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언제부턴가 더 이상 새로운 오디오 브랜드가 나오지 않겠지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특히 하이파이 스피커는 더 이상 특별한 것을 어필하기 어렵고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미 경쟁력 있는 스피커 브랜드로 가득 찬 이런 시장에 발을 들일까 하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다. 하지만 수 년이 지나고, 또 수 년이 지나도 계속해서 새롭고 낯선 브랜드가 등장한다. 그것도 자신만의 개성과 특별함을 가지고 말이다. 물론 세월이 지나고 어느 순간 잊히는 브랜드도 분명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버티지 못한 것이다. 이제는 디자인, 사운드, 그리고 가격까지 만족시키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 이번에 소개할 덴마크의 달리 역시 1983년에 창립한 스피커 전문 제조사로, 차분히 자신의 실력을 알리며 덴마크의 대표 스피커 브랜드로 우뚝 섰다. 국내에서도 오랜 세월 동안 매력의 제품들이 꾸준히 수입되면서, 달리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는데, 하이엔드 라인업부터 엔트리 레벨까지, 품위 높은 디자인과 사운드로 스피커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달리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특유의 하이브리드 트위터 모듈이다. 리본 트위터와 돔 트위터를 결합한 것인데, 각각의 장점을 조합하여 최상의 고역을 선보인다. 처음에는 상위 라인업에만 채용된 것인데, 워낙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다보니, 이제는 대부분의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트위터 모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특유의 갈색을 띠는 우드 파이버 콘도 달리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인데, 경량이면서도 고강성을 내포하고 있어 우수한 저역 품질을 자랑한다. 이 역시 상위 라인업 유포니아에서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구 같은 질감과 모양새이다. 달리의 스피커는 하나같이 뛰어난 인클로저 마감을 자랑하는데, 그들이 처음부터 주장한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최초의 드래프트에서 최종 양산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인 하우스에서 설계하는 것을 고지식하게 고집하기도 한다. 또한 한 사람의 숙련된 엔지니어가 스피커의 조립 과정 전체를 계획, 마지막 전기·음향 테스트까지 직접 책임지는 것으로 유명한데, 모든 작업에 자신의 이름이 걸린 만큼 완벽히 수행해낼 수밖에 없다.
수 년 전만 하더라도 라인업의 수가 이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매해 라인업을 추가하더니 어느덧 전 가격대를 아우를 수 있을 만큼 거대해졌다. 간판 플래그십 라인업 에피콘을 시작으로, 헬리콘, 루비콘, 옵티콘, 렉터, 젠서 등 그야말로 밀도감 있게 구성해놓았다. 물론 멘토 시리즈가 완전히 삭제되었는데, 업그레이드 제품으로 루비콘을 선보이면서 세대를 교체한다는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리 해고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제품이 하나 있다. 이전 멘토 미뉴에트인데, 개인 사업을 차리듯 ‘달리 미뉴에트’라는 독립적인 라인업으로 태세 전환한 것이다.
사실 미뉴에트는 2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달리의 주력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달리의 이름을 알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제품 중 하나이다. 덴마크에서는 국민 스피커라 불릴 만큼, 작고 귀여운 이 스피커를 사랑하고 있는데, 그 애정을 담아 여러 라인업에 포함시키면서 생명력을 유지시킨 것이다. 그러니 그 이름을 쉽게 버릴 수 없을 터. 이번이 마지막으로 생각하며, 독립적인 라인업으로 완전히 분가시킨 듯하다.
이전 멘토 시리즈와 외관상으로 달라진 점을 찾을 수 없다. 다만 새로운 마감을 추가한 것으로 보이는데, 루비콘 시리즈에서 선보인 것을 적용했다고 제작사는 밝히고 있다. 2웨이 2스피커의 작은 크기의 제품이며, 4.5인치의 우드 파이버 콘 우퍼와 2.8cm의 소프트 돔 트위터를 적용했다. 재생주파수 대역은 59Hz-25kHz로 크기에 비해 준수한 스펙을 가지며, 크로스오버는 3kHz로 설정되어 있다. 음압은 86dB로 낮은 편이지만, 작은 제품이기에 구동에 그리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덕트는 특이하게 후면에 경사를 두어 적용했는데, 벽에 가깝게 붙여도 될 정도로 세팅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달리의 제품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매번 가격대 이상의 퀄러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인데, 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소리가 흘러나오는 묘한 상황들이 연출된다. 앰프 때문이겠지 하고, 스피커를 바꿔보아도 이전의 그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사운드에 있어서 확실한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이런 작은 제품들은 용적의 한계 때문에, 넓은 공간에서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마련인데, 미뉴에트는 확실히 그 한계를 무너트린다. 윤기를 가득 머금은 고급스러운 사운드를 시작으로, 특유의 매력적인 중역 질감, 크기 답지 않게 당당한 저역까지, 어느 곳 하나 부족함이 없다. 특히 밸런스 감각이 대단한데, 이렇게 매력적인 사운드를 밸런스를 잃지 않게 전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 달리가 이 제품을 독립적으로 구성했는지 알 것 같다. 스테디셀러의 가장 모범적인 표본이다.
●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 가격 150만원
● 구성 2웨이 2스피커
●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 사용유닛 우퍼 11.4cm, 트위터 2.8cm
● 재생주파수대역 59Hz-25kHz(±3dB)
● 크로스오버 주파수 3000Hz
● 임피던스 4Ω
● 출력음압레벨 86dB/2.83V/m
● 권장 앰프 출력 20-100W
● 크기(WHD) 15×25×23cm
● 무게 4kg
<월간 오디오 2016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