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하이파이 오디오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야말로 최고급의 부품들만 선별하여 사용하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섀시나 인클로저도 최고 품질의 공정을 거쳐, 겉으로 보기에도 저가의 제품들과는 차원이 다른 퀄러티로 마무리되어 있다. 물론 하이엔드라는 문구가 보이면, 일단 엄청난 가격은 당연히 예상해야 한다. 단순히 많이 팔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 흔히 저가의 제품들이 가격대 성능비를 강조하는데, 하이엔드 제품들은 최고 품질과 사운드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헤드폰에서도 이런 브랜드가 몇몇 있는데, 이번에 소개할 울트라손은 하이엔드 브랜드로서 그야말로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울트라손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헤드폰 시장에서 유례없는 명품 마케팅으로 그 이름을 알려 왔다. 기술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며, 기존 기술들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인체 공학적인 설계와 고급 소재의 투입으로 더 없는 착용감을 만들어낸다. 또한 자국 내 수작업 공정으로 제품 완성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울트라손이라는 마크가 결코 값싸게 느껴지지 않도록 ‘명품’의 이미지를 부여한 것이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탄생한 대표 라인업이 에디션 시리즈이다.
최근 울트라손은 이런 명품 이미지를 바탕으로, 엔트리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재미있게도 엔트리 모델조차도 가격이 높을 것 같은 이미지가 그려진다. 이것이 바로 그동안 키워온 하이엔드 이미지에 대한 보상일 텐데, 울트라손만의 브랜드 파워를 체감하는 순간이다. 어찌되었든 얼마 전 GO를 출시하였고, 이번에는 퍼포먼스 시리즈의 가장 엔트리 모델 820이 등장하게 되었다.
퍼포먼스 시리즈의 기본 콘셉트는 에디션 시리즈의 성능과 가치는 이어 받으며, 가격은 한결 낮춘다는 것이 목표이다. 퍼포먼스 시리즈는 820, 840, 860, 880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숫자가 높아질수록 상위 모델이다. 에디션 시리즈에서도 디자인을 대부분 공유하며, 하우징 마감을 달리 가져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퍼포먼스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실 아무런 정보 없이 사진만 본다면, 어떤 모델이 상위 모델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인데, 실제로 제품을 접하면 상위 모델과 하위 모델은 마감 퀄러티에서 제법 차이를 보인다. 840은 블랙, 860은 실버, 880은 건메탈로 구분되며, 이번에 소개할 820은 블랙, 레드, 화이트로 무려 3가지 색깔을 지원한다. 아마도 엔트리 제품인 만큼 좀더 다양성에 신경을 쓴 듯한 모습인데, 리뷰로 보내온 제품은 화이트 버전이다.
무광의 화이트 제품이라서 슬림한 블랙 정장에 백구두를 신은 듯한 느낌이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엔트리 사양임에도 그리 나쁘지 않다. 퍼포먼스 특유의 디자인 콘셉트를 이어 받아, 모노톤의 세련된 이미지가 잘 부각되어 있다. 상위 모델에서는 헤드 밴드에 홈을 두어 울트라손이라는 글자 새겨놓았었는데, 820에서는 과감히 생략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없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 부속품으로는 휴대용 파우치를 제공하며, 3.5mm 단자의 1.2m의 케이블을 포함한다. 케이블에는 컨트롤할 수 있는 리모컨이 부착되어 있다.
820에도 울트라손이 자랑하는 S-Logic Plus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소리를 직접적으로 귀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귀와 이어 패드 사이에서 몇 번의 반사를 거쳐, 귀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설계로, 공간감 향상과 청력 보호를 중심에 두고 있다. 유닛 크기는 40mm로 표준적인 사양이고, 임피던스는 32Ω, 음압은 99dB, 주파수 대역은 10Hz-22kHz까지 만들어낸다.
퍼포먼스 시리즈를 대부분 들어보았는데, 단계적으로 사운드 향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운드 튜닝도 각 모델 별로 다르게 가져가고 있는데,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한 결과물일 것이다. 820은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저역 성향이 강하다는 인상인데, 엔트리 제품인 만큼 팝이나 비트 있는 음악에 맞춰 튜닝이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전체적으로 빠른 스피드를 가지며, 굉장히 다이내믹한 반응들을 이끌어내고 있다. 대역 밸런스는 상위 모델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경쟁 제품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나름의 경쟁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유의 넓게 그려내는 공간감, 입체적인 사운드, 그리고 풍부한 중·저역까지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오기 때문. 울트라손의 엔트리 모델이라면, ‘100만원은 넘어가겠지’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어느덧 30만원의 제품도 출시되는 것을 보면 울트라손도 확실히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30만원 유닛 크기 40mm
기술 S-로직플러스 임피던스 32Ω 음압 99dB
주파수 응답 10Hz-22kHz 무게 244g
<월간 오디오 2016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