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일러스트 작품집 속에 담긴 아름다운 음악 멋진 일러스트 작품집 속에 담긴 아름다운 음악
신우진 2016-08-16 10:51:38

글 신우진



LP를 사서 들고 올 때, 그리고 LP로 음악을 들으면서 큼지막한 재킷의 글씨를 읽거나 그림을 보는 재미는 CD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CD 역시 CD장에 들어가지 않는 변형적인 크기의 재킷이 만들어지고, 4장을 묶어 LP 사이즈로 만들기도 하고, 이렇게 세로로 긴 책 형태로도 많이 나온다. 프랑스의 Difymusic은 꾸준하게 이 BD Music 시리즈를 만들어 내고 있고, 다양한 장르의 많은 시리즈들이 나와 있다.
한 장씩 생길 때마다 거의 다 있는 음반들이고, 더 좋은 연주나 녹음이 있음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웹툰이나 일본 만화에 익숙해졌지만 이렇게 예술성과 정성이 가득 들어간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몸을 비스듬히 누이고는 크지 않은 볼륨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알지 못하는 불어와 해석이 불가한 짧은 영어 실력이지만, 이렇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CD 케이스 아니 외국 서적을 들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이 음반들은 음악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아마 선물용으로 전달하기에도 적당하고, 특히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다면 그 뮤지션의 이 시리즈를 사서 선물해도 아마 만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대표곡이 2장 들어 있는 이 음반의 삽화는 주로 사이보그 여전사류의 공상 과학 만화를 그리는 프레드 벨트란의 만화 컷이 들어 있다. 아쉽게도 모든 만화의 지문이 불어여서 무슨 내용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엘비스 프레슬리 페스티벌과 외계인 등이 등장하는 본인의 주력 분야의 내용인 듯하다. 책의 후반부는 엘비스의 주요 약력, 대표곡이 안내되어 있고(불어와 영어로), 동봉된 CD 2장에는 48곡의 주요 히트곡이 들어 있다.
‘Paris en Chansons’는 일러스트 화가인 호세 코레아의 서정적인 삽화가 들어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명소와 풍경이 호세 코레아 특유의 수채화로 그려져 있고, 수록된 25곡의 노래 가사가 마치 시처럼 그 옆에 쓰여 있고, 파리에 대한 주요 안내와 이야깃거리가 불어와 영어로 적혀 있다. 파리를 가 본 적이 없어 더욱 환상에 젖는 건지 모르겠지만, 낭만이 가득한 풍경 속에서 50-60년대의 이브 몽탕, 콜 포터, 갱스브루 등의 노래를 듣고 있는 것 같다.
Difymusic의 CD는 사실 음악만을 듣기 위해서라면 가격 면에서 볼 때 과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 삽화가 가지는 가치들은 그 이상의 소장 가치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 기획물은 볼 때마다 정말 프랑스다운 시리즈로 만들어진 것 같다. 회화, 특히 만화에 있어서는 유럽 최고의 수준을 가진 프랑스가 자신의 장점을 살려 염가판 베스트 앨범 수준의 CD를 몇 배의 가치 있는 소장품으로 만들어 낸 것 같다. CD의 재킷이라고 보기보다는 잘 만들어진 일러스트 작품집 속에 부록으로 CD가 들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듣는 CD가 아니라 보는 CD이다.




호세 코레아(그림)
BDK481
연주 ★★★★☆
녹음 ★★★☆




프레드 벨트란(그림)
BDR147
연주 ★★★★☆
녹음 ★★★☆


<월간 오디오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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