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신디사이저의 반주임에도 왜 이리 어쿠스틱하게 들리는 것일까? 베이스 라인의 꿈틀거리는 대목이나 드럼의 펀치력 등이 바탕이 되어, 멜랑콜리하게 부르는 보컬이 더욱 살아난다. 듣다 보면 적절한 에너지도 느낄 수 있다. 마치 스튜디오에 온 듯, 정교치밀하게 재생되는 음장은 특필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쿼드 하면, 진공관과 TR 모두를 아우르는 다양한 앰프와 소스기로 유명하다. 물론 스피커도 만드는데, ESL로 대표되는 정전형 제품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북셀프, 톨보이 등 전통적인 콘셉트의 제품도 꽤 된다. 이전까지는 작은 북셀프가 좀 알려졌는데, 이번에 무려 세 발의 우퍼를 갖춘 제대로 된 중급기를 만났다. 모델명은 Z-4. 지금부터 이 제품의 스펙과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전에 쿼드의 북셀프를 쓰면서 생각한 것은 투명함이다. 분명 박스에 담겨 있지만, 그 음은 정전형이 내는, 극히 해상도가 높고, 포커싱이 뚜렷한 음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래서 빼어난 가성비로 우리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제 Z-4는 그 전통을 잃지 않은 가운데, 박력 넘치는 베이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리본 트위터를 쓰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당초 쿼드가 첫 스피커를 출시한 시기는 1949년. 당연히 모노 시대였다. 그러므로 벽의 코너 쪽에 설치해서 사방으로 음을 방사해서 듣는 형태를 취했다. 당시 놀랍게도 트위터에 리본을 썼다. 따라서 그 이름도 ‘코너 리본’. 이 역사적인 제품은, 그러나 쉽게 대중에 어필하지 못했다. 리본이 잘 부서지고, 음에도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피터 워커는 궁리 끝에 ESL 시리즈를 런칭하기에 이른다. 그 후, 무려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잊혔다가 이번에 Z 시리즈의 메인 콘셉트로 새롭게 부활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습도가 높은 아시아의 환경상, 정전형은 약점이 있다. 따라서 리본을 쓰되, 일반 타입으로 마무리 지은 점은, 단순한 타협이라기보다는 최초에 스피커를 런칭할 때의 의도와 생각을 계승한 부분이라 해석하고 싶다. 특히 최근에 런칭된 Z 시리즈는 이 역사를 철저하게 꿰뚫으면서, 그간 발전한 기술력을 아낌없이 투입하고 있다.
현재 Z 시리즈는 쿼드의 스피커 라인업을 볼 때, ESL 다음이다. 즉, 더 높은 가성비를 지니면서, 빼어난 퍼포먼스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총 4종의 제품이 런칭되어 있는데, 1과 2는 북셀프, 3과 4는 톨보이 타입이다. 이 중 3은 더블 우퍼 사양이고, 본 기 4는 트리플 우퍼 사양이다. 명실공히 Z 시리즈의 플래그십인 것이다. 향후 센터 스피커와 서브우퍼까지 나오면 멀티채널로도 쓰일 것이다.
여기서 유닛 구성을 보면, 우선 리본 트위터가 눈에 들어온다. 통상의 트위터라고 하면 진동판과 이를 구동하는 모터 시스템이 따로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본 기는 이 부분이 일체화되었다. 더 효율이 높고,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음을 내는 비결이다. 동사는 진짜 리본(True Ribbon)이라 강조하는데, 절대 과장이 아니다. 90×12mm 사양의 사이즈는 강력한 임팩트 전달 능력도 갖추고 있다.
한편 미드·베이스 및 우퍼는 직조한 케블라 콘이다. 무엇보다 투명도가 빼어나서, 리본과 좋은 매칭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트리플 우퍼 사양이라 막강한 다이내믹스와 펀치력을 자랑한다. 약 40Hz까지 떨어지는 저역은, 오케스트라를 재현할 때에도 전혀 힘든 기색이 없다. 미드·베이스는 15cm 구경이고, 우퍼는 16.5cm 구경. 스피커의 감도도 좋아서, 정확히 90dB에 이른다. 4Ω 사양이기는 하지만, 어떤 음성 신호가 와도 3.6Ω 이하로 떨어지는 법이 없다. 덕분에 구동에 그리 큰 출력이 필요 없다. 통상 집에서 쓴다고 하면 100W 정도면 괜찮다고 본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마스터 사운드의 박스, CD 플레이어는 프라이메어의 CD35를 각각 동원했다. 첫 곡은 앙세르메 지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액트 2. 긴박한 바이올린의 트레몰로가 흐르는 가운데, 오보에로 메인 테마가 잔잔히 구슬프게 흘러나온다. 그러다 점차 거창해지면서, 다양한 악기가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는데, 그 장대한 스케일이 여축 없이 나온다. 과연 트리플 우퍼의 위력을 실감한다. 고역의 투명함과 개방감은 역시 리본만이 갖는 강점. 이 부분도 꽤나 매력적이다.
파트리샤 카스의 ‘Mon mec a moi’를 오랜만에 들어본다. 신디사이저의 반주임에도 왜 이리 어쿠스틱하게 들리는 것일까? 베이스 라인의 꿈틀거리는 대목이나 드럼의 펀치력 등이 바탕이 되어, 멜랑콜리하게 부르는 보컬이 더욱 살아난다. 듣다 보면 적절한 에너지도 느낄 수 있다. 마치 스튜디오에 온 듯, 정교치밀하게 재생되는 음장은 특필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퀸의 ‘Bicycle Race’. 매우 복잡한 녹음으로, 순간순간 계속 편성이나 코러스가 바뀐다. 특히, 중간에 벨이 여기저기서 울릴 땐, 손가락으로 지적할 정도로 지점이 명확하다. 스케일도 호방하고, 에너지도 대단하다. 전성기 머큐리의 보컬은 가히 신의 축복을 받은 듯. 정말 후련한 한 판이 벌어지고 있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720만원 구성 3웨이 5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3) 16.5cm, 미드레인지 15cm, 트위터 90×12mm 트루 리본 재생주파수대역 47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00Hz, 3.5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90dB/W/m 권장 앰프 출력 60-250W 크기(WHD) 26.7×117.5×34cm 무게 23.5kg
<월간 오디오 2018년 8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