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아마 80년대 말에 오디오를 시작한 분들이라면, 쿼드나 매킨토시에 대한 추억이 각별할 듯싶은데, 뮤지컬 피델리티 역시 마찬가지다. 소출력의 클래스A 증폭부를 장착한 몇 개의 인티앰프는 그야말로 날개 달린 듯이 팔렸다. 90년대 오디오 시장의 전성기를 예고하는 듯한 사건으로, 지금도 그때의 충격을 잊지 못하는 애호가들이 많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무려 30년만에, 뮤지컬 피델리티는 또 다른 비상을 꿈꾸고 있으니, 이번에 소개할 M6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원래 뮤지컬 피델리티가 지향하는 것은, 뛰어난 가성비다. 요즘 세상에 싼 게 비지떡이고, 공짜가 없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잘만 찾아보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사면 이득이라는 말이 가끔 나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이엔드를 표방하고, 그 퀄러티에 준하면서 이 가격대의 제품을 만들어낼 곳은 사실 뮤지컬 피델리티밖에 없다고 보는데, 이번에 M6 시리즈로 단단히 사고(?)를 치고 있다.
원래 이 시리즈는 인티앰프부터, CDP, DAC 등 다양한 제품군이 포진하고 있고, 이번에 만난 것은 프리 및 파워 앰프다. 각각 M6 PRE, PRX라는 모델명을 달고 있다. 요소요소에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이 보이는 가운데, 최상의 음질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무척 반갑게 다가온다.
우선 프리앰프를 보면, 다양한 입·출력단이 돋보이고, 최신의 조류에 맞는 다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일단 출력단을 보면, XLR과 RCA를 각각 하나씩 제공한다. 또 입력단을 보면, 최근의 아날로그 르네상스 붐에 맞춰서, 전문적인 포노단을 장착하고 있다. 그것도 MM과 MC 모두에 대응한다. 정확한 RIAA 커브를 위시해, 고품질의 포노단을 구현하고 있다. 또 PC와 연결해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USB 단자를 삽입한 것 역시 고무적이다. 바이패스단을 통해 홈시어터와 연계할 수 있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음질을 위해 클래스A 방식으로 설계한 점도 만족스럽다.
외관을 보면, 만듦새도 그리 만만치 않다. 중앙에 위치한 볼륨 노브는 군사용 스펙의 알루미늄을 정밀 가공한 것이다. 왼쪽 상단에 위치한 배지는 의료용 수준의 스테인리스를 사용했다. 보면 볼수록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어서 파워 앰프를 보면, 8Ω에 230W를 제공한다. 어지간한 중형기까지는 모두 제압하는 스펙이다. 메인 서킷은 동사의 프리미엄 클래스인 타이탄과 동일하며, 한편 CRPS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장착한 점도 돋보인다. 이것은 ‘Choke Regulated Power Supply’의 약자로, 한 마디로 진공관 앰프에 쓰이는 초크를 솔리드스테이트에 도입한 것이다. 초크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음질 때문이다. 이렇게 초크를 쓰면 노이즈 수준이 놀랍도록 낮아진다. 전원부 자체의 험이나 악영향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깨끗한 뒤 배경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음성 정보의 생생함이나 선도가 증가함은 물론이다.
뒷부분을 보면, 밸런스와 RCA 입력 단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며, 바이와이어링을 가능하게 만드는 스피커 터미널의 제공도 눈에 띈다. 사이드에 배치한 방열핀을 통해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을 구축한 부분도 고음질의 구현에 당연히 기여하고 있다. 섀시 역시 사람 손으로 꼼꼼하게 만들어져서, 실제로 만져보면 감촉이 꽤 좋다. 본 기부터는 중급기를 넘어서서 하이엔드를 표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음질 면에서 만족스럽지 않나 싶다.
본 세트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스펜더 D7, 리빙 보이스 OBX-RW 등을 사용했다. 우선 정명훈 지휘,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중 행진’을 보자. 전체적으로 스케일이 크고 당당하다. 스피커 사이즈 대비, 연출되는 무대의 크기가 상상 이상이다. 또 악기들의 존재감도 강력하다. 심지가 곧고, 적절한 살집을 갖고 있으면서, 어택감이 좋다. 다양한 악기들이 마구 뒤엉킨 상태에서도 차분히 분해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역시 하이엔드급 앰프답다.
조수미의 ‘도나 도나’를 들으면, 특유의 은은하고, 꾀꼬리 같은 느낌이 있으면서도 적절한 뱃심도 아울러 갖고 있다. 목과 배라는 두 개의 요소가 절묘하게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 보컬 재생에 있어서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 단출한 구성이지만, 공간을 꽉 채우는 밀도감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레드 제플린의 ‘Ramble on’은 별 생각 없이 걸었다가 한 방 먹은 트랙이다. 록에서 이처럼 활기와 기백이 넘치는 재생을 얼마만에 들어보는가? 이팩트를 건 기타의 노이지한 어택이라던가, 바닥을 구르는 킥 드럼의 움직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는 보컬의 고역 등이 가슴을 마구 설레게 한다. 주먹을 콱 움켜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의 에너지가 넘친다. 스피커만 잘 만나면 이 M6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하겠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M6 PRE
가격 280만원 주파수 응답 10Hz-80kHz(+0, -1dB) 디지털 입력 USB B×1 출력 전압 9.5V(RCA), 19V(XLR)
출력 임피던스 47㏀ THD+N 0.005% 이하(RCA), 0.004% 이하(XLR) S/N비 96dB 이상
채널 분리도 96dB 이상 입력 감도 2.2V(RCA), 4.4V(XLR) 크기(WHD) 44×12.6×40cm 무게 11.4kg
M6 PRX
가격 420만원 실효 출력 230W(8Ω) 댐핑 팩터 210 THD+N 0.007% 이하 S/N비 120dB 이상
입력 임피던스 50㏀ 주파수 응답 10Hz-100kHz(+0, -1dB) 크기(WHD) 44×12.5×39cm 무게 19.7kg
<월간 오디오 2016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