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승재 기자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 인터뷰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제품 홍보에 인색하신가요?
A 21사운드의 박 사장이 하도 하자고 해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21사운드에서 월간 오디오를 통해 아폴론의 제품을 리뷰하고 있는데, 그런 것이 제겐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저는 아폴론이 소개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이렇게 소개되면 속된 말로 상술으로 보여질까봐 걱정도 되고, 그 때문에 그동안 광고나 리뷰도 기피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요즘 홈페이지의 전화번호를 지울까도 생각했었고, 문의 전화가 오면 21사운드로 돌리고 있습니다. 저는 혼자 조용히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싶어서 이곳에 고객들이 찾아오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리고 제가 대화가 힘들 정도로 성대가 좋지 못해서 말을 많이 하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소비자 분들이 여기에 오시면 ‘소리를 집중해서 들어 보세요. 음악을 듣고 본인이 직접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도만 말할 뿐 대놓고 저희 제품이 탁월하게 좋다고 홍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품에 대해 설명해 주고 하는 상황이 싫어서 가지고 가서 들어 보라고 무상으로 렌탈을 해 주고 듣고 난 뒤에 구매하라고 하거나, 또는 구입하고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환불해 주겠다고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환불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랜 세월 이 일을 하다 보니 본인의 모습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에는 수입 오디오를 취급하면서 수입 오디오보다 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제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3년 UL 사운드라는 브랜드로 제품을 만들어 보니 제가 만든 제품이 수입품보다 훨씬 소리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젊은 혈기라 그리 느꼈던 것이고, 세월이 많이 지나서 보니 그때는 부족했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지금 내 모습도 부족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폴론 제품이 탁월하게 좋다는 이런 말을 하고 나면 부끄럽습니다. 좋은 언변으로 제품을 판매하면 엔지니어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장사꾼으로 비춰지는 것이 싫습니다. 큰돈을 버는 것보다 현재가 좋습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정말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Q 어떻게 오디오 제품 개발을 하시게 되었나요.
A 제가 어려서부터 이쪽 방향의 일을 꿈꿔 왔던 것 같습니다. 제가 기억력이 남다른 편이어서 전자 제품을 분해를 하던가 하면 원상 복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 그것을 본 주변 사람들에게 이쪽에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왔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부터 오디오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첫 직장으로 세운상가에 있는 수입 오디오 판매하는 곳에 들어갔고 오디오 세일즈맨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후에 본격적으로 개발실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30대 초반부터 세일즈 일을 마치고 개발실에 올라가서 개발을 하고 집에는 새벽 3-4시에 들어가는 과정을 거치며 습작으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94년부터 UL 사운드라는 브랜드로 제품을 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UL은 얼티메이트라는 뜻인데, 발음하기 힘들 것 같아 UL 사운드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그렇게 UL 사운드라는 브랜드로 여러 제품을 만들어 오다가 최근 아폴론으로 브랜드 명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Q UL 사운드에서 아폴론으로 브랜드 명을 바꾸게 된 이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제가 양평에 있을 때 음악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매달 한 번씩 9년 가까이 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듣고 그 음악에 대한 해설도 듣는 그런 행사였는데, 그 모임에 참가한 한 유명 인사가 제 제품의 소리를 몇 년 들어 보더니 세계적으로 마케팅을 해도 먹히겠다며 자기가 마케팅해 보겠다고 하면서 그러려면 브랜드 명을 바꿔야 하며 나중에 이익이 나면 경제적 보상을 해 달라고 몇 년을 졸랐습니다. 결국 그러자고 했는데, 그 사람이 브랜드 명을 작명하고 마케팅에 대해 구상하기 위해 오디오를 집에 가져가서 들어 보겠다 해서 DAC, 프리앰프, 파워 앰프 등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지나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해서 없던 일로 하고 오디오는 필요하면 그냥 쓰고 필요 없으면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가져오지 않고 끝났습니다. 그렇게 브랜드 명을 바꿀 필요성을 언급하며 사람의 속을 뒤집어 놔서 몇 년간 고심 끝에 결국 저 역시 바꿔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어 새로운 이름을 찾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이름을 의뢰를 해 봤는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고, 결국 음악을 관장하는 신의 이름인 아폴론으로 제가 작명하게 되었습니다.
Q 아폴론 제품에 사용된 독특한 기술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아폴론만의 기술적 특징은 트랜스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폴론에서는 아폴론만 음색과 음질을 지닌 소리를 만들기 위해 출력 트랜스를 직접 감는데, 그 트랜스포머에는 페이퍼가 들어가고 트랜스포머의 조립이 다 끝나고 나면 페이퍼에 오일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페이퍼라는 소재가 오일을 만나면 좁은 공간 안에서 페이퍼의 두께가 팽창해 소리 신호가 지나가는 과정에서 진동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어 소리에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너무 페이퍼가 팽창되어 코일의 장력이 강해져서 끊어지는 경우도 있어 제작 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폴론에서는 입력 트랜스와 출력 트랜스 사이에 인터스테이지 트랜스포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스테이지 트랜스포머는 음질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코일 권수의 비율에 따라 소리가 다 달라 답을 찾는 것이 쉽지 않고, 원가가 엄청 싸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커플링 콘덴서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커플링 콘덴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용한다 해도 일제를 사다가 사용하는데 미스 매칭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폴론에서는 최적의 인터스테이지 트랜스포머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며, 대략 93년에 대한민국에서 국내 메이커 최초로 만들었고, 이를 사용한 파워 앰프 역시 국내 메이커 최초로 만들어 냈습니다. 또한 진공관 앰프는 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험을 제거하기 위해 앰프에 수치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하고 있으며, 진공관 앰프에는 고압이 걸리는데 그때 고압과 저압이 부딪쳐서 트러블이 생기지 않도록 제작하고 있습니다.
