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좋은 프리앰프라는 경지를 넘어 반드시 필자의 시스템에 도입하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로 변화되었다. 이는 신세계라는 표현을 들어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그동안 필자가 그렸던 음의 이미지와는 차원이 다른 사운드를 선사해 주었던 것이다.

글 정승우

에소테릭은 일본 티악 산하의 오디오 브랜드로서 VRDS라는 세계 최고의 하이엔드 CD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을 공급하는 업체로 유명하다. 세계 유수의 메이커에서 채용할 정도로 검증 받은 메커니즘이며, 특히 VRDS 최고 제품을 들어보면 트랜스포트의 메커니즘이 사운드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감할 수 있게 된다. 동사는 VRDS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와 오랜 기간을 갈고 닦은 D/A 컨버터 기술을 통해 최고 수준의 CD 플레이어를 공급하는 업체로 널리 알려져 있다. CD 플레이어를 제외한 동사의 나머지 제품들 역시 꽤 오래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프리·파워 앰프 역시 일본이나 다른 지역에서 꽤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물론 국내에서는 이 제품들이 그리 인지도를 쌓지 못했던 것 같다. 필자 역시 동사의 CD 플레이어 제품은 P03·D03, P02·D02를 거쳐 현재의 그란디오소 P1·D1까지 애용해 왔지만, 단 한 번도 동사의 앰프 제품들에는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이는 일본 제품에 대한 선입견과 에소테릭이라는 브랜드는 디지털 전문업체라는 인상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최근 잠시 데모를 통해 시청한 그란디오소 M1 파워 앰프는 운명처럼 찾아오게 되었으며, 현재 필자의 시스템으로 사용 중인 제품이다. 특히 스피커의 교체 후 기존 앰프와의 상성 문제 때문에 큰 고민을 했고, 결국 자주 찾는 오디오숍에서 에소테릭의 파워 앰프를 만난 것이다. 그 시청은 에소테릭 앰프에 전혀 관심 없었던 필자마저도 ‘이 앰프라면 지금의 스피커를 완벽히 구동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을 만들어 주었다. 이는 다른 몇 제품의 데모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에서 파워 앰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던 중 떠오르게 된 발상으로 결국 갈 곳이 없는 종착역에서 필자가 내린 판단이었으며, 결과는 대만족으로 결국 필자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아무튼 필자가 에소테릭의 파워 앰프를 사용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한 일대 사건이었으며, 그만큼 M1 파워 앰프의 뛰어난 성능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필자는 많은 교체와 매칭을 통해 나름대로 내린 오디오 기준이 있다. 이는 바로 프리앰프에 대한 관점이다. 전체 시스템의 컨트롤 타워로서 프리앰프는 절대적인 존재감을 갖고 있으며, 특히 프리앰프 교체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중한 편이었다. 이는 프리앰프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시스템의 음향적 퀄러티와 음악적 표현력을 좌우한다는 경험과 믿음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다른 기기들은 작은 교체가 있었지만, 프리앰프의 경우 어큐페이즈 C-2810, 골드문트 미메시스 22 시그너처, 부메스터 808 MK5 레퍼런스를 거쳐 현재의 제프 롤랜드 코러스·크라이테리온 정도가 대표적이다. 물론 이는 기존의 상식에 비추어 보면 잦은 교체이지만, 필자에게는 다른 기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체 빈도가 적은 편이었다. 특히 현재 사용 중인 크라이테리온의 경우 유사 기종인 코러스와 더불어 5년 가까이 사용해 온 제품으로 최근 신제품에 대한 몇 번의 데모 시청에도 교체 없이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제품이다. 그만큼 제프 롤랜드 프리앰프에 대한 필자의 믿음과 애정은 각별한 상황에서 리뷰 차 자택에 배달된 에소테릭의 신제품인 그란디오소 C1 프리앰프 제품은 사실 큰 기대와 관심을 끌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예상하지 못한 C1 프리앰프의 높은 성능에 고민 없이 도입을 결정하게 되었으며, 이러다 보니 정말로 본의 아니게 필자의 시스템은 풀 그란디오소 시리즈로 완성되게 되었다.

