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문부
나름 수많은 오디오를 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아직까지도 신선함을 주는 디자인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이 제품 역시 지난 해 어느 오디오 쇼에서 처음 보았는데, 그 새로움에 단연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양 사이드에 목재를 덧댄 감각적인 포인트는 묘한 감성을 불러일으켰지만, 테이블을 연상케 하는 과감한 디자인은 감성을 넘어선 또 다른 파격을 선사한다. 덕분에 이 제품은 확실히 덴마크 아니면 스웨덴 브랜드이겠지 나름의 확신을 가졌는데, 놀랍게도 프랑스 브랜드라는 답변을 들었다. 사운드 역시 범상치 않았다. 이런 디자인성 강한 브랜드의 제품들이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사운드로 실망감을 안겨 주었는데, 이 제품은 확실히 하이파이적인 품격까지 들려주었다. 단순히 디자인만 감각적인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 사운드와 디자인 덕분에 그 특유의 이미지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지만, 브랜드 이름만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당시 읽기도 어려웠던 기억인데,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브랜드를 익힐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의 젊은 브랜드, 라 부아뜨 콘셉트(La Boite Concept)의 큐브를 다시 만나게 된 것.
제품 박스를 처음 받자마자, 이렇게 컸었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무게 역시 그렇게 가볍지 않은 듯한데, 오디오는 역시 가볍게 설계된 것보다 이렇게 무게감을 갖고 있는 편이 신뢰가 더 생긴다. 그만큼 진동에 대해 나름 신경을 쓴 듯한 인상인데, 묵직한 좌·우 스탠드가 진동을 잘 분산시켜줄 것이다. 기본적으로 몇 개의 파츠로 분리되어 있는데, 조립은 그렇게 어렵지 않고, 좌·우 스탠드를 본체와 결합하여 나사만 조이면 되는 초급 수준의 노동이 필요하다. 유려한 목재 스탠드를 결합하고, 아래 부분에 유리 판을 얹어 놓으면 영락없는 사이드 테이블이 완성된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소파 옆에 두는 사이드 테이블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실제 이들의 카탈로그에서도 수첩을 올려놓고, 아래에는 책을 수납하는 등 진정한 라이프 스타일 제품임을 몸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이나 부인이 진짜로 음료수나 커피를 올려놓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긴 할 듯하다.
라 부아뜨에서 출시되고 있는 제품들은 모두 가구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그도 그럴 것이 유명 가구 디자이너와 협력하여 제품을 디자인하기 때문이다. 큐브 시리즈 역시 프랑스의 유명 가구 디자이너, 사무엘 아코세베리(Samuel Accoceberry)의 작품이다.
라인업은 크게 큐브 시리즈와 LD 시리즈로 구분되어 있는데, LD 시리즈는 길쭉한 다리를 뽐내는 책상 같은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참고로 LD 시리즈는 사이드 패널을 디자이너와 협력, 커스텀하여 출시하는데, 개성적인 모습의 여러 디자인이 출시되어 있다.
‘La Boite’는 기본적으로 상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전체적인 제품 디자인을 보면 왜 상자라는 브랜드 이름을 붙였는지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된다. 아마 가구적인 느낌과 음악상자라는 의미를 함께 포함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굉장히 디자인적인 제품이지만, 오디오적인 내용은 꽤 충실하다. 탁월한 성능의 DSP 액티브 필터가 장착되어 있고, 전체 100W 출력(25W×2, 50W×1)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와이드 서라운드 2.0(Wide Stereo Sound 2.0)라는 특별한 기술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층 더 확장된 서라운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주요 포인트이다. 제법 낮은 크기임에도, 소리는 위 아래로 뻗어 나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 와이드 서라운드 2.0 기술 덕분이다. 유닛 배치도 특이하다. 13cm의 미드·우퍼가 전면에 위치하고, 2개의 유닛이 대각선으로 위를 보는 형상으로 장착되어 있다. 일종의 리어 스피커 효과를 얻는 것인데, 역시 이 배치도 와이드 서라운드 2.0 기술에 포함된다. 참고로 이런 구성의 유닛 배치로 정확한 음상을 만들어내기 힘들 듯한데, 실제 청음에서는 가수와 연주자의 위치가 정확하게 표현되는 것을 보고 제법 놀랐던 기억이다. 저역과 고역을 조절하는 EQ 노브도 상단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변화량이 제법 되니 자신의 공간과 취향에 맞는 사운드로 세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범용성 높은 다양한 입력도 지원하다. RCA 아날로그 입력을 지원하고, 디지털 입력으로는 옵티컬이 포함되어 있다. 3.5mm(Aux) 입력을 지원하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케이블 연결로 음악을 즐길 수 있고, 라이프 스타일 제품답게 블루투스는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블루투스 버전은 4.0이고, apt-X 코덱을 지원하여 좀더 고음질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무선 연결하여 평소 자주 듣던 음원을 들어본다. 처음 음악을 듣자마자 느꼈던 두 가지. 탁월한 입체감과 풍부한 저역이다. 체구가 작기 때문에 공간감을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제법 큰 시청실의 공간을 음악으로 가득 메운다. 굉장히 풍성한 느낌의 사운드가 펼쳐지며, 차갑고 건조하기보다는 따뜻한 음색이 전해진다. 저역은 굉장히 다이내믹하게 울려 퍼지며, 크기 이상의 무대를 단단하게 만들어낸다. 리어 스피커가 위를 보고 있는 구조라서, 중·저역과 시간차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정확한 음상으로 자신의 실력을 과시한다. 디자인만큼이나 매력적인 사운드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며,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는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의 탄생이다.
수입원 극동음향 (02)2234-2233 가격 195만원 구성 액티브 출력 100W(25W×2, 50W×1)
주파수 범위 20Hz-20kHz 사용 유닛 미드·우퍼 13cm, 풀레인지(2) 8cm 디지털 입력 Optical×1
아날로그 입력 RCA×1, Aux(3.5mm)×1 블루투스 지원(apt-X, Ver4.0)
크기(WHD) 49×47×35cm 무게 16.3kg
<월간 오디오 2016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