Q 아폴론의 섀시는 국산 제품답지 않게 완성도가 무척 높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습니까.
A 저는 제품에 대한 엄청난 집념을 가지고 있어 만족할 때까지 끝까지 파고들어 제품을 완성하는데, 그 결과 중 하나가 섀시입니다. 현재 스테인리스 소재로 섀시를 만드는데, 제품이 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섀시를 개발하기 위해 오토캐드를 독학으로 배웠는데 그동안 집에 안 들어가고 다 배울 때까지 개발실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익혔습니다. 스테인리스 절곡도 처음에는 마음에 안 들어 그 자리에서 다 부셔 버리고 기절해 버렸고, 그 과정을 서너 번 반복했습니다. 공장에서는 제발 다른 데 가서 하라고 할 정도였는데, 결국 공장장이 작업하는 게 아니라 사장이 직접 나와서 제 것을 해 주고 있습니다. 보통 스테인리스 절곡한 뒤 흠집을 없애기 위해 한 번 코팅 공정이 들어가는 데, 아폴론 제품의 섀시는 원판에서 가공이 다 끝난 뒤 절곡을 하며 절곡 후 섀시에는 0.1mm 흠집이 있어서는 안 되고 만약 흠집이 있으면 파기합니다. 전면 패널의 디자인 역시 직접 한 것으로, 23년간 사용한 디자인입니다. 오디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문양으로 에칭으로 만들어서 사용합니다. 처음 개발할 당시에는 이런 것을 사람들이 전혀 몰라 수작업으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공장에서 자동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면 패널에 부착되는 크리스털이 15mm 두께라 레이저 가공이 안 되서 드릴로 뚫어야 하는데 크리스털 제조 공장에서 깔끔하게 구멍을 못 뚫어서 직접 구멍을 가공하고 있으며 공장에서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할 정도로 매끈하게 구멍을 가공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측면에는 나무를 가공해 부착하는데, 나무 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열 받으면 틀어지고 6단계나 되는 복잡한 제조 공정도 거쳐야 합니다. 힘든 데도 굳이 사용하는 것은 금속과 나무가 진동 흡수 주파수가 다르고 진공관이 미세한 진동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두 가지를 섞어서 사용하는 것이 음질상 좋기 때문입니다. 현재 스파이크도 나무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아폴론 제품의 사운드 특징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아폴론의 소리는 순간적으로 확 귀를 끄는 소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듣다 보면 다른 브랜드의 사운드가 귀에 안 들어오는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30대 초반에 저를 만나 저의 제품을 사용하신 분들이 50-60세가 될 때까지 쭉 사용하고 계시시고, 저희 제품만 사용하시다가 돌아가신 분들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제품을 사용하시다가 다른 제품으로 바꾸려고 하신 분들이 아폴론 제품의 장점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폴론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쓰다가 바꾸고 싶은 갈증이 오는데, 아폴론에서는 그 타이밍을 맞춰서 업그레이드를 해 줍니다. 업그레이드는 무척 힘든 일입니다. 공정이 복잡하고 작업하는 시간도 많이 소요됩니다. 업그레이드할 때는 비용을 받는데, 남들이 보기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낮은 비용을 받고 있습니다. 업그레이드는 순전히 아폴론 제품을 사용하는 분들이 더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힘들어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폴론 제품을 사용하는 분들에게 만족도를 체크하고 그 내용을 수렴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선정한 절대 음감을 지닌 여러 분들에게 제가 만든 물건을 가져가서 의견을 듣고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게 아폴론의 철학입니다. 저 혼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제품을 개발할 때 그들의 생각을 집어넣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Q 아폴론의 포부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아폴론이라는 브랜드의 부가 가치를 높인다는 욕심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죽고 없을 때 누군가의 의해 이 브랜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제품이었다고 조명되는 그날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그날을 위해 더욱 정진하고 있습니다.
Q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월간 오디오 독자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물가에서 노는 놈을 물에 빠져서 죽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단지 바꾸기 위해서 오디오를 선택하는 사람은 음악을 제대로 듣지 못한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바꾸기 위해 오디오를 사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입니다. 음악을 듣기 위해 오디오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 것이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이 생활의 일부가 되고 그것이 오랜 세월 축적이 되면 내면을 개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월간 오디오 2016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