N비 -110dB THD+N 0.01% 이하 크기(WHD) 43×10.6×38.5cm 무게 10.6kg
<월간 오디오 2018년 8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