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문부
라디오가 탄생한 지 수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라디오만의 매력은 여전하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PC에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음원들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시대에도, 라디오 청취자들의 열정은 변함없는 듯하다. 어떤 공간, 어떤 시간에도 말동무가 되어주고, 자신의 마음을 어찌나 잘 아는지 듣고 싶은 음악들을 잘도 찾아낸다. 최신의 소식들, 요즘 이슈되는 트렌드, 인기 음악, 흘러간 추억의 가요, 웃기며 눈물 빼는 사연들까지…, 그야말로 부담 없는 마음으로 24시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덕분에 지금도 여러 브랜드에서 라디오 제품들을 전략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전보다는 좀더 다양한 기능을 담고, 좀더 디자인적으로 발전한 것이 변화라면 변화. 특히 요즘 출시되는 라디오 제품들이 복고풍의 디자인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라디오가 오래전 추억들을 불러일으킨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렇게 복고 디자인 범람하는 시점에서, 진정한 오리지널 라디오 제품이 출시되었다. 50년대 유행했던 그 디자인 그대로, 영국 왕실의 라디오로 명성 높은 로버츠 라디오가 정식 수입된 것.
로버츠 라디오는 1932년에 설립된 업체로, 영국 왕실에 선택받으며 세계적인 무선 라디오 제조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품질은 결코 타협하지 않고, 한계를 정하지 않는다’는 고지식한 철학을 바탕으로, 80년 이상을 최고의 라디오 업체로 살아남은 것이다. 최근에는 비단 라디오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여러 라이프 스타일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역시 하나같이 매력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국내에는 레트로 라디오 제품들이 주력으로 판매될 것 같은데, 리바이벌 RD60과 리바이벌 미니가 중심에 있을 듯하다. 참고로 스포티파이와 인터넷 라디오, 블루투스 중심의 최신 제품들도 준비되고 있으니, 다양한 기능들을 원한다면 이쪽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복고풍의 디자인이 인상적인 리바이벌 RD60 라디오. 제품을 받자마자 미소를 절로 지을 수밖에 없다. 사실 50년 전에 유행했던 디자인일 텐데, 지금에서도 이렇게 매력적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색상 역시 다양하다. 해외에서는 수많은 색상의 제품들이 줄지어 나열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리프, 파스텔 크림, 파스텔 핑크, 레드 정도를 선보일 듯하다. 참고로 피아노 블랙이나 영국 국기 유니온 잭 마감도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하고 있으니 염두에 둘 만하다. 물론 가격은 이쪽이 좀더 비싸다.
사실 요즘 대부분의 제품들이 블루투스를 기반으로 여러 확장성을 가져가고 있는데, RD60은 블루투스는 과감히 생략하고, 독립적인 라디오로서 승부를 걸고 있다. 물론 겉만 본다면 요즘 유행하는 블루투스 제품이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다. 요즘 디자인 트렌드와 너무나도 잘 부합되기 때문에, 분명 블루투스 제품인 줄 알고 덜컥 구매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라디오치고는 디자인적으로 너무 매력적이다. 네트워크나 블루투스를 원한다면, 로버츠 라디오의 다른 제품들이 지원하고 있으니, 꼼꼼히 체크해봐야 할 것이다.
라디오 제품이니만큼, 라디오에 관한 여러 기능들을 포함한다. 기본적으로 FM과 DAB를 지원하고 있으며, 상단 노브로 미세한 조정이 가능하다. 조작 상황은 LCD를 통해 모두 확인할 수 있으며, 라이트를 제공하여 어두운 곳에서도 컨트롤할 수 있다. 수신 상황이 좋으면 오토 튠(Auto Tune)으로 자동 설정이 가능한데, 안테나 지원으로 수신 감도가 좋은 편이라 꽤 정확하게 방송국을 지정해준다. 그리고 선호 방송을 프리셋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기능 중 하나이다. 블루투스는 제공하지 않지만, Aux(3.5mm) 입력을 지원, 스마트폰과 케이블 연결하여 스피커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헤드폰 단자를 지원하여, 혼자 조용히 라디오를 감상해볼 수도 있다. 배터리는 LR20(D 사이즈) 4개가 필요한데, 대략 120시간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집에서 들을 것이라면, AC 어댑터로 꽂고 즐겨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리고 개인적인 보물 상자를 꺼내듯이, 뒷면을 열게 하는 구조도 매력 만점.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사실 라디오 제품들을 들을 때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목소리를 어떻게 들려주는가이다. 덕분에 이런 포터블 라디오 제품들이 중역에 포인트를 잡고, 부드러운 질감을 보여줄 때가 많은데, 로버츠 라디오 역시 그런 점에서 비슷한 성향을 보여준다. 디자인 때문인지 약간은 빈티지적인 사운드가 감지되는데, 아날로그적인 느낌도 나면서 사운드적으로 꽤 영리하게 튜닝한 듯하다. 묵직하게 깔리는 중·저역의 사운드는 단연 매력적이며, 목소리나 음악적인 표현에서도 그리 흠잡을 데가 없다. 덕분에 한참을 라디오를 듣게 만들었는데, 역시 이런 포터블 제품은 사운드 이상의 매력을 묘하게 보여준다. 흔치 않은 단일 라디오 제품이지만, 또 흔치 않기에 특별한 듯하다. 또 다시 50년이 흘러도 왠지 모르게 이런 디자인의 제품이 출시될 것 같다. 클래식 아이템은 영원하니까.
● 수입원 ㈜소리샵 (02)3272-8584
● 가격 39만4천원
● 구성 DAB/FM 라디오
● 아날로그 입력 Aux×1
● 아날로그 출력 Aux×1, 헤드폰
● 크기(WHD) 25×15.5×10cm
● 무게 1.46kg
<월간 오디오 2016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