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일찍이 이런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어디가 잘못되었거나 매칭에서 우연의 확률이 발생한 것 아닌가 싶어 스피커를 바꿔 보기도 했지만 같았다. 놀랍다는 형용사의 상위급으로 경탄스럽다거나 경악할 만하다는 표현을 쓰지만 이 제품은 실로 경탄스럽기 짝이 없다. 마치 티 하나 없는 반질반질한 거대한 유리판에 기름을 부어 놓고 그 위에 서 있으면 저절로 몸이 미끄러지듯 하염없이 몸과 귀와 가슴이 미끄러지며 음악의 세계로 저절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오디오의 변방으로만 알았던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하이엔드 기종이다. 입실론 아일리우스 Ⅱ의 아일리우스라는 명칭의 뜻은 높고 위대한 황제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드리아누스 등 로마 황제의 이름에는 아일리우스라는 씨족명이 들어가 있고, 아일리우스는 그리스어 헬리오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태양을 의미한다.
이 제작사는 아테네에 자리 잡고 몇 사람의 엔지니어들이 소량의 제품을 수제품처럼 만들어 주문 제작 형태로 출시하다가 근래에 한 오디오 쇼에 출품하면서 미국의 오디오 전문지 스테레오파일이 단번에 A급으로 지정, 세상에 소문이 났다.
지금까지 수많은 제품의 소리를 들어 봤다. 1억대가 훌쩍 넘는 제품도 많았다. 훌륭하다는 느낌도 받았고 욕심이 나는 제품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특이하게 인상적이며 쇼크를 받을 정도의 제품은 별로 많지가 않았다. 품위가 있군. 그러나 가격대가 너무… 그런 수준에서 맴돌다가 사라지게 된다.
이 제품은 방열판에서부터 색다르기 짝이 없다. 이처럼 날렵하고 부드러운 감촉의 방열판을 본 적이 없다. 마치 그리스의 대리석 연마 기술력을 보는 것 같다. 처음에는 가격도 메이커도 알지 못하고 그냥 소리를 울려 봤는데 듣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 일찍이 이런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어디가 잘못되었거나 매칭에서 우연의 확률이 발생한 것 아닌가 싶어 스피커를 바꿔 보기도 했지만 같았다. 놀랍다는 형용사의 상위급으로 경탄스럽다거나 경악할 만하다는 표현을 쓰지만 이 제품은 실로 경탄스럽기 짝이 없다. 마치 티 하나 없는 반질반질한 거대한 유리판에 기름을 부어 놓고 그 위에 서 있으면 저절로 몸이 미끄러지듯 하염없이 몸과 귀와 가슴이 미끄러지며 음악의 세계로 저절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미려하고 매끄러우면서도 음은 생생하고 싱그러우면서도 탄력 넘친다. 당연히 투명도와 해상도는 높다. 음영이 뚜렷해 보컬에서 발음이 명확하면서 일체 거친 음도 없다. 참치의 가장 고급스러운 부위의 살만을 올려놓은 접시를 마주 대한 듯한 촉감이며 우리가 오디오 제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소망이 대부분 이뤄진 듯하다.
입실론이라는 이 제작사는 지금 연륜이 20년 정도 되며 시청기를 비롯해 프리앰프, 포노 앰프 등 몇 종목의 제품이 있는데,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 고가이며 12만 달러가 넘는 제품도 있고 보니 당연히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거리감이 있었을 터이다.
제품의 특징을 거론하자면, 푸시풀 하이브리드 모노블록 파워 앰프라는 것이 첫 번째. 전체 피드백이 없는 2개의 게인 스테이지만 사용하는데, 첫 번째 게인 스테이지에 고가의 흔치 않은 진공관(C3g 또는 6C45PiEH)을 투입했으며 싱글 엔디드 클래스A로 작동시킨다. 그다음 트랜스포머는 출력 스테이지에 연결되며, 출력 스테이지는 매치드 페어된 6개의 N채널 MOSFET를 푸시풀 방식으로 동작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 앰프는 8Ω으로 200W, 4Ω으로 350W의 출력을 내며, 60W까지는 퓨어 클래스A로 작동된다. 게인 스테이지에 사용된 진공관은 무겁고 따스한 음색으로 알려져 있으며, 군용 등급으로 최소 수명이 1만 시간이다. 그리고 트랜스포머를 사용함으로써 추가 게인 스테이지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신호의 투명성과 순도가 유지된다는 설명. 이 목적을 위해 광대역(10Hz-75kHz) 트랜스가 새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제품 버전이 Ⅱ로 달라졌다.
이 제작사의 책임 엔지니어는 데메트리스 백클라바스인데, 그는 단지 2개의 게인 스테이지를 사용하며 신호 경로에 거의 수동 회로 요소가 없는 아일리우스용 독자적인 회로를 설계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스테이지 트랜스포머를 사용해 푸시풀 동작을 위한 완벽한 위상 분할을 하며 진공관의 임피던스를 크게 낮추는 스텝 다운 트랜스포머 역할도 함께하게 했다. 또한 위상은 분리되어 있고 앰프는 푸시풀이지만 실제로는 6개의 트랜지스터가 플러스 단자를 구동하고 6개의 트랜지스터가 마이너스 단자를 구동하는 2개의 싱글 엔디드 앰프인 매우 특이한 회로다.
입력은 RCA, XLR 모두 포함하며, 전원부에는 부드럽고 조용한 필터링을 위해 고전류 인덕터를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품을 자체 설계, 주문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금도금된 스피커 터미널도 나사식 손잡이로 되어 있어서 사용하기 간편하다. 제품의 배치를 봐도 고성능이며 시각적으로 우아하고 값비싸다는 것이 한눈으로 납득이 된다. 감각적으로 조화된 디자인, 윤이 나는 마무리,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인테리어, 파란색 LED 등이 이 제작사 제품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시청 내내 매끄러움과 깨끗함의 극치에 감탄했다. 이 앰프는 어떤 스피커를 연결해도 유려함과 해맑음, 깊이감과 지중해의 청량한 햇살을 느낄 수 있는 놀라운 소리를 들려 줄 것이다.
수입원 소노리스 (02)581-3094
가격 4,000만원 실효 출력 200W(8Ω), 350W(4Ω) 주파수 대역 11Hz-75kHz(-3dB) 출력 임피던스 0.25Ω 입력 임피던스 47㏀ 게인 ×30(29.5dB) 크기(WHD) 42.5×23×42.5cm 무게 45kgg
<월간 오디오 2018년 8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