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한때 진공관 앰프가 주류를 이룰 때, 진공관 앰프의 낮은 출력과 구동력에 대한 대안으로, TR과 진공관을 결합시킨 하이브리드 앰프가 등장했다. TR로 높은 출력과 효율을 얻어내고, 진공관으로 특유의 음색을 살린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운드적으로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큰 재미를 보았다. 물론 아직까지도 앰프 제조사에서 하이브리드 앰프를 활발히 출시하고 있기도 하다.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었던 것이다. 재미있게도 이어폰이 요즘 이런 콘셉트를 따라가고 있다. 한때 BA 유닛을 채용한 제품들이 크게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이른바 대세가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BA 유닛의 단점들도 하나둘 부각되기 시작했다. 효율적인 면에서 현저히 떨어졌고, 저음의 깊이감도 많은 부분 포기해야 했다. 덕분에 BA 유닛을 대역 별로 투입하는 등 그레이드를 한층 더 높여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하기 시작했는데, 역시 효율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안. 이제는 BA 유닛과 다이내믹 유닛을 함께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이어폰을 개발한 것인데, 앞서 이야기한 진공관과 TR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앰프의 태생과 많이 닮아 있다. BA 유닛의 높은 해상력과 고음에 대한 반응, 그리고 다이내믹 유닛의 깊은 저역과 온도감이 함께 포함된, 이론상으로는 각각의 장점만을 규합한 이상적인 이어폰이라는 것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오리베티(Oriveti)라는 브랜드도, 이런 하이브리드 콘셉트를 전면에 내걸었다. 슈퍼 루키의 값진 데뷔, 오리베티의 프라이머시(Primacy)를 소개한다.

신생 브랜드이니만큼, 사실 회사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이 퀄러티의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할 것이라는 당찬 포부 정도가 전부. 출시된 제품도 프라이머시 한 종에 불과하다. 하지만 확실히 초점을 맞추어야 할 부분은 사운드에 있다. 신생 브랜드의 첫 제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대역 밸런스를 보여준다. 최근 만난 신생 브랜드의 이어폰 중 가장 플랫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고 생각될 정도. 더구나 독자적인 BA 유닛 구성이 아니라, 다이내믹 유닛과 결합된 하이브리드 구성인데, 이렇게까지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많은 노하우를 보유한 회사라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물론 극단적인 플랫함은 아니고, 저역과 고역에 미묘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좀더 오래 들어보면 느낌이 바뀔까? 어찌되었든 리뷰 전 짧게 들어본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처음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사실 전형적인 V 곡선을 그리는, 해상력만 약간 높인 제품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기도 했다. 최근에 접한 신생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대부분 이런 느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운드를 들어보면 이런 생각은 완전히 사라진다. 중견 브랜드가 오랫동안 사운드를 정밀히 튜닝하고, 또 조정하여 완성한 담백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접하는 완성도 높은 밸런스 성향의 사운드이다.
제품 역시 굉장히 깔끔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알루미늄 하우징 가공에 엄청난 공을 들인 인상인데, 무광 블랙의 고급스러움을 잘 살려내고 있다. 실제 만져보면 검은 조약돌 같기도 하다. 케이블은 트위스트로 꼬아놓아 제품에 강렬한 개성을 부여한다. 굉장히 가벼운 느낌이며 터치 노이즈는 그리 없는 편. 케이블은 탈착이 가능하며, 하우징 연결부는 MMCX 규격을 따르고 있다. 부속품 역시 화려하다. 실리콘 팁, 폼 팁, 항공 어댑터, 6.3mm 어댑터, 클리닝 툴, 이어 훅, 알루미늄 캐링 케이스까지, 그야말로 빈틈없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아마 아무런 정보 없이 패키지를 연다면, 기분 좋은 웃음이 자연스레 나올 것이다.

사용 유닛은 앞서 이야기한대로, BA 유닛과 다이내믹 유닛을 모두 채용했다. 이런 하이브리드 구성이 사운드가 묘하게 어긋나는 경우를 보았는데, 이 이어폰은 마치 하나의 유닛을 쓴 것처럼 놀라운 밸런스 감각을 자랑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BA 유닛의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주파수 응답은 20Hz-20kHz으로 표준적인 사양이고, 임피던스는 11Ω, 음압은 107dB(±3dB)로 스마트폰과의 일반적인 직결에도 출력의 부족함이 없다.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앞서도 플랫 사운드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지만, 밸런스 좋은 사운드가 어떤 즐거움을 주는지, 착실한 기본기로 들려준다. 높은 해상력은 수준급으로 담아내고 있으며, 담백한 저역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깔끔한 중·고역은 적극적으로 드러나며, 저역에 쉽사리 묻히지 않는 능력을 보여준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이어 팁을 찾을수록, 플랫 사운드를 중심에 두면서도, 고역과 저역의 맛을 느끼게 하는 묘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꽤 영리한 사운드 튜닝 포인트이다. 첫 데뷔, 신인의 이름표를 기억하게 하는 멋진 능력을 보여준 제품이다.

수입원 (주)소리샵 (02)3272-8584
가격 45만원
사용 유닛 듀얼 아마추어 드라이버 & 8.6mm 다이내믹 드라이버
임피던스 11Ω
음압 107dB(±3dB)
주파수 응답 20Hz-20kHz

<월간 오디오 2016년 8월호>