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이전부터 오디오는 좀더 크고, 무거운 것에 환호했다. 작으면 무조건 많은 것을 포기했다고 생각하고, 가벼우면 속이 텅 비었다고 지레 낙인 찍어버렸다. 요즘 디지털 제품들처럼 작고 가볍고 얇은 것이 기술력의 상징이라는 개념과는 완전히 상반된 접근인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대다수 오디오 애호가들은 ‘오디오는 역시 무겁고 큰 것이 제대로 만든 물량 투입된 제품’이라고 막연히 결론지을지도 모른다. 대형기에 대한 로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 작고 가벼운 고성능의 제품들이 꾸준히 출시되면서 그런 인식을 조금씩 무너트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수요 역시 나날이 높아지고 있고, 평가도 기존 풀 사이즈 제품들과의 경쟁에도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포인트이다. 거대한 골리앗을 다윗이 물리치는 형상이랄까. 덕분에 전통의 하이파이 브랜드들도 하프 사이즈의 고성능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고, 하이엔드 브랜드까지도 여기에 합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미니 하이파이 제품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기기적인 성능도 한층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브랜드가 출현했다. 바로 프로젝트 오디오 시스템즈인데, 오디오 애호가들에게는 턴테이블 제조사로 익숙한, 바로 그 브랜드이다.

아날로그의 대표 브랜드, 프로젝트 오디오 시스템즈가 이제는 미니 디지털 브랜드의 강자로 떠올랐다. 바로 박스 디자인(Box Design) 라인업을 주력으로 선보이면서 이미지 변신을 가져간 것인데, 결과는 그야말로 대성공. 박스 디자인은 그 이름처럼 일종의 모듈형 오디오로서, 라이프 스타일, 블루투스, PC 파이, 올인원, 하이파이, 하이엔드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특징이다. 작지만 고성능의 하이엔드 시스템, 박스 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장 큰 핵심인 것이다.
박스 디자인 라인업은 크게 RS 라인, DS 라인, S 라인, C 라인, E 라인으로 구성되는데, 그 라인업 속에 앰프, CD 플레이어, D/A 컨버터, 튜너, 포노 앰프, 헤드폰 앰프, 네트워크 플레이어 등 대부분의 오디오 컴포넌트들을 포함시키고 있다. 유저들의 다양한 취향과 환경에 맞춰서, 자신이 원하는 사양으로 기능, 디자인, 성능별로 자유롭게 구성하라는 취지에서이다. 층층이 포개어놓고 보면, 시스템을 세트로 맞추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디자인 일체감이 큰 콘셉트이고, 기능별로 워낙 잘 쪼개어 놓았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그중 S 라인업으로, 미니 사이즈의 USB 박스 S 플러스이다.
처음 제품을 받자마자, 이렇게 작은 USB DAC를 본 적이 있었나 곰곰 생각해보았다. 가로가 10cm 정도이니, 그야말로 초소형의 제품이다. S 라인업에 초소형 제품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는데, 튜너, 블루투스, 포노 앰프, 아이팟 독 등 한 뼘도 안 되는 크기 제품들을 층층 쌓아서 세팅할 수 있다. 그만큼 필요하면 추가하고, 필요 없으면 과감히 빼버리는 콘셉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번 USB 박스 S 플러스 역시 USB DAC 기능에만 충실한 제품으로, USB B 디지털 입력 단자와 아날로그 출력 RCA 단자가 전부이다. 전면에는 입력된 음원의 샘플링 주파수를 알려주는 인디케이터가 있는데, 44.1kHz부터 384kHz까지 촘촘히 표시되어 있다. 참고로 USB 박스 S는 인디케이터가 생략되어 있다. DAC는 명성 높은 버 브라운 PCM5102A를 채용하여, 32비트/384kHz의 고음질 사양을 충분히 소화해낸다. 필터를 제공하는데, 2가지의 설정으로 음장을 달리 세팅할 수 있는 것도 큰 재미 중 하나. 저 지터 설계, 리니어한 회로 구성, 초 저 임피던스 출력 스테이지 등 단순히 작게만 만든 것이 아니라, 음질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USB 박스 S 플러스와 PC를 USB 연결하여 고음질 음원을 들어본다. 참고로 프로젝트 오디오 시스템즈의 마이아 DS 인티앰프와 스피커 박스 5의 매칭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미니 오디오 제품은 ‘당연히 가격대 이하의 소리겠지’ 하는 생각이 나조차도 있었다. 하지만 음악이 나오자마자 고품위한 사운드가 펼쳐진다. 설마라는 생각에 제법 그레이드 높은 USB DAC를 연결해도 비등한 경쟁이 이루어진다. 정말 대단한 가격대 성능비 제품이라는 것이다. 사양 높은 DAC를 연결했을 때의 그 부드러운 아날로그적인 질감이 이 제품에서도 풍겨져 나온다. 해상도를 잃지 않고, 연주자의 중심을 흩트리지도 않고, 무대의 공간을 넓고 다이내믹하게 만들어주는 신묘함까지, 작다고 무시할 제품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에야 프로젝트 오디오 시스템즈의 박스 디자인 제품들을 듣기 시작했는데, 모두 가격대 이상의 퀄러티를 만들어 주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긴 프로젝트 오디오 시스템즈의 가격대 성능비 능력은 과거 턴테이블에서부터 증명된 것 아닌가. 미니 하이파이 시스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박스 디자인 라인업은 꼭 들어봐야 할 것이다.

수입원 오디오갤러리 (02)516-9055
가격 39만원   DAC  버 브라운 PCM5102A 멀티비트 델타 시그마   디지털 입력 USB B×1(PCM 32비트/384kHz)
아날로그 출력 RCA×1   출력 레벨 2.1V   크기(WHD) 10.3×3.6×10.4cm    무게 576g

<월간 오디오 2016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