그럼 에소테릭이 그란디오소라는 이름을 내걸고 궁극의 최고 제품을 표방한 C1 프리앰프의 투입된 기술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전원부. 총 29kg(증폭부 21kg)에 달하는 중량급 전원부는 프리앰프의 전원부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호화스럽고 물량 투입이 이루어진 부분이다. 과연 프리앰프에도 이런 물량 투입이 필요할까 의아스럽기는 하지만 에소테릭은 안정된 전원부의 성능이 프리앰프 음향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그란디오소 시리즈 모든 제품에 공통되는 내용이다. 총 4개의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는 전원부를 완벽하게 듀얼 모노로 구성하였으며, 이에 따라 AC 콘센트도 2개로 분리되어 2조의 파워 코드가 필요하다. 이외에 로직 컨트롤용에도 별도의 EI형 트랜스를 탑재, 경이적인 전원부를 구성하게 된다. 증폭부는 풀밸런스 구성의 완벽한 듀얼 모노 구조이며, 특히 전류 전송 능력과 하이스피드화를 추구한 최첨단 소자를 채용하였다. 그리고 회로 모듈을 완벽히 플로팅시켜 외부 진동에 대한 만전을 기하는 세심한 배려까지 더하였다. 증폭부 역시 최고의 성능을 위해 아낌없는 물량 투입과 디테일한 설계가 이루어진 것이다. 입력은 밸런스 3계통, 언밸런스 2계통이며, 출력 또한 언밸런스, 밸런스 각각 2계통씩 제공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C1 프리앰프는 리뷰 시청 전 도입을 결정할 만큼 필자에게 주목을 받던 제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 오디오 잡지에서의 골든 사운드 상에 빛나는 제품의 실력은 그저 좋은 프리앰프라는 경지를 넘어 반드시 필자의 시스템에 도입하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로 변화되었다. 이는 신세계라는 표현을 들어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그동안 필자가 그렸던 음의 이미지와는 차원이 다른 사운드를 선사해 주었던 것이다.

전개되는 음의 입체감과 음향 공간 측면에서 경이적인 퍼포먼스를 제공해 준다. 마치 그동안 듣던 음악은 평면적인 음의 전개였다고 느낄 정도의 입체적인 음장의 재현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는 극한을 넘어선 S/N 특성과 전 대역에 걸쳐 세부의 음향을 놓치지 않는 주파수 특성을 확보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S/N의 월등한 성능은 미세 정보량의 세밀한 묘사로 이어지며, 이런 탁월한 표현 능력과 광대역이 어우러져 입체적인 사운드가 재현된 것이다. 음색은 약간 서늘한 듯한 중립적 경향으로, 이 역시 필자가 추구하는 현대적 하이엔드 사운드에 부합된다. 과거 어큐페이즈의 C-2810 프리앰프를 사용할 때 가장 감탄했던 부분이 세밀한 묘사력, 특히 좁은 공간에서 시스템을 운영할 때 특정한 악기나 특정한 대역의 강조 없이 개별 악기 하나하나의 세부적인 묘사가 인상적이었는데, 본 제품 역시 그런 동일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는 시청 공간의 제약이 있는 일본 마니아들의 공간을 의식한 듯 일본을 대표하는 두 하이엔드 브랜드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필자와 같이 협소한 공간일 경우 점묘화를 연상시키는 듯한 디테일한 묘사가 특히 강점이다. 이외에 여러 장점들이 글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무수히 존재하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말로 전혀 구매할 의사가 없는 제품을 단 한 번의 시청으로 도입하게 된 최고 성능의 제품이며, 차원이 다른 자연스럽고 단점을 찾기 힘든 성능으로 필자를 매료시켜 주었다. 이는 최근 여러 하이엔드 신제품 프리앰프를 시청한 경험이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분명 타 제품 대비 탁월한 비교 우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디지털 제품으로 명성을 구가하던 에소테릭이 야심차게 출시한 M1 파워 앰프에 이어 그란디오소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C1 프리앰프. 특히 일본제 제품에 대한 선입견과 앰프 메이커로서 인지도가 낮은 에소테릭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단번에 깨버린 최고의 제품으로 평가하며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다.

수입원 극동음향 (02)2234-2233
가격 3,250만원   아날로그 입력 XLR×3, RCA×2   아날로그 출력 XLR×2, RCA×2
주파수 응답 1Hz-200kHz(-3dB), 3Hz-50kHz(-0.2dB)   S/N비 116dB   게인 +12dB
최대 출력 레벨 7.5V(RCA), 15V(XLR)   입력 임피던스 10KΩ   입력 감도 510mV
입력 레벨 12V   크기(WHD) 44.5×13.2×45.7cm, 44.5×13.2×45.1cm(전원부)   무게 21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