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오디오 애호가라면 특유의 버릇이 있다. 앰프라면 출력을 유심히 볼 것이고, 스피커라면 어떤 유닛을 채용했는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덕분에 새로운 앰프를 보면 출력이 얼마나 되냐며 넌지시 물어보고, 새로운 스피커를 만나면 유닛 제조사가 어딘지 알려고 이리저리 둘러본다. 출력이 높으면 괜히 안심되고, 이름 있는 브랜드의 유닛이면 믿음이 간다. 어쩔 수 없는 본능인 것이다. 이런 경험이 있다면 이들 브랜드를 모를 리가 없다. 남다른 성능과 퀄러티로서 80년 이상의 역사를 만들어온 덴마크의 유닛 제조사 비파(Vifa)인데, 수많은 하이파이 스피커 브랜드에서 이들 유닛을 적극 채용할 만큼 그 만족도가 높다. 이런 비파에서 완전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도 전혀 예상 밖의 프로젝트였는데, 무려 라이프 스타일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이들의 홈페이지 (www.vifa.dk )만 들어가 봐도, 이들이 얼마나 라이프 스타일 사업에 집중하는가 알 수 있다. 마치 패션 화보를 보는 듯한 페이지들이 펼쳐지는데, 이들의 주력이라고 할 만한 유닛 제조사로서의 이미지는 아예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그만큼 독자적인 아이템으로서 자신이 있다는 것인데, 확실히 이목을 집중시키는 디자인 콘셉트와 사운드적 성능은 단연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번에는 이들의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상급기 코펜하겐을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한층 더 귀여운 이미지의 헬싱키를 소개한다.
코펜하겐을 처음 접했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디자인적으로는 그야말로 최상이다. 더구나 이런 디자인 콘셉트의 제품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도저히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유니크한데, 누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북유럽 디자인’이라는 문구가 절로 생각난다. 물론 북유럽 스타일이야 이제는 가구나 생활 용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이 되어버렸지만, 스피커에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대입해버린 경우는 단연코 흔치 않다. 그것도 유닛 제조사 비파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흥미로운데, 완전한 신생 업체의 등장이라고 생각해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다.
기본적인 디자인 콘셉트는 완벽히 여성 취향을 저격했다. 핸드백을 디자인적으로 형상화시킨 것인데, 얼핏 보면 정말 속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마무리하였다. 실제 광고에서 모델들도 이 제품을 핸드백처럼 들고 있기도 하다. 커스텀된 크바드라트(Kvadrat)의 패브릭을 적극 활용하였고, 다이캐스트 알루미늄과 조합되어 굉장한 일체감을 선사한다. 색상은 4종을 공개하고 있는데, 윌로우 그린, 미스티 블루, 더스티 로즈, 샌드스톤 그레이로 구성된다. 사진으로 보이는 것은 윌로우 그린과 더스티 로즈.
플래그십 제품인 코펜하겐에서는 네트워크와 블루투스, 그리고 옵티컬 및 USB 단자 등을 채용하여 다양한 기능들을 선보였는데, 헬싱키에서는 사이즈와 가격을 줄인 만큼 기능적으로 대폭 다이어트되었다. 네트워크는 과감히 생략되고, 블루투스를 주력으로 채택한 모습이다. 물론 블루투스는 4.0 버전에 apt-X를 지원하기에, 음질이나 속도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3.5mm Aux단을 지원하여 소스기기와 직접 연결해도 되고, NFC의 지원으로 스마트폰과 터치 접속이 가능하다. 리튬 이온 배터리 내장으로 휴대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생긴 것에 비해 무게는 1.4kg으로 제법 무거운 편이다. 참고로 이런 휴대 사양의 제품들이 플라스틱 소재로 단순히 가볍게 설계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벼운 만큼 진동에 취약하기 때문에 사운드적으로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휴대 사양의 제품이라도, 프리미엄급 제품이라면 헬싱키 정도의 무게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유닛 제조사답게, 유닛 조합과 배열에 공을 들였다. 모두 자사의 유닛을 활용했는데, 5cm의 풀레인지 유닛을 2개 사용했고, 우퍼로 6cm의 유닛 2개를 채택했다. 또한 효율적인 저역을 위해 2개의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장착한 것도 인상 깊다. 마그넷은 모두 고성능의 네오디뮴을 채택, 굉장히 빠른 응답성과 반응을 보여준다. 주파수 응답은 58Hz-18kHz로 휴대용 스펙 이상의 수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사실 이들의 디자인을 보면 누구든 사운드에 대해서는 그리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매력적인 디자인이 얼마나 사운드적으로 큰 실망을 주었는지, 많은 제품들이 증명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헬싱키의 첫 사운드를 들으면 누구든 그 사운드에 놀랄 것이라 확신한다. 코펜하겐에서도 탁월한 대역 밸런스와 다이내믹한 반응, 깨끗한 음색으로 크게 놀란 기억인데, 헬싱키도 그 느낌들이 그대로 이어진다. 이런 미니 사이즈의 제품들 대부분 둔탁한 저역으로 굉장히 듣기 거북한 무대를 들려주는데, 헬싱키는 굉장히 깨끗한 저역으로 청량감 있는 사운드를 형성시켜 준다. 다이내믹한 반응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며, 중음의 질감조차도 굉장히 매력 있게 전해준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저역을 강조하면서, 사운드적인 단점을 감추는 인상이었다면, 헬싱키는 모든 대역을 밸런스 있게 품어내면서 사운드적인 품질을 높인다는 느낌이다. 유닛 제조사가 만들어내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제품, 바로 헬싱키이다.
수입원 다인랩 (02)541-9946 가격 63만원 사용 유닛 우퍼(2) 6cm, 풀레인지(2) 5mm
주파수 응답 58Hz-18kHz(±3dB) 블루투스 버전 Ver.4.0, apt-X 아날로그 입력 Aux 3.5mm NFC 지원
크기(WHD) 21×15.6×7cm 무게 1.4kg
<월간 오디오 2015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