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do SR60e 그라도에 빠지게 만드는 가장 첫 단계의 즐거움 Grado SR60e 그라도에 빠지게 만드는 가장 첫 단계의 즐거움
월간오디오 2016-08-16 11:32:29

글 월간오디오



요즘은 확실히 느릿하게 전통을 강조하는 브랜드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디자인도, 사운드도 트렌드에 맞게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추세이다. 옛날처럼 어떤 브랜드는 달콤한 고역이 매력적, 어떤 브랜드는 밀도 있는 중역이 매력적, 또 어떤 브랜드는 두툼한 저역이 매력적이라는 것도 대부분 사라졌다. 오히려 각 브랜드는 라인업을 늘리고, 상품적으로 대역 성향을 차별화시키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특정 음악을 좋아하면 이 브랜드를 선택하라’는 것도 이제는 오래 전 추억의 문구. 덕분에 신제품 사이클은 한층 더 빨라졌다. 매년 새로운 모델로 교체되고, 사운드를 바꾸고, 디자인을 변화시킨다. 유저들의 취향을 빨리 따라잡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그런 변화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느릿하게, 하지만 심도 있게 사운드의 중심을 잡아간다. 처음 제품을 개발했을 때부터 사운드와 디자인은 완성되어 있었다고 확신하듯이, 자신들만의 철학을 철저히 지켜낸다. 아마 단일 디자인으로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헤드폰 업체인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만 해도 투박한 디자인으로 평가 받았지만, 이제는 레트로 디자인 트렌드와 맞물려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부각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록이나 메탈을 좋아하면 한 번은 꼭 들어보고 싶은 브랜드, 이제는 몇 남지 않은 전통과 장인 정신을 추구하는 그라도(Grado)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라도의 헤드폰 라인업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가 없다. 엔트리 라인업인 프레스티지 시리즈는 eGrado, SR60e, SR80e, SR125e, SR225e, SR325e로 구성되어 있고, 상급기인 레퍼런스 라인업에는 RS2e와 RS1e가 자리한다. 그리고 플래그십 제품으로 스테이트먼트 라인업이 정점을 찍고 있는데, GS1000e와 GS2000e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프로페셔널 시리즈도 선보이고 있는데, PS500e와 PS1000e로 구성되어 있다. 그밖에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GH1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또 이렇게 전 라인업을 풀어놓고 보니까, 라인업이 그리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가격대별로 꽤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
오래 전 그라도의 제품을 구매했다면, 모델명 뒤 알파벳이 바뀌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앞서 그라도가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는데, 품질 개선 및 사운드 튜닝을 위해 어느 정도 마이너 업그레이드는 지속적으로 가져가고 있다. 첫 번째 업그레이드로 ‘i’ 버전을 선보였는데, 이니셜에서 대략 짐작할 수 있을 듯이 ‘Improve’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에 모든 라인업이 두 번째 업그레이드인 ‘e’ 버전으로 개선되었는데, ‘Evolution’의 강렬한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다.
SR60e은 프리스티지 시리즈의 실질적인 엔트리 제품인데, 그라도 입문 제품으로 오래 전부터 이름을 올려온 헤드폰이다. 프리스티지 라인업 자체가 비슷한 레이아웃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엔트리 제품임에도 상위 제품의 포스가 풍기는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e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패키지 디자인도 조금 바뀌었는데, 대단한 변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더 성의를 보이는 느낌은 확실히 든다. 포장을 풀면, 익숙한 잿빛 스펀지가 등장하고, 그라도의 패밀리 비즈니스를 보여주는 단란한 가족사진의 팸플릿이 포함되어 있다.
디자인은 예나 지금이나 사실상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블랙 하우징에 실버 톤의 네이밍이 인상적인 프리스티지 시리즈, 그 모습 그대로이다. 다만 하우징에 e 마크가 정식 추가되어 있어, 기존 i 버전과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e 버전에 와서 유닛과 케이블 등 세세한 부분들이 재설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역시 전체적으로 사운드를 좀더 개선한 것이 주요 포인트일 것이다. 주파수 응답은 20Hz-20kHz, 임피던스는 32Ω, 감도는 99.8dB으로, 일반적인 그라도 사양을 따르고 있다. 부속품으로는 6.3mm 어댑터를 지원한다. 프로용 장비 같은 두툼한 케이블도 여전하다.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그라도의 제품은 첫 음악으로 무조건 메탈 넘버를 걸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공간을 장악하는 둔탁한 저음과 기타 스트로크의 질감 하나하나를 모두 캐치할 수 있는 경쾌함은 그 어떤 브랜드도 따라올 수 없다. 혹시 그라도의 상위 모델만 이런 감각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SR60e 제품으로도 그라도의 매력을 전달받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정제 없이 한층 더 러프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땀내 가득한 메탈 키드의 음악들은 한층 더 빛을 발한다. 오픈형이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을 받을 수 있지만, 공연장의 진짜 무대를 즐기고 싶다면, 그라도를 꼭 한 번 경험해보라 추천하고 싶다. 날 것, 혹은 야생의 사운드를 가장 잘 표현하는 헤드폰이다. 개인적으로 각 헤드폰 브랜드의 엔트리 제품 중에 가장 빛나는 제품이 SR60e가 아닐까 생각한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12만8천원
유닛 타입 오픈형, 다이내믹
임피던스 32Ω
음압 99.8dB
주파수 응답 20Hz-20kHz


<월간 오디오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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