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ound BoX - 보급형으로 즐기는 마스터 사운드의 깊은 내공
한은혜 2018-08-01 17:09:20

글 이종학(Johnny Lee)

 

 

바이올린군의 위태로운 트레몰로가 흐르는 가운데, 오보에의 처연한 솔로가 등장한다. 마치 가녀린 무희가 텅 빈 무대에서 독무하는 듯하다. 하지만 점차 스케일이 거창해지면서, 거대한 해일이 밀어닥치듯 폭발한다. 이 부분은 복잡하게 얽힌 군무를 연상시킨다. 확실히 스피커를 움켜쥐고, EL34 특유의 미음이 발휘되어, 잘 만든 제품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마스터 사운드의 역사는 꽤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분은 바로 현 사장의 부친으로, 그의 다양한 기술력과 혜안이 바탕이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진공관 앰프의 핵심 기술인 트랜스포머에 관한 풍부한 지식은, 동사의 최대 자산. 이를 이해하려면 최초의 알파, 체사레 사나비오(Cesare Sanavio) 씨를 알아야 한다.
원래 그는 1950년대부터 다양한 나라에서, 갖가지 전자제품을 취급했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브라질, 파라과이, 칠레 등을 전전했으며, 텔레비전, 라디오 등 여러 전자 기기를 수리하거나 개발에 관여했다. 그 와중에 주문 생산 오디오도 만들어서, 앰프뿐 아니라 스피커도 만들었다. 오디오 컴포넌트 전반에 걸쳐 다채로운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이탈리아로 돌아와 조금씩 OEM을 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이후 아들들이 본격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지금 찬란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사실 동사는 주로 300B와 845를 사용해서 인티앰프와 분리형을 만들고 있는데, 독자적인 트랜스 기술이 어우러져서 강력한 구동력과 해상도, 다이내믹스를 두루두루 갖추고 있다. 단, 워낙 고급 부품을 쓰고, 아낌없이 물량을 투입하다보니 가격적으로 좀 부담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더 저렴하고,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는데, 그 요망에 부응해서 최근에 박스(BoX)라는 제품이 나왔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드디어 마스터 사운드의 매력을 더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실 박스의 경우, 이런저런 가격의 압박 때문에 아무래도 동사에 일관되게 적용된 디자인에서 벗어나, 염가형에 맞게 4각형 박스로 마무리 지었다. 바로 거기에 착안한 모델명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 핵심 내용은 상급기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냥 무늬만 보급형일 뿐이다.
 


우선 출력관을 보면, EL34가 투입되고 있다. 일단 5극관 중에 섬세하면서 질감이 좋은 EL34를 고른 듯하다. 특히, 동사는 클래스A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 경우, 출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해상도와 질감 면에서는 우수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단, 일정한 출력을 얻기 위해 EL34를 네 개가 아닌 무려 여섯 개를 투입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싱글 엔드 구성. 이로써 어지간한 스피커는 모두 대응하는 내용이 되었다.
사실 이렇게 출력관이 여섯 개나 되면, 이것을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초보자에겐 특히 부담스럽다. 이를 위해 오토 바이어스를 제공하는 점은 큰 미덕이라 하겠다. 일일이 출력관을 체크해서 조정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바이어스 조정이 뭔지도 모르는 애호가들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입력단은 총 5개. 그중 4개가 라인단이고, 나머지 하나가 포노단이다. MM형 타입에 대응하는 내용이지만, 일단 포노단이 포함된 것은 무척 반갑다. MC 카트리지를 쓸 경우, 승압 트랜스 정도만 덧붙이면 된다. 요즘 LP 르네상스 시대라, 리이슈 음반도 많고, 다양한 레퍼토리가 출시되고 있으니, 컬렉션의 즐거움을 생각하면 이런 서비스는 정말 고맙기만 하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포커스 오디오의 FS68 LE, 소스기는 프라이메어의 CD35를 각각 동원했다. 첫 곡은 앙세르메 지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액트 2. 바이올린군의 위태로운 트레몰로가 흐르는 가운데, 오보에의 처연한 솔로가 등장한다. 마치 가녀린 무희가 텅 빈 무대에서 독무하는 듯하다. 하지만 점차 스케일이 거창해지면서, 거대한 해일이 밀어닥치듯 폭발한다. 이 부분은 복잡하게 얽힌 군무를 연상시킨다. 확실히 스피커를 움켜쥐고, EL34 특유의 미음이 발휘되어, 잘 만든 제품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이어서 스탄 게츠의 ‘Desafinado’. 신비한 더블 베이스의 질주에 귀를 간질이는 쉐이커의 음향, 그리고 관능적인 테너 색소폰의 질주. 그 한편 피아노가 아닌 어쿠스틱 기타가 반주를 하는데, 일체 끊어짐이 없는 수려한 핑거링이 귀를 즐겁게 한다. 보사 노바 리듬은 언제 들어도 즐겁지만, 본 기의 질감과 음악성이 더해져서, 잊을 수 없는 명연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이애나 크롤의 ‘'S Wonderful’. 확실히 보컬에선 발군이다. 우아하게 오케스트라가 배후에 흐르고, 탄력 넘치는 베이스 라인이 보텀 엔드를 메우는 가운데, 차분하게 노래하는 크롤의 보컬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일체 과장이 없고, 정확하면서도, 적절한 달콤함과 관능미를 선사한다. 눈을 감으면 브라질의 어느 해변가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거기에 칵테일 한 잔이 더해지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다.
 


수입원 태인기기 (02)971-8241
가격 350만원   실효 출력 35W   사용 진공관 EL34×6, ECC802×2   주파수 대역 18Hz-25kHz   출력 트랜스포머 MastersounD   로드 임피던스 4-8Ω   네거티브 피드백 0dB   크기(WHD) 43.6×18.5×40.9cm   무게 24kg

 

<월간 오디오 2018년 8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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