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품을 시청하면서 우스꽝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편집부의 기자 두 사람이 스피커 뒤에서 케이블을 함께 옮기고 있었다. 마치 전기 공사장처럼 말이다. 이유는 케이블이 너무 굵고 무거워서인데, 겉으로만 봐도 엄청난 물량 투입과 정성이 느껴지는 하이엔드 케이블의 위용을 느낄 수 있다.
A.J. van den HUL에 의해 1980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이 메이커는 고급 포노 카트리지와 케이블 생산의 선구자로 잘 알려져 있다. 오디오 케이블에서 반덴헐의 제품들은 세계적인 인기 품목인데, 본 시청기는 3년이란 오랜 시간이 걸려 개발에 성공한 차원이 좀 다른 제품이다. 이름에 붙은 3T라는 것은 ‘True Transmission Technology’를 의미하는 것으로, 복잡한 야금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인데, 다섯 가지 금속을 혼합한 것과 한 가지 비금속을 화합해 비결정질 비정질 전도체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복사를 방지하기 위해 조성, 제조 및 관련 기술에 대한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신기술은 여러 가지의 특징이 있다. 가장 중요한 속성은 산화와 화학적 노화가 일어나지 않고, 인장 강도가 높아 강력하게 기계적으로 학대해도 피로 효과나 기계적인 노화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금속 조성에 백금, 금, 은, 구리, 알루미늄, 납, 주석 등 보통 금속 중 어떤 것도 포함하지 않았다고 하며, 내부 금속 경계가 거의 없어 크로스 크리스털 왜곡 효과가 없는 매우 깨끗하고 순수한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 이 3T 케이블은 최소 25년이라는 거의 한 세대에 육박하는 품질 보증 기간을 갖고 있다.
이 고가의 케이블을 탄노이 웨스트민스터 로열과 오데온 스피커, 그리고 유니슨 리서치의 레퍼런스 프리·파워 앰프로 연결했다. 일반적으로 시청실에서는 스펙에 대한 검토가 없이 다이렉트로 먼저 시청이 이뤄진다. 그래서 듣기 시작했을 때의 느낌만이 강렬하다. 그렇게 강렬한 느낌을 주는 시청기도 사실 많지가 않지만, 한두 기종만 그런 강렬한 느낌이 있어도 행복한 느낌이 든다. 순간적으로 호기심과 함께 소유욕이 치솟으면서 그 순간의 엔도르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다른 레퍼런스 케이블로 듣다가 이 시청기로 연결을 바꾼 순간 단숨에 너무나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가을에 낙엽이 뒤덮인 정원을 쓸거나 혹은 깊게 내려 쌓인 눈을 쓸려면 비를 들고 나서야 한다. 그 비라는 것이 슈퍼에서 흔히 파는 플라스틱으로 된 소형 크기의 제품이 대부분인데, 눈 내리는 밤, 아파트 현관 앞을 가끔씩 그 비로 쓸다 보면 허리만 아프지 좀체 쓸리어지지가 않는다. 그럴 때 아파트 경비 아저씨는 눈 치우는 넉가래를 들고 와서 기세 좋게 단박에 눈 더미를 밀어 버린다. 그 다음에는 굵은 대 빗자루를 가지고 와서 남김없이 눈 자국을 없애 버린다. 바로 그렇다. 이 케이블은 대 빗자루이거나 넉가래로 표현하는 것이 옳겠다. 남김없이 소리를 쓸어 올리기 때문이다. 모든 음이 입체적으로 떠오르며, 활기에 넘친다. 주자들은 약음에서도 나팔을 온 호흡을 다해 밀어내고 있으며, 섬세함과 선명감이 두드러진다. 마치 음을 퍼 나르는 대형 포클레인 같다. 돌진하는 신형 탱크 위에 앉아 머리카락을 훈풍에 날리고 있는 아름다운 아가씨! 존경과 경외감이 떠오르는 케이블이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가격이긴 해도!
수입원 우리오디오 (02)2246-0087
가격 980만원(3m)
* 월간오디오 2015. 2월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