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이들의 제품을 보면 유쾌하다. 색깔만 봐도 즐겁고, 귀여운 모양도 아기자기하다. 유튜브에 공개된 이들의 광고 영상만 봐도 그냥 미소가 절로 나온다. 확실히 긍정적인 마인드로 제품을 제작하고, 홍보하는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패션 디자인이라면 유광의 반짝거리는 느낌만을 강조하는 시절에도, 이들은 그것과는 정반대의 콘셉트를 정립시켰다. 기존의 디자인이 디지털적인 세련됨이었다면, 이들은 아날로그적인 따뜻함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로 스웨터를 짜듯, 이들 역시 여러 가지 색상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반응 역시 대단했다.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히트. 이들 덕분에 디자인 트렌드 역시 북유럽 감성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변화되어 갔다. 이때쯤 두툼한 유광 하우징의 디자인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북유럽 패션 브랜드의 대표적인 곳, 바로 스웨덴의 헤드폰·이어폰 제조사 어반이어스이다.
이들의 색깔을 보면 마치 항아리 속 도료에 제품을 과감히 담그고 막 꺼낸 듯하다. 덕분에 이들이 연출해낸 색을 보면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의 생동감을 준다. ‘이런 색깔이 과연 상품성이 있을까’ 하는 고민조차도 일절 느껴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과감한 색상의 제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색상 역시 자유자재로 커스텀하며, 단일 품목을 무한대로 확장시킨다. 아마 이어폰·헤드폰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색상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이들이 정식 출시하고 있는 제품이 엄청난 가짓수가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10종 안팎이다. 색상이 워낙 다양하여, 모델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착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반이어스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플라탄 시리즈를 떠올릴 수 있는데, 역시 수십 가지의 색상을 고를 수 있는 베스트셀러 제품이며, 특별히 튜닝된 파생 제품들도 출시되어 있다. 그리고 진켄, 훔란, 헬라스 등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들이 헤드폰의 주력 라인업이다. 어반이어스의 이어폰은 사실 헤드폰에 비해서는 조금 낯설지만, 역시 다양한 색상과 저렴한 가격을 주무기로 한 인이어 제품들로 유저 층을 넓혀가고 있다. 심플한 디자인의 크라센, 메디스, 배기스 등이 출시되어 있고, 이번에 이름부터 독특한 슘판(Sumpan)이 새롭게 출시되었다.
슘판 역시 기존 어반이어스의 헤드폰처럼 하나의 디자인으로 수십가지의 색상을 지원한다. 국내에서는 몇 가지 색상이 출시되는지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해외 홈페이지에 소개된 지원 색상만 해도 무려 13가지. 주력 색상이라고 할 수 있는 화이트, 다크 그레이, 인디고, 토마토, 블랙 등 모두 담아내고 있다. 사진으로 보이는 제품은 다크 그레이와 토마토.
어반이어스의 이어폰 제품들은 대부분 재미있는 기믹을 포함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케이블 루프 설계인데, ㄱ자 플러그 끝부분에 구멍을 뚫어놓아서, 단자를 이곳에 결합시키는 구조이다. 케이블을 둘둘 말면 쉽게 풀리기 마련인데, 케이블 루프를 활용하면 확실히 고정시켜 놓을 수 있다. 사실 이름을 거창하게 붙여 놓은 감이 있긴 하지만, 실제 사용해보면 꽤 고정이 잘 되기도 한다. 다음으로는 좌·우 하우징을 레고 블록처럼 결합할 수 있는 스냅 구조의 이어피스이다. 이를 활용하여 목걸이처럼 연결하여 목에 걸고 다닐 수 있는 것인데, 슘판에는 이것과 같은 원리의 후크 업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이 역시 그냥 목걸이로 목에 걸 수 있다 정도의 기믹이지만, 역시 다른 곳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아이디어로 어반이어스다운 귀여운 발상이다.
13.6mm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채용했고, 20Hz-20kHz의 평균적인 주파수 응답, 그리고 32Ω의 일반적인 임피던스를 가진다. 감도는 101dB로 꽤 좋은 효율을 보여주며, 어떤 플레이어와 연결해도 무리가 없다. 케이블에는 마이크 리모컨이 부착되어 있어 스마트폰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케이블은 패브릭 재질로 피복되어 있어 디자인을 살리며 단선에도 대응하고 있다.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사실 어반이어스의 제품들은 모두 비슷한 사운드 성향을 공유한다. 기본적으로 저역 성향의 제품이며,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저역과 고역의 극적인 대역을 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요나 비트 있는 음악을 무리 없이 재생해낼 수 있으며, 다이내믹하고 풍성한 저역은 비트를 더욱 생기 있게 만들어 준다. 최근의 디자인·패션 제품들이 저역 위주로 세팅되고는 있지만, 옛날처럼 모든 대역을 사그리 무시하고 베이스 부스터만을 강조하는 추세는 아니다. 가요나 팝을 기분 좋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저역을 세팅하고, 대신 중·고역을 조금 더 보강하여 묻히지 않게 조정하는 것이다. 어반이어스의 이 제품도 영리한 세팅을 보여주며, 패션 아이템의 사운드적 발전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5만원
사용 유닛 13.6mm 다이내믹 드라이버
임피던스 32Ω
음압 101dB
주파수 응답 20Hz-20kHz
<월간 오디오 2